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16(수) 09:16 (MSIE6.0) 218.155.239.165 1024x768
부활하고 또 부활하는  

    부활하고 또 부활하는


    이 향 지


    배가 고프면 제 다리를 잘라 먹기도 한다는
    문어다리를 잘라 먹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문어구멍으로 들어갔다
    해초로 울타리한 바위구멍에도 달이 뜨고
    내 입안에서 잘게 씹히던 문어다리가 스르륵
    머리 위 중천을 열고 붉고 환한 햇덩이로 떠올랐다
    불을 옮길 듯 이글거리는 둥근 얼굴을 에워싸고
    꾸물꾸물 번지는 빛발들
    손을 뻗으면 척척 달라붙을 것 같은 빨판들
    내 눈을 감기고 쭉쭉 빨아 당기는 빛
    저, 저것들이 모, 모두 내가 씹고 있던 문어다리였다니
    내가 삶아 삼킨 문어발이 영원히 죽지 않는 빛 뭉치였다니
    내 불에 익어서 삼켜졌던 것들이 저토록 환하게 되살아
    내 달의 젓가락과 서슬 푸르던 삼지창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불을 옮길 듯 아우성이라니
    나는 그 부활하고 또 부활하는 빛발들에 잡히지 않으려고
    구멍 속으로 더 깊이 더 깊이 숨었다


*<문예중앙> 200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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