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3/10(월) 10:39 (MSIE6.0) 220.78.29.19 1024x768
[슐리 프리돔], 꿈에  

 

    꿈에




      슐리 프리돔
      김장호 번역


    꿈에 농부가 내게 말하길 <네 빵을 네가 만들라,
    이제부턴 너를 먹여주지 않으리, 네 손수 땅을 파고 씨를 뿌려라>고.
    베짜는 이가 내게 말하길 <네 옷을 네가 짜라>
    석공(石工)이 내게 말하길 <손에 망치를 잡아라>고.

    모든 사람들에게 쫒기어 혼자
    이런 고된 저주에
    하늘 우러러 연민을 빌면
    눈 앞의 나의 길에 사자(獅子)를 본다.

    눈을 뜨니 지새는 아침
    씩씩한 일꾼들은 발판 위에 휘파람 불며
    길쌈의 베틀, 들판에 씨는 뿌려졌다.

    세상살이와 나의 행복을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람이 사는 이승에 뉘 감히 남없이 지나리
    그날부터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Sully Prudhomme(1839~1904)!
이 시인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만, 제게 있는 자료 중에 <꿈에(UN SONGE)>라는 시 한 편이 있군요. 동국대에서 비교문학 등을 강의하시던 장호(김장호) 시인께서 번역하신 [영불명시백선(1971.12.15. 창조사)]이란 책에 실려있는 것입니다. 거기 Sully Prudhomme의 본명과 생몰년대가 나와 있군요. 나온 지 오래된 책이라 시인의 이름도 '쉴리 쁘뤼돔'이라 표기되어 있습니다. 표기법은 원전을 따랐습니다. 시 번역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더 자세한 것은 실어드리지 못합니다만, 이 시의 첫 구절 '네 빵을 네가 만들라'는 말에 뜨끔하고 들이닥치는 통증이 있습니다. 빵이 되지 못하는 시를 붙들고 있는 사이, 나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황폐화 되었습니다. 내 꿈이 제가 먹을 빵을 만드는 사이, 많은 나무와 개와 돌보아주어야할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노동의 의무와 거기서 얻는 즐거움을 일깨우는  이 시를  나는 가끔 반성 삼아 읽습니다. 오늘 먹은 밥은 내가 만든 밥이었습니다. 그것이 나를 조금 편안하게 해줍니다. 밥이 시가 되는 길은 가깝지만, 시가 밥이 되는 길은 요원한 것 같군요.  그러나, 시는 한 공기의 밥이 내게로 오는 경로를, 내가 입는 옷이 내게로 오는 경로를, 내가 거주하는 공간이 내게로 오는 경로를, 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지속되어야할 그것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눈과 마음을 길러주니까요. 시인은 보이지 않는 땅에 사랑을 씨뿌리는 농부가 아닐는지요.
다시 봄입니다. 내 밥을 내가 만들기 위하여 새로운 씨앗을 뿌려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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