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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남도영기자], 이향지씨 '북한쪽 백두대간…'
■국민일보
*2001년 3월 27일자, <책과 길>: 남도영 기자
상상의 길로 가본
북녘의 백두대간
시인의 '가상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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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지씨 '북한쪽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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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백두산 장군봉에서 시작해 지리산 천왕봉까지 2103km. 5257리는 한번도 물을 건너지 않고 산과 산으로 이어져있다. 이를 백두대간(白頭大幹)이라고 부른다. 언제부턴가 산을 찾는 사람들은 백두대간 종주에 도전했다. 몇 달, 혹은 몇 년씩 걸려 지리산 천왕봉에서 발걸음을 시작해 백운산, 덕유산, 추풍령을 넘어 속리산, 소백산, 오대산을 넘는다. 그리고 드디어 설악산과 진부령.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다. 백두대간은 계속해서 금강산과 추가령, 두류산과 철옹산, 포태산과 백두산으로 이어지지만 분단은 발걸음을 잡는다.
'북한쪽 백두대간, 지도 n이에서 걷는다'(창해)는 시인 이향지의 북한쪽 백두대간 가상 종주기다. "눈으로 보고 발로 걸을 수 없는 산을 지형도만 보고 가상 산행을 했다. 이 일은 현미경과 망원경, 몽상과 과학을 동시에 필요로 했다. 그러나 시인조차 꿈꾸지 않는다면 세계를 어찌 바꾸겠나"
이향지는 러시아에서 발행된 북한쪽 군사지도와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의 '산경표', '최신 북한지도'등을 펴놓고 산행에 들어갔다. 산행은 가상이지만 꼼꼼하고 구체적이다. "오가덕산 정상 동쪽 비탈에서 취나물을 한 주먹 뜯었다. 5월 산행엔 쌈장이 기본이라 나물 위에 찬밥얹고 입으로 가져가자, 입안 가득히 산나물 향기가 퍼진다"라고.
저자는 북한쪽 백두대간을 모두 33구간으로 나눠 구간마다의 도상거리와 실제거리, 산행시간뿐만 아니라 어느 지점에 산비탈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까지 실었다. 마치 눈으로 본듯하다. 여기에 조선시대 지명과 현재 북한의 지명에 대한 비교, 각 고장의 역사와 풍물까지 곁들였다. "걷지 않고 걸었다고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웠던가. 소설이라면 차라리 쉬웠으리라"
저자는 910km의 북한쪽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그래도 땅은 하나임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은 휴전선 때문에 남북으로 갈리었지만, 남도 북도 아직 이곳을 고성군이라 부른다. 50년 간의 분단도 땅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증거다. 남과 북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은 북한강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의 젖줄인 북한강의 발원은 북한 강원도 금강군 옥밭봉(1,240m). 북한강의 원류는 옥밭봉 북릉을 타고 금강저수지 쪽으로 모였다가 휴전선 남쪽 파로호로 181km를 흘러 내려온다. 우리가 먹는 물에는 옥밭봉 정상의 이름없는 약초가 녹아있는 셈이다.
저자는 길고 길었던 종주를 마친 뒤 이렇게 다짐했다. "실제로 그곳을 갈 수 있는 날, 나는 이 책을 또 한번 쓸 것이다" 그리고 "백두대간은 하나다. 오직 한줄기다"
*2001년 3월 27일. <책과 길>,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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