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관련 평론

◎ 2006/6/5(월) 12:10 (MSIE6.0,WindowsNT5.1) 59.13.114.218 1024x768
[강원일보/박제영의 시편지], 지리산  

[강원일보] 2006-06-05 01:09  

[박제영의 詩편지]


    지리산


    -배낭을 꾸리며  

        이향지




     내가 당신을 향해

     “기러기!”

     하고 부르면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날아와 주겠습니까

     

     내가 먼 당신을 향해

     “강물!”

     하고 부르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달려와 주겠습니까

     

     당신은 무거우니 내가 찾아가려고

     내게로 온 계절을 잊고

     딱딱한 뼈를 버리고

     

     당신은 그리움 모르니 내가

     달려가려고

     

     그리우면 그리운 쪽에서

     그 작고 가벼운 것 되어

     그 길고 맑은 것 되어

     
     - 시집,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나남출판, 2001) 중에서



 시인은 지리산을 오르기 위해 배낭을 꾸리면서 산보고 묻습니다. 기러기처럼 가볍게 내게 와주면 안되겠냐고. 강물처럼 맑게 와주면 안되겠냐고. 속으론 이미 알고 있지요. 산은 결코 내게 올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시인은 당신은 무거우니 내가 찾아가겠다 합니다. 당신은 그리움 모르니 내가 달려가겠다고 합니다. 내가 그리우니, 그리운 내가 작고 가벼운 것 되어, 길고 맑은 것 되어, 당신을 찾아가겠다 합니다. 문득 내 사랑(의 방식)을 돌아봅니다. 당신이 먼저 나를 사랑해달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에 산처럼 지키고 서있는데. 오늘은 내가 작고 가벼운 것이 되어서, 길고 맑은 것이 되어서 당신에게 달려가야겠습니다.
<박제영 시인>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처음 이전 다음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