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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11/22(토) 23:49 (MSIE6.0) 218.155.236.166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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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묘연
먼곳에서
강물 뒤척이고
먼곳에서
꽃망울 맺히네
먼곳에서
목련지는데
먼곳에서
발을 헛디디나
먼곳에서
물이 고이면
아득하여라
우두커니
마음 내려 앉네
--김은숙, <묘연> 전문.
김은숙 시집 <<아름다운 소멸>>을 받고
이 한편을 특별히 접어두었더랬습니다.
그리고 한 보름 품고 있었습니다.
오늘 밤은 더욱 익어 아리도록 파고드는군요.
이시는 행간이 넓습니다.
해버린 말보다 하지 않은 말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적절한 생략과 절제가 베푼 성공입니다.
이 시의 절정은 세째연입니다.
먼곳과 먼곳
두 먼곳이 자리가 바뀌는 순간이기도 하니까요.
한번 더 <묘연>을 껴안으며
시가 우리에게 주는 기쁨을
한번 더 떠올려보았습니다.
이 밤 나는
알밤을 다 쏟아버린 밤나무 한 그루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나무의 겨울은 더욱 꿋꿋하더이다.
봄은 더디게 오는 것 같지만
그 나무의 여름은 누구보다 무성하더이다.
나는 이 밤
팽팽 소리가 나도록 겨울바람을 울리는
꿋꿋한 나목 한 그루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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