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면 제 다리를 잘라 먹기도 한다는
문어다리를 잘라 먹다가
스르륵 미끄러져 문어구멍으로 들어갔다
해초로 울타리한 바위구멍에도 달이 뜨고
내 입안에서 잘게 씹히던 문어다리가 스르륵
머리 위 중천을 열고 붉고 환한 햇덩이로 떠올랐다
불을 옮길 듯 이글거리는 둥근 얼굴을 에워싸고
꾸물꾸물 번지는 빛발들
손을 뻗으면 척척 달라붙을 것 같은 빨판들
내 눈을 감기고 쭉쭉 빨아 당기는 빛
저, 저것들이 모, 모두 내가 씹고 있던 문어다리였다니
내가 삶아 삼킨 문어발이 영원히 죽지 않는 빛 뭉치였다니
내 불에 익어서 삼켜졌던 것들이 저토록 환하게 되살아
내 달의 젓가락과 서슬 푸르던 삼지창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불을 옮길 듯 아우성이라니
나는 그 부활하고 또 부활하는 빛발들에 잡히지 않으려고
구멍 속으로 더 깊이 더 깊이 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