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2/6(목) 17:13 (MSIE6.0) 61.79.163.251 1024x768
|
 [부산일보/임성원 기자], 절절 끓는 생명력의 '유전'
 [부산일보] 2003년 2월 6일자
시인 이향지 '내 눈앞의 전선' 출간,
마흔일곱 등단이후 네번째 시집
절절 끓는 생명력의 '유전'
지난 1989년 마흔 일곱의 나이로 늦깎이 등단한 시인 이향지(61)가 네번째 시집 '내 눈앞의 전선'(천년의시작 펴냄)을 내놓았다. 올해 갑년을 맞았지만 뜨겁게 분출하는 여성성과 생명력은 그의 시세계가 갖는 미덕이다.
'고궁 뒤뜰/왕비가 앉았다 떠난 툇마루에 앉아/변절한 애인을 생각할 때/뚜껑이 덮인 우물 하나 마주 앉는다/…/나는 건너간다/뚜껑 아래 여자에게 오늘의 하늘을 보여주려고/여자 속의 왕을 부수어 바람에 날려버리려고/발등까지 덮이는 하이힐을 신고 감색바지를 입고//…'(시 '뚜껑이 덮인 우물' 일부).
우물에는 왕의 총애를 받지 못해 뒷방에서 늙어가는 왕비의 체념이 담겨 있다. 이 맹목의 순종에 자유롭고 열정적인 도발이 감행된다. 변절한 애인을 생각하면서,이제 우물의 뚜껑을 열고 오늘의 하늘을 바라보라고 시인은 발언한다.
시인의 여성성은 생명력의 시원으로 거슬러올라간다. '목욕을 하고 있으면 먼 바다. 등을 밀어준다 먼 바다가 등을 밀 동안 나는 손등. 문지른다…속으로 들어간 먼바다는 남은 탯줄. 다시 돌아간다'(시 '바다 밖에서의 목욕' 일부).
생명력은 인간과 자연의 유대를 넘어 혈육의 질긴 고리로 유전된다. '…/누군가를 찢지 않고는 미궁 벗어날 수 없나니/나는 내 아이가 때맞춰 나를 찢게/긴 끈을 풀밭 입구까지 이어두었지요/내가 찢고 미궁 벗어날 때 어머니 물/모두 나를 따라와 내 딸에게도 갔지요/어머닌 나로 인해 질긴 돌이 되었으나/…'(시 '돌 속의 넓은 풀밭' 일부). 임성원기자
입력시간: 2003. 02.06. 09:52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