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4/30(수) 19:23
침향(沈香)  

침향(沈香)


 
  이 향 지


돌처럼 굳었으나 숨 쉬는 나무다
부끄럽지 않은 손길로
체온을 섞으며 문질러주어야 존재를 드러내는
향기의 화석이다

메콩 강변 열대우림
나이테를 만들지 않는 아가우드 거목 속에서
천 년을 참으며 빗방울을 깎아야 만들 수 있는 침묵의
조각품이다

뙤약볕 속에서도 오한이 드는
향기의 사리다

흑록빛 나무뿌리 하나, 사슴뿔 하나, 날개 하나…, 저 완전한
한 모습씩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불쏘시개로 사라진 파지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제 몸을 깎아서
혀끝에 얹어주는, 맵고도 신 맛 도는
사랑의 사리다

우연히, 우연히, 그 향기 끝에 앉았더니
전신에 창궐하던 어른이 사라진다
 
*<실천문학>200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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