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8/5(화) 01:46 (MSIE6.0) 220.78.28.24 1024x768
사랑  


    이 향 지
     


    오래된 갱지 위에 너는 씌어 있다
    우표를 붙이지 않은 봉투 속에 너는 들어 있다

    햇볕이 조르면 눈물 한 방울에도 싹이 트던
    젊고 가난하던 날들의 양식이여

    1회용 라이터로 촛불을 켜고
    너를 둔 곳을 생각한다

    책상도 책꽂이도 아닌 곳에
    장롱도 문갑도 아닌 곳에
    냉장고도 전화기도 아닌 곳에
    너는 분명 있다

    너무나 잘 두어서 내가 잊어버린 곳에
    너무나 가까워서 안 보이는 곳에
    너는 있을 거다

    나는 너를 찾을 거다
    너의 재 냄새를 결코 맡지 않을 거다

    어떤 바보가 청춘의 구휼미를 태워 없앴겠는가


*<시현실>2003년 여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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