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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미당·황순원문학상], All Story  

미당문학상 문태준씨 황순원문학상 김훈씨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2147096831a000a010a011.html

중앙 신인문학상 3명도


제5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문태준씨의 시 '누가 울고 간다'가,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훈씨의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이 선정됐다.

2000년 타계한 미당 서정주 시인과 소설가 황순원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2001년 제정한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 문예지에 발표된 시와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6개월여 동안 심사를 벌였다. 미당문학상 시 수상작은'작가세계' 2005년 봄호에,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은 '문학동네'2005년 여름호에 실렸다. 각 부문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과 수상작을 묶은 수상 작품집도 함께 출간됐다.

한편 제6회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자도 결정됐다. 시와 소설, 평론 부문 당선자는 아래와 같다.





◆ 중앙 신인문학상 당선작

▶시:'만능사 제2호점'

김원경(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소설:'검은 불가사리'

지하(본명:이슬,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평론:'타자로의 열림 혹은 닫힘, 거리의 서사-윤성희론'

권채린(서울 강남구 도곡동)

미당.황순원문학상과 중앙 신인문학상 시상식은 10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상금은 미당문학상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 5000만원, 중앙 신인문학상은 소설 1000만원과 시.평론 각 500만원이다.

각 문학상의 당선작.심사평.수상 소감은 www.joongang.co.kr에서도 전문을 볼 수 있다.

손민호 기자  

2005.09.20 21:47 입력 / 2005.09.21 0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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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미당·황순원문학상] 미당상 수상자 문태준 씨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2151076901a000a200a220.html

    누가 울고 간다


         문 태 준



    밤새 잘그랑거리다
    눈이 그쳤다

    나는 외따롭고
    생각은 머츰하다

    넝쿨에
    작은 새
    가슴이 붉은 새
    와서 운다
    와서 울고 간다

    이름도 못불러 본 사이
    울고
    갈 것은 무엇인가

    울음은
    빛처럼
    문풍지로 들어온
    겨울빛처럼
    여리고 여려

    누가
    내 귀에서
    그 소릴 꺼내 펴나

    저렇게
    울고
    떠난 사람이 있었다

    가슴속으로
    붉게
    번지고 스며
    이제는
    누구도 끄집어 낼 수 없는

추풍령에서 십 리쯤 떨어진 산골 마을. 무던히도 하늘을 좋아하던 소년이 있었다. 학교 파하고 심심한 오후면 집 마루에 걸터앉아 추풍령 넘어오는 소나기를 쳐다봤고, 저녁마다 평상에 누워 먼길 가는 별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하늘에 목련화 만발하면 목련화 하늘궁전에서 이레쯤 살아보는 꿈도 꾸었다. 소년네 집 뒤란은 바람 울고 장닭 홰치는 소리로 늘 수런거렸고, 마당엔 사철 감꽃 져내리는 감나무 한 그루 서있었다. 논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의 아버지는 동네 어귀부터 소리를 질렀다. "태준아, 소 받아라". 위로 누나가 둘이고 아래로 누이가 둘이어도 소 받는 일은 소년의 몫이었다. 전교생이 50명을 겨우 넘는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동네 어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을 벌였다. 물꼬라는 것이 다 큰 어른이 드잡이를 해서라도 빼앗겨선 안되는 존재라는 걸 소년은 까까머리 중학생이 돼서야 알았다. 소백산맥 자락 황학산(1111m) 기슭에 40여 가구 옹망졸망 모인 동네, 경북 김천 읍내에서 30리 더 들어가는 봉산면 태화리라는 마을. 소년이 나고 자란 곳이다.



1970년생 시인 문태준이 제5회 미당문학상을 받았다. 한 평론가는 "일대 파란"이라 불렀고, 한 원로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선언했다. 미당문학상을 35세의 시인이 받았다는 소식에 문단은 술렁댔다. '드디어'라는 부사 보다 '벌써'라는 부사가 자주 들렸다. 시인의 경륜을 중히 여기는 문단 정서를 고려했을 때 예기치 못한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한해 그는 너무 도드라졌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그가 각종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 수는 41편. 웬만한 시집 한 권 분량이다. 그는 시인.소설가 통틀어 대학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고 2심 위원도 만장일치로 그를 3심에 올렸고 최종심에선 투표를 거치지 않고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위원인 첫회 수상자 정현종 시인은 "오랜만에 천생 시인을 만났다"고 말했다.

기사 벽두 산골 소년 이야기는 시인의 어릴 적 일화와 작품들에서 골라 엮은 것이다. 그 정서가 시인의 오늘을 오롯이 이루기 때문이다. 산골 소년이 자라고 늙으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바, 하늘과 바람과 나무와 꽃, 춘화 걸려있던 역전 이발소와 밤마다 등멱을 하러 엎드리던 담장 너머 봉산댁, 오로지 농사만 아시는 아버지, 그러한 당신께서 멀찍이서 외치던 소리 "소 받아라", 그리고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서 가재미처럼 엎드린 채 앓다 가신 큰 어머니…. 시편마다 산골 소년의 시선이 들어있다. 그가 들려준 아버지의 일화를 전한다.

"서울의 대학으로 유학가는 날 아버지가 터미날에 나오셨다. 당신의 한 손에 조선낫이 들려 있었다. 새끼로 돌돌 말아 날을 숨긴 낫을 기억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태운 버스가 떠나면 곧장 논으로 가실 요량이었다. 당신이 돌아갈 곳은 거기 뿐이었으리라."

"그 모습이 싫다는 거냐, 좋다는 거냐"고 묻자 시인은 "잊혀지지 않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는 시인 백석, 소월과 종종 비교되곤 한다.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시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말을 삼키고 몸을 낮춘다. 덤덤하게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아련하고 애잔한 무엇을 조심스레 읊을 뿐이다.

시인 문태준을 설명하는 두 가지. 그는 불교방송 PD다. PD라면 어색한 듯 싶다가도 불교방송이라면 수긍되는 면이 있다. 다른 하나는 휴대전화를 걸면 알 수 있다. '풀 잎새 따다가 엮었어요… 그대 노을빛에 머리 곱게 물들면 예쁜 꽃 모자 씌워주고파…'. 시인이 된 산골 소년의 통화연결음 가락은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다.

글=손민호, 사진=김태성 기자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수런거리는 뒤란''맨발'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 수상  

2005.09.20 21:51 입력 / 2005.09.21 0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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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미당·황순원문학상] 미당상 심사평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2152136331a000a200a220.html

유장하고 탱탱한 말의 행진, 답답한 삶에 생기



▶ 미당문학상 본심 위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연·홍기삼·정현종·김기택·김현자씨. 강정현 기자

젊은 시인 문태준의 출현은, 시가 시인에 의해 얼마든지 새로워질 수 있는 말의 향연임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주어 즐거웠다. 그러나 심사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수상작은 결국 일종의 상대평가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독자적인 절대의 세계로 자신의 개성을 확고하게 구축해온 적잖은 시인들이 양보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진급의 최하림.김명인 그리고 중견급의 문인수.김신용 등의 작품도 결코 만만찮은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모든 욕심을 비워 이윽고 그 몸 자체가 가볍게 자연과 하나의 지경을 이룬 듯한 최하림의 시는 인생의 서늘한 시간들을 조용히 보여 준다. 그러나 풍경으로서의 자연을 뛰어넘지 않음으로써, 혹은 그 속으로 깊이 침잠하지 않음으로써 시인만의 시적 자아에 비교적 무심한, 표표한 시편들은 어딘가 달관의 수상(隨想)을 즐기는 듯 한 인상이다. 시인에대한 기대가 큰 탓일까, 아쉬움이 남았다.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진정성이 돋보이는 시 세계를 경구적 통찰을 통해 꾸준히 선보인 김명인에 대한 안타까움도 절실하였다. 시적 대상들과 시의 정신사이에 통일감이 더 분명하였으면 이해의 감동이 높았을 것이다.





문인수의 시도 갈수록 진경에 이르고 있다는 점에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특히 사물 하나하나에 쏟는 애정과 그 묘사의 깊이는 탁월하다. 한편 노동자 시인 김신용의 등장은 작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가 충격일 수 있는 것은 한때 지게를 졌고,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그의 현실에 있지 않다. 놀라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가 상당한 상상력과 상징의 교환을 자유롭게 행하고 있는 우수한 시인이라는 사실의 재발견이다. 좀 더 집중이 이루어진다면, 우리 시는 그로 말미암아 매우 넓은 진폭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수상시인 문태준에 대해서는 오직 상찬과 격려만이 필요한 단계이다. 이 젊은 시인의 앞날이 어떤 변모를 보일런지 아무도 알 수 없으나 '누가 울고 간다''가재미' 연작 등이 보여주고 있는 말의 탱탱한, 유장한, 서늘한,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한 행진은, 그 맞은 편에 놓여 있는 답답한 일상에 홀연히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특히 동사를 크게 활용하는, 흐르는 상상력이 자기갱신의 힘을 발휘한다. 문태준이라는 서정 시인의 탄생은 우리 시를 위무의 성소(聖所)로 이끄는 언어의 축복이다.

◆심사위원=정현종.홍기삼.김주연.김현자.김기택(대표집필:김주연)
사진=강정현 기자  

2005.09.20 21:52 입력 / 2005.09.21 0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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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미당·황순원문학상] 황순원상 수상자 김훈 씨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2149147271a000a200a220.html

"내 모든 소설의 화두는 인간은 아름답다는 것"


2002년 4월 15일. 그는 경남 김해의 한 야산을 오르고 있었다. 비는 좀체 그치지 않았다. 종일 내린 비로 산기슭은 뻘처럼 질퍽거렸다. 수십 차례 기어오르고 수십 차례 미끄러졌다. 진흙 범벅이 된 채 겨우 중턱에 다다랐다. 기체 파편이 보였다. 중국 국제항공 CCA-129편 보잉767 여객기. 승객 155명을 태우고 중국 베이징을 이륙 해 김해공항에 착륙 직전 추락한 비행기다. 한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서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 때를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목격한 순간"이라고 회고한다. 수십 명이 팔다리가 잘려 죽었고 수십 명이 불에 타 죽었다. 9명은 산산이 조각났는지 시신도 찾지 못했다. 그런데 39명이 살았다. 살아남은 한 명은 제 발로 산을 내려와 "저기에 비행기가 떨어졌어요"라고 신고했다. 사회부 기자는 그 장면을 기사로 옮기지 못했다. 6하 원칙을 떠받드는 기사체로는, 삶과 죽음은 비행기 좌석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고 쓸 수 없었다. 진흙 범벅인 채로 한참을 쪼그려 앉았던 반백(半白) 기자의 뒷모습을 기억한다. 접힌 어깨는 좁았고, 비는 좀체 그치지 않았다.



올해 황순원문학상 수상자 김훈씨를 인터뷰하러 경기도 일산 그의 집에 들렀을 때 그는 비행기 사고 얘기를 꺼냈다. 기자였던 작가와 그의 기자 시절을 지켜봤던 기자가 3년 전 진흙 범벅인 채로 한 공간에 있었던 건 우연이었다. 하나 인터뷰 화제로는 충분했다. 무엇보다 그 경험은 수상작 '언니의 폐경'의 주요 모티브다.





올해 수상작은 다분히 논쟁적이다. 2001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칼의 노래'를 냈을 때나 지난해 첫번째 단편 '화장'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을 때 그는 문단의 여성 논객들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여성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혹은 폄하함으로써 여성에대한 올바른 인식을 저해한다고 그들은 공격했다. 그러한 김훈이 50대 여성을 화자로 삼아 여성의 몸을, 그것도 가장 은밀한 월경과 폐경에 관하여 소설을 썼고, 그 작품이 수상작이 됐다.

"인간의 몸은 아름답다는 얘길 하고 싶었소. 인간의 삶이 아름답기에 죽음도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었소. '칼의 노래'부터 이제껏 내가 떠들어온 얘기는 단 하나요. 인간은 아름답다는 것이오."

실제로 그는 몸에 집착해왔다. 그의 주인공들은 전쟁터에 있거나 죽음을 경험 또는 목격하거나 죽음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죽음은 결국 몸의 시효에 관한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자전거를 유독 밝히는 것도 땅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다. 몸은 김훈 문학의 본령일 수 있다.

기사 모두(冒頭)는 이른바'김훈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러 흉내낸 문장이다. 형용사는 극히 배제하고 비유는 최대한 삼간다. 작가는 이야기 개입을 꺼린다. 정히 끼어들고 싶으면 대사로 표현한다. 사실을 수시로 인용하는 묘사는 치밀하고 가차없다. 호흡보다 짧은 문장은 사건을 따라 무연히 나아갈 뿐이다. 하여 그의 문장은 기록에 가깝다. 여기서 연상되는 두 가지. 그가 대학교 때 처음 읽었다는 '난중일기'와 27년간 "밥벌이를 위해" 썼다는 신문의 보도 기사다. 기사체에 갇힌 사고를 경멸했던 기자는 작가가 된 오늘 기사체의 치열함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 "아이러니 아니냐"고 묻자 "삶과 죽음이라는 도저한 문제를 나는 호들갑 떨며 말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

인터뷰 다음 날. 그가 신문사 근처로 찾아왔다. 그리고 "약력을 꼭 이렇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내 몸뚱아리로 만들어낸 유일한 자랑거리"라는 이유를 댔다. 부탁대로 약력을 적는다.

글=손민호, 사진=최정동 기자


◆1948년 서울 출생
◆현 자전거 레이서. 평균시속 21.5㎞, 내리막 최고시속 54㎞  

2005.09.20 21:49 입력 / 2005.09.21 0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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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미당·황순원문학상] 황순원상 심사평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2151501471a000a200a220.html

50대 두 자매의 인생 허무, 긴장감 있게 꾸며



▶ 황순원문학상 최종심사 장면. 왼쪽부터 심사위원 김치수·김원일·조남현·황현산·전상국씨. 신인섭 기자

본심에 오른 10편 모두에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두 가지 경향이 읽혔다. 인물이나 사건을 가장 인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시각을 찾기 위해 특이한 화자를 내세운 서술 방식과, 메인스토리의 의미를 늘리기 위해 이질적인 텍스트를 끌고 들어온 구성이다.

구효서의 '소금가마니'는 작가가 어머니의 삶을 그려 나가면서 내내 지녔던 외경심이 독자들에게 거의 그대로 전해질지 의문을 안겨 준다. 어머니와 박성현의 관계가 좀더 구체적이고 흥미있는 내용을 갖추었더라면,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을 이끌고 들어온 수고가 더 빛을 발휘했을 것이다. 은희경의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은 메인스토리와 소련 코스모나츠 비화가 작가 나름의 감상(感傷)을 완전히 제어하지 못한 채 부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말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문장 한 줄에서부터 전체구성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치밀하게 조립해 가는 능력은 은희경이란 작가의 원숙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에서는 작가 박민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세대 작가도 가난이라는 소재를 신선하게 처리할 줄 안다는 실례를 남긴 점, 눈물을 안으로 숨기는 희극적 터치를 꾀한 점, 끝부분에 가서 기린을 등장시켜 환상성의 기능을 한껏 살려낸 점 등에서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임철우의 '나비길-황천이야기2'는 나비떼의 출몰이라는 환상성과 황천이발관 주인이 드러내는 기괴함을 잘 연결했다. 그러나 나비선생이 끝내 자살하기까지의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다는 평이었다.

김훈의 '언니의 폐경'과 김연수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은 전통적인 서사담론과 실험적인 서사담론, 또는 세태소설로의 귀결과 탐구소설에의 지향과 같은 차이를 보인다. 반면 독특한 서술자를 설정하여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연수는 이번에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수상작으로 결정된 김훈의 '언니의 폐경'은 여동생의 목소리로 50대 두 자매가 겪어가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촘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교직해내고 있다. 갈수록 정확성과 힘을 더해가는 작가 특유의 필치로 세태비판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데까지 나아갔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심사위원=전상국.김치수.김원일.황현산.조남현(대표집필:조남현)
사진=신인섭 기자  

2005.09.20 21:51 입력 / 2005.09.21 0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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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최종심에 올라온 10명의 시인, 10명의 작가와 추천작들에 대한 소개 및 심사평들의 모음입니다.      ---poemgate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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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최종심 후보 20명 확정


http://news.joins.com/et/200508/08/200508082035096731a000a010a011.html

내달 22일께 수상작 발표


제5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최종심 후보가 확정됐다.

시인을 시상하는 미당문학상에선 고재종.고형렬.김명인.김신용.나희덕.문인수.문태준.송재학.이재무.최하림 시인(가나다순) 등 10명이 최종심에 올랐다. 작품을 시상하는 황순원문학상에는 '소금가마니'(구효서),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김연수) 등 10편이 뽑혔다.

수상작은 다음달 초 최종심을 거쳐 22일 본지 창간기념일을 즈음해 발표된다. 본지는 최종심에 오른 각 부분 후보자의 작품세계를 이번 주부터 상세히 소개한다. 미당.황순원문학상은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고 LG가 후원한다. 상금은 미당문학상이 3000만원, 황순원문학상이 5000만원이다.


<그래픽 크게보기>


◆미당문학상=2심은 5일 오후 서울 정동 문예중앙 사무실에서 열렸다. 심사위원은 선고위원이었던 유성호(41.교원대 교수)씨를 비롯해 김진수(41.동덕여대 강사).박수연(42.충남대 강사).이혜원(40.고려대 교수)씨가 맡았다. 심사 대상에 오른 시인은 모두 39명. 1심에서 선고위원(유성호.김수이)이 추천한 35명과, 대학이 추천한 13명 가운데 선고위원 추천과 겹치지 않은 4명이다.

본지와 문예중앙은 2심 후보로 오른 시인 39명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문예지에 발표한 작품을 일일이 수집해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심사위원에게 전달했다. 3주간 후보작품을 검토한 심사위원은 5일 각자 선정해 온 최종심 후보 10명을 공개하면서 합동 심사를 시작했다. 이 결과 김명인(60).문태준(35) 시인이 전원 추천을 받았다. 이들 두 명은 별도 논의없이 본심 후보로 확정됐고 다른 후보는 논의와 투표 등을 거쳐 결정됐다.

특히 문태준 시인은 여러 이유로 주목을 받았다. 1심에서 4개 대학(서울대.고려대.한국교원대.한양여대)의 추천을 받아 시.소설 통틀어 최고 인기를 증명하더니, 이번 2심에 오른 후보작이 무려 41편에 달해 다시 화제에 올랐다.

김신용(59) 시인도 이목을 끌었다. 날품팔이.지게꾼.부랑자 경험을 시로 승화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왔지만 문학상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그다. 유성호 위원은 "험난한 삶의 체험을 미적으로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학추천 13명 가운데 김명인(경기대).나희덕(동국대).문태준 시인이 최종심에 올랐다. 대학 수로 보면 6개 대학의 추천 시인이 최종심에 올랐다.

◆황순원문학상=2심은 2일 오후 문예중앙 사무실에서 열렸다. 선고위원이었던 김형중(37.전남대 강사)씨와 강상희(41.경기대 교수).김미현(40.이화여대 교수).김동식(38.서울대 강사)씨가 심사를 맡았다. 심사대상은 모두 36편. 선고위원(김형중.김영찬) 추천작 30편과 대학이 추천한 15편 가운데 선고위원 추천과 겹치지 않은 6편이다.

심사위원들은 3주쯤 전 후보작을 받아보고 각자 대상을 고른 뒤 이날 심사에 임했다. 각자 후보작 10편을 냈는데 전원이 추천한 작품은 두 편이었다. 김연수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과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이 두 작품은 최종심 후보로 직행했고 나머지 작품들은 3시간 가까운 논의를 거쳤다.

전반적인 특징이라면 30~40대 작가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최연소자 김연수(35)씨를 비롯해 박성원.박민규.하성란씨가 30대고, 윤대녕.성석제.은희경.구효서씨가 40대다. 임철우.김훈씨는 50대다.

대학추천작 15편 중에선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서울대.경기대) ,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이화여대.중앙대), 성석제의 '잃어버린 인간'(동국대), 윤대녕의'탱자'(강원대), 김훈의 '언니의 폐경'(단국대) 등 5편이 뽑혔다. 7개 대학 추천작이 최종심에 오른 셈이다. 시.소설 부분 모두 최종심 후보를 추천한 대학은 서울대.동국대.경기대 등 세 학교다.

손민호 기자  

2005.08.08 20:35 입력 / 2005.08.09 0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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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①


http://news.joins.com/et/200508/11/200508112102000471a000a010a011.html

시 - 고재종'독학자'
소설 - 구효서 '소금가마니'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하는 제5회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의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후보 작품과 시인.소설가의 작품 설명과 심사에 참여한 평론가의 해설 등을 담아 모두 열 차례 연재합니다. 올해는 누가 영광을 차지할 것인지 지켜봐 주십시오. 연재 순서는 시인.소설가 이름의 가나다순입니다.


    시 - 고재종'독학자'

    깬 소주병을 긋고 싶은 밤들이었다 겁도 없이


    돋는 별들의 벌판을 그는 혼자 걸었다 밤이 지나면

    더 이상 살아 있을 것 같지 않은 날들이었다

    풀잎 끝마다 맺히는 새벽이슬은 불면이 짜낸 진액

    같았다 해도 해도 또다시 안달하는 성기능항진증

    환자처럼 대책 없는 생의 과잉은 끝이 없었다

    견딜 수 없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다 어쩌다 만난

    수수모감처럼 그에겐 고개 숙이고 싶은 푸른 하늘이

    없었다 아무도 몰래 끌려가서 아무도 몰래

    들짐승들이 유린한 꽃의 비명을 들을 수도 없었다

    (부분, 문학사상 2004년 10월호 발표)



◆고재종 약력

▶1959년 전남 담양 출생 ▶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바람 부는 솔 숲에 사랑은 머물고'(87년) '사람의 등불'(92년) '그때 휘파람새가 울었다'(2001년) 등 다수 ▶신동엽 창작기금(93년), 소월시문학상(2001년) 수상 등 ▶미당문학상 후보작 '독학자'외 27편


생태시인 놀라운 변신 내면의 절망 파고들어

고재종 시인은 지난해 갑작스레 시 세계가 변했다. '독학자'란 시에서 알 수 있듯, 시적 자아는 고독하고 내면은 황량하다. 자살을 작심한 이의 심정이 떠오를 정도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농촌시, 생태시의 작가였던 그가 느닷없이 참담하고 절망스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까닭은 다소 의외의 곳에 있었다. 이라크 전쟁이었다.

"작년 김선일씨가 죽은 소식은 충격이었다. 인류의 이성과 문명에 깊은 회의가 들었다. '이것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외부의 절망은 자연스레 내 안의 절망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내 안에서 절망과 죽음을 수용해낼 때 내 생태시도 비로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도 시인의 변화를 감지하고 주목했다. 하여 "시 세계가 정점에 올랐다는 느낌을 주었다"(유성호)고 평할 만큼 현재 그의 작품성을 높이 샀다. 대신 이런 지적도 있었다.

"자연을 가장 중요한 시적 소재로 삼던 시인이 지난해부터 의미가 충만한 작품을 생산하고 있다. 시적 비약이란 의미에서 한자어나 관용어를 인용하는데 툭툭 걸리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시인은 "의도적인 시도였다"며 "평론가가 의중을 못 읽었다"고 답했다.

"예전에 시를 쓸 때는 완성도를 지나치게 따졌다. 하여 너무 매끄럽다는 소리도 들었다. 생태시를 쓸 때는 적절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내면의 죽음을 말하려 한다. 시를 읽으면서 사유를 하게끔 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때로는 툭툭 걸려야 맛이라고 생각했다."

시인은 지금 광주에 산다. 고향인 전남 담양에서 최근 옮겨왔다. 이제 농사는 짓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여기저기에 강의를 나간단다. 수화기 너머 울리는 남도 사투리가 정겹다. 농부의 갈라 터진 손등 같은 시를 생산하던 남도 시인이 절망을 말하는 시절이다. 내몰리듯 절망을 말해야 하는 시절이다.





소설 - 구효서 '소금가마니'

◆작품 소개

어머니 유품에서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 일어판을 발견한 나. 무학인 어머니가 일어로 된 철학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뒤이어 자연스런 회상. 아버지는 늘 어머니를 때렸고 어머니는 두부를 만들어 팔아 가족을 연명했다. 두부를 내기 위해, 그러니까 간수를 내기 위해 헛간엔 늘 소금가마니가 쌓여있었고…. 소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피붙이의 고단한 삶을 들춰낸다. 소재와 주제 면에서 한국 문학의 적통을 잇는 작품이란 평이다.

(창작과비평 2005년 봄호 발표)



◆구효서 약력

▶1958년 인천시 강화 출생 ▶87년 중앙일보로 등단 ▶장편 '늪을 건너는 방법'(90년) '낯선 여름'(94년) 등, 소설집 '노을은 다시 뜨는가'(90년)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93년)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95년) 등 다수 ▶한국일보 문학상(94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소금가마니'



궁핍한 시절의 어머니 그 눈물처럼 짠한 울림


소설가 구효서는 상복 없는 작가로 통한다.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숱한 화제작을 낳았지만 겨우 한차례 상을 받았다. 94년작 장편 '낯선 여름'이 홍상수 감독을 세상에 알린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원작이라는 걸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지난해 황순원문학상에서도 수상작 '보물선'(김영하)과 열띤 경합을 벌였다.

올해도 그의 작품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심 심사위원의 심사평이다.

"그저 평범할 뿐인 전 시대 아낙으로서 어머니의 삶과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적 성찰을 병치시켜 일상의 삶에 철학적 깊이를 부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이즈음 하나의 경향을 형성하고 있는 인물사적 소설 쓰기의 백미라 할 만하다."(김형중)

스토리는 다소 평범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의 혼란함과 어머니의 고단한 삶 옆에 폭력적인 아버지와 두부를 만들어내는 가족의 '밥줄' 소금가마니가 자리 잡고 있다. 한편의 6.25 특집 드라마를 본 듯한 느낌이다. 대신 소설은 쫀쫀하다. 등장 인물마다 얽히고설킨 갈등과 이들이 벌이는 갖가지 사건이 매우 유기적으로 배치됐다. 작가의 노련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여 이 짧은 소설은 하나의 시대성을 획득한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이 시대 모두의 어머니로 읽히는 이유다. 한데 왜 '소금가마니'일까. 작가의 말이다.

"콩으로 두부를 내기 위해 간수를 내는 장면을 본 적 있느냐. 짜내는 간수는 흡사 눈물과 같다. 맛 또한 그렇다. 그때 어머니가 쏟았던 많은 눈물은 간수처럼 짜고 썼을 것이다. 헛간에 쌓인 소금가마니는 가족의 밥줄이다. 하지만 어둡고 습한 곳에 존재한다. 아니 그런 곳에서만 존재해야 한다. 지난 시절 한 번도 화려하게 살지 못한 어머니의 삶과 소금가마니는 결국 같은 것이다."

다시 읽어보니 꼭 맞다. 작가는 짐작보다 한참 치밀하고 노련했다.


손민호 기자
 

2005.08.11 21:02 입력 / 2005.08.21 20: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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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②


http://news.joins.com/et/200508/16/200508160525562271a000a200a220.html

문명에 대한 신랄한 태도
일상을 무게감 있게 표현


고형렬 시인은 소위 '창비시선'의 다른 표현이었다. 창작과비평사 시집 편찬에 관여한 1985년부터 20년 동안 200권 넘게 출간했다. 이 세월 동안 창비의 시 세계는 시인 고형렬의 그것이었다. 그 일을 올초 그만뒀다.

"벌써 쉰살이 넘었거든요. 내가 낡아가는 건 아닌가, 자신에 대해 너무 친숙해진 건 아닌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단입니다. 이제는 자유롭습니다."

창비 경향의 시가 대체로 묵직한 것처럼 그의 작품도 무게감이 있다. 쉬이 읽히는 편도 아니다. 하나 읽을수록 느낌이 다르다. 거대 사상을 말하는 듯 싶지만 시는 의외로 일상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심사위원도 비슷한 평이다. 김진수 위원은 "사물들의 세미한 움직임을 묘사하면서도 자유로움에 대한 욕망과 운명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있다"며 "서사적 골격을 가지면서도 서정적 집중을 이루어내는 성공적인 시편이 많이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용한 시 '음악을 죽인 거리'로 돌아가자. 처음엔 느낌이 섬뜩하다. 그러나 이내 문명에 대한 신랄한 태도가 읽힌다. 시인의 해설을 옮긴다.

'아침 출근길 도심 횡단보도. 이어폰(레시버)으로 음악을 듣고 있던 여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여자는 심하게 다쳤고, 그녀의 음악 상자는 박살났다. 아마도 그녀 주위엔 행인이 많을 것이다. 아침 출근길 경악스러운 장면을 그들은 둘러서서 지켜볼 것이다. 순간 모든 것이 정지한 듯 조용할 것이고, 그녀가 듣던 음악도 멈출 것이다. 그때 음악은 스스로 죽은 게 아니다. 살해된 것이다.'

보름 전 시인은 몽골에 있었다. 지난해엔 러시아 사할린에도 갔다왔다. 북태평양 베링해에서 연어가 찾아오는 10월이면 강원도 삼척의 오십천도 찾을 생각이다. 최근 그의 행적은 '동아시아적인 것'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적인 것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삼갔다. "요즘 주목하는 화두"라고만 했다. 시인 고형렬의 변화를 조심스레 점쳐본다.

손민호 기자

    시 - 고형렬 '음악을 죽인 거리'

    오래된 순간이었다,

    음악 상자가 길바닥에 떨어진 것은

    치아교정이 부서지고 옷이 찢어졌다 하체가 해체됐다

    보청기 모양의 아기, 고무 타이어에 으깨지고

    모든 기능은 멈추었다

    그녀의 귓구멍만한 레시버, 생의 거짓이 도로에 누웠다

    바리케이트 너머 사이렌을 울어도

    환한 열 손가락은 하늘을 향해 모두 폈다 마디에 그녀의

    힘이 빠져나가는 도심

    흩어진 머릿결 속에서 빨간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고,

    한 마리, 피의 줄기 같은 우스꽝스럼

    음악이 죽은 거리는 갑자기 어느 생의 아침이 딱 멈춘

    텅빈, 비현실 도로

    나는 매일 그녀가 죽은 그 자리를 피해 건넌다

    마치 펭귄이 남극에서 달로 건너듯

    왼쪽 뺨과 오른쪽 귀에 음악이 파닥이는 오전 8시

    한 여자가 아스팔트에 작은 코를 박고

    쓰러져, 울고 있다.

    (불교문예 2005년 봄호 발표)


◆ 고형렬 약력

▶1954년 강원 속초 출생 ▶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청봉 수박밭'(85년) '성에꽃 눈부처'(98년) '김포 운호가든 집에서'(2001년) 등 다수 ▶지훈상(2003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음악을 죽인 거리'외 15편

산악원정대 이야기 속에
왕오천축국전 메시지가 …



김연수씨는 지금 독일에 있다. 앞으로 석달간 독일대사관 초청으로 밤베르크라는 고도에 머물 예정이다. e-메일로 "거기서 뭐하냐" 물었더니 "하루 종일 북적이는 관광객 보면서 소일한다"고 속 편한 답을 보냈다.

70년대산 소설가 김연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는 작가다. 그가 부단히 추구해온 메타텍스트(Metatext)적인 글쓰기는 이제 '김연수적'이라는 평까지 낳고 있다. 후보작에서도 그의 특장은 여실히 드러난다. 겉으로는 낭가파르바트 원정대의 이야기이지만 속으로는 '왕오천축국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물었다. 본래 무엇을 쓰고 싶었냐고.

"오래 전부터 혜초의 여행기에 끌렸다. 특히 이런 문장이다. '풍속이 지극히 고약해서 혼인을 막 뒤섞여서 하는 바, 어머니와 자매를 아내로 삼기까지 한다.'삶의 극단에까지 가본 사람에 대한 비유처럼 들렸다. 원래 생각한 소설에선 '왕오천축국전'에 주석을 단 실제 인물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막상 글을 써보니 낭가파르바트를 최초로 등정한 헤르만 불에게 더 끌렸다. 그래서 '왕오천축국전'을 읽는 산악인이 등장한 것이다."

그의 소설은 심심풀이용이 아니다. 동서양의 숱한 고전이 수시로 인용된다. 인문학적 소양 없이는 독해가 어려운 작품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용되는 고전이 단지 소재로만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소재를 토대로, 때로는 소재의 해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메타텍스트적인 글쓰기라는 평은 이래서 붙었다. 그의 시도가 유독 돋보이는 건 "여러 겹의 이야기를 무리없이 한 편의 이야기 속에 용해시키는 놀라운 축조술"(김동식) 덕분이다.

히말라야 원정대의 일상이 워낙 생생해 "원정대를 따라가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한번도 없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몇몇 등정기를 읽어봤을 따름"이란다. 공부 많이 한다고 소문난 작가에게도 "소설은 상상력의 소산"이었다.

손민호 기자

소설 - 김연수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 작품 소개

1988년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자 낭가파르바트 원정대가 구성된다. 그 원정대에 합류한 그. 원정에 나선 사연과 험난한 여정이 소설의 줄거리다. 전개되는 사건은 이게 전부지만 소설을 이해하기에는 턱없다. 원정을 떠나기 전부터 그가 줄곧 읽고 외우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또 다른 줄거리를 이루기 때문이다. 원정대와 관련한 사건이 씨줄이라면 '왕오천축국전'은 날줄이다. 씨줄과 날줄은 정치하게 교직한다. 김연수다운 작품이란 평이다.

(문학수첩 2005년 봄호 발표)

◆김연수 약력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작가세계'문학상 받으며 등단 ▶장편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94년) '꾿빠이 이상'(2001년) 등 다수, 소설집 '스무살'(2000년)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년) '나는 유령작가입니다'(2005년) ▶동서문학상(2001년), 동인문학상(2003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  

2005.08.16 05:25 입력 / 2005.08.16 06: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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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③


http://news.joins.com/et/200508/18/200508181053041101a000a010a011.html

    시 - 김명인 '심해 물고기'


    구름에 걸터앉아 심해 낚시꾼들이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눈높이까지 꼬리를 치렁대면서

    흥건하게 퍼덕거림을 쏟아놓는 저 물고기

    찢긴 아가미 사이로 피도 조금 내비치고 있다

    심해는 어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잡혔을까 발광의 몸 둥글게 말아

    천 길 캄캄한 무덤 사이로

    고요히 헤엄쳐 다녔을 저 물고기

    수압을 견딘 무거운 납의(衲衣)를 벗고

    한 번도 들어올려보지 못한 듯 천근 공기를 밀치고 있다

    심해는 크고 작은 운석의 산실이어서

    두터운 고무옷 껴입고

    머리에 철뢰를 두른 잠수부들도 다녀올 수 없는 천심(千尋)

    물고기 한 마리가 하늘 길이로 끌고 간다

    서슬 푸른 비늘 한 잎 꽂아두려고

    저 물고기 천애(天涯)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일까

    (문예중앙 2004년 겨울호 발표)


◆ 김명인 약력

▶1946년 경북 울진 출생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동두천'(79년) '물 건너는 사람'(92년) '푸른 강아지와 놀다'(94년) '바다의 아코디언'(2002년) 등 다수 ▶김달진문학상(92년) 소월시문학상(92년) 동서문학상(95년) 현대문학상(2000년) 이산문학상(2001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심해 물고기' 외 10편

일출을 고기 낚기에 비유
허 찌르는 상상력의 바다


김명인 시인은 예심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추천을 받았다. 올해로 시력(詩歷) 32년째. 소월.이산.현대문학상 등 시 부문 주요 문학상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심사위원들이 시인의 화려한 이력에 손을 든 건 아닐까. 물론 아니다.

"한 구절 한 구절 빛나는 시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 구절 빼 보라고 하면 누구도 못 빼는 시인이다(김진수)."

"사물을 상식에서 다루지 않는다. 산문적인 불편함이 있지만 시인은 사물의 원형을 응시한다. 미당문학상이라는 시적 상징과 가장 어울리는 시인일 것이다(유성호)."

그의 시엔 유달리 바다가 자주 등장한다. 심사위원 추천작 '심해 물고기'도 시인이 지난해 고향집에 머물 때 수평선 너머 치솟는 해를 보고 시로 옮긴 것이다. 한데 그 비유가 허를 찌른다.

그가 묘사한 일출은 '천길 캄캄한 어둠 속 심해에서 고요히 헤엄치던 물고기를 구름 위에 걸터앉은 낚시꾼이 끌어올리는 순간'이다. 동해 일출을 이처럼 묘사한 시는 일찍이 없었다. 사물을 상식에서 다루지 않는 시인의 미학이 발휘된 대목이다. 그에게 바다란 무엇일까.

"청년이 되기까지 난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다. 바다는 지금도 일종의 원형적인 상상력으로 남아있다. 바다는 트인 공간이면서 닫힌 공간이다.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만 벗어날 수 없다. 바닷가엔 물과 뭍이, 소금과 모래가 공존한다. 경계인으로서 갖는 나의 상상력은 온전히 바다에서 연유한다."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시인은 올해 연구년을 받아 수업이 없다. 통화가 된 16일 그는 경남 사천 앞바다 섬에 있었다. "연구는 안 하고 여행만 다니시느냐"고 농삼아 물었더니 "시 가르치는 교수가 사람 사는 모양 열심히 보고 경치 많이 구경하는 게 연구지요"라고 바로 되받아쳤다.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있는 시선은 부지런한 관찰에서 비롯하는 모양이다.

손민호 기자

소설 - 김훈 '언니의 폐경'

◆ 작품 소개

50대 자매의 이야기. 별 다른 사건 전개 없이 두 여성의 섬세한 심리 묘사가 소설을 지탱한다. 소설은 뜬금없이 시작하고 불현듯 끝이 난다. 작중 화자 '나'는 남편과 이혼 수속을 밟고 있다. 남편은 젊은 여자가 있고, 나는 남편의 부하 직원과 연인 사이다. 막 폐경을 맞은 언니와 나는 한강 하구, 강과 바다가 뒤섞이는 동네에 따로 산다. 둘의 아파트는 강을 마주보고 있다. 소설 말미 나는 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월경에 왜 경 경(經)자를 쓰는 거야?"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발표)


◆ 김훈 약력

▶1948년 서울 출생 ▶95년 장편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발표하며 등단 ▶장편 '칼의 노래'(2001년) '현의 노래'(2004년), 중편 '개'(2005년) ▶동인문학상(2001년), 이상문학상(2004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언니의 폐경'

꼼꼼히 파고든 폐경 문제
생사 이치 절묘하게 암시

'언니의 폐경'은 예심에서 가장 오랫동안 논의한 작품이다. 본심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한 게 아니다. '김훈의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가 문제였다. 심사장은 '김훈론'을 놓고 패가 갈렸다.

"김훈이 월경과 폐경의 문제를 여성의 목소리로 말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김미현)."

"한국 문학사에서 50대 여성을, 50대 여성의 몸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작품일 것(김형중)."

토론이 가능했던 이유는 지은이가 김훈이어서다. 당대 문단에서 김훈은 가장 남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작가로 통한다. 그가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가장 내밀한 폐경 문제를 파헤치듯 썼다. 이 사실 만으로 소설은 충분히 화제가 됐다. 다짜고짜 물었다. "힘들지 않았어요?"

"나로서는 매우 어려웠소. 정말 어려웠소. 여자를 통해서 말을 하려니까 정말 힘들더이다.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럼에도 꼭 쓰고 싶었소."

소설은 무엇보다 디테일에서 빛을 발한다. 핸드백.생리대.화장품 등 여성 전용품이라고 여겨온 것들을 묘사한 부분은 "여성으로서 벗은 몸을 들킨 것처럼 치명적이고 기분 나빴다(김미현)"는 평을 들었을 만큼 치밀했다. 남편의 스웨터에서 건강하고 기다란 머리카락을 끄집어내며 젊은 여자가 생긴 걸 짐작하는 장면이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한강 하구 묘사를 통해 소멸과 생성을 넌지시 암시하는 대목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설 말미, 전체를 관통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질문이 등장한다. 언니에게 "월경에 왜 경 경(經)자를 쓰느냐"고 묻는 장면이다.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경'은 텍스트라는 뜻이오. 모든 것의 근본이란 말이지. 그래서 월경은 사람의 근본이 되는 거야. 사람이 낳고 살고 죽는 것의 근본 말이오. 더 이상 월경이 없다는 건 소멸을 준비하라고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월경 때 하필이면 피가 나와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피. 그 피를 버려야 인간은 다시 생산을 할 수 있거든. 사실 이 얘길 하고 싶었어요."

손민호 기자  

2005.08.18 10:53 입력 / 2005.08.30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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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④



http://news.joins.com/et/200508/19/200508192050177531a000a200a220.html

    시 - 김신용 '환상통'
    날품 팔고 노숙하며 30여년 진한 삶의 체험이 진짜 시로

    새가 앉았다 떠난 자리, 가지가 가늘게 흔들리고 있다


    나무도 환상통을 앓는 것일까?

    몸의 수족들 중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듯한, 그 상처에서

    끊임없이 통증이 베어 나오는 그 환상통,

    살을 꼬집으면 멍이 들 듯 아픈데도, 갑자기 없어져 버린 듯한 날



    한때,

    지게는, 내 등에 접골된

    뼈였다

    목질의 단단한 이질감으로, 내 몸의 일부가 된

    등뼈.



    언젠가

    그 지게를 부수어버렸을 때, 다시는 지지 않겠다고 돌로 내리치고 뒤돌아섰을 때

    내 등은,

    텅 빈 공터처럼 변해 있었다

    그 공터에서는 쉬임없이 바람이 불어왔다

    (부분, 시작 2004년 겨울호 발표)


    ◆약력

    ▶1945년 부산 출생▶88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시집'버려진 사람들'(88년) '개 같은 날들의 기록'(90년) '몽유속을 걷다'(98년)▶'환상통'(2005년), 소설 '고백'(94년) '기계 앵무새'(97년)▶미당문학상 후보작 '환상통' 외 17편


    김신용. 그는 한국 시단에서 유일한 존재다. 여느 시인 지망생이 학교에서 시를 배울 때 그는 서울 남산도서관에서 쉼없이 책을 대출했고, 여느 시인이 서늘한 서재에서 사색에 빠질 때 그는 뙤약볕 아래서 보도블럭을 까는 틈틈이 종이를 꺼내들었다. 그는 부랑자 생활 30년을 온몸으로 노래해온 시인이다.

    '나는 아직 그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했거나/경의를 표할 마음도 없지만/이 짝눈의 늙은 시인에겐 귀싸대기 한 대쯤/기꺼이 맡겨도 좋으련./…/양동 지게꾼 출신인 그의 무거운 등짝에 실려/여기까지 둥둥 떠 온 불안한 세상의 무게 앞에,/…/온몸으로, 온몸으로, 시를 밀어온 그의 전 생애 앞에, 겸손히 머리 숙여 처분을 기다려도 좋으련.'(김영현,'김신용의 시'부분)

    "내 얘기를 김영현이가 시로 썼다"며 자랑스레 시집을 꺼내보이는 환갑된 시인의 얼굴은 해맑았다. 지난 시절, 오로지 한끼 밥을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던 시절을 말할 때도 시인의 얼굴은 밝았다. 20년 넘게 지게를 짓고 산 탓에 요즘에도 통증에 시달린다는 시 속에서도 시인은 담담했다. 서울역 앞 양동에서 지게지고, 날품팔고, 노숙하며 30년을 살아온 그는 너무도 반듯했다. 너무 해맑고 반듯해 자꾸만 목이 메었다.

    누구도 시를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는 묵묵히 시를 썼다. 몇 편의 시가 최승호 시인에게 건네진 1988년 문단에 첫 발을 디뎠다. 당시 문단에선 일대 사건이었다. 새로운 신인이 등장했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의 시가 체험에서 비롯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얼마 뒤, 문단은 차라리 경악에 빠졌다.

    예심에서 그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굉장히 진하고 강한 삶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시인이다. 체험을 드러내기에 그치기 쉬운 데 미적으로 끌고가는 힘이 굉장하다. '이 시는 진짜'라고 느껴진다(이혜원)." 올해 미당문학상 최종심에서 최고의 화제 인물은 단연 김신용 시인일 것이다.

    손민호 기자




    소설 - 박민규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예측불허의 상상력 뒤켠에 현실에 대한 시퍼런 비판이

    ◆작품 소개

    나는 집안 어려운 상고생이다. 원래 좀 노는 편이었다. 그러나 중학생 때 아버지가 일하는 허름한 사무실에 도시락 심부름을 갔다온 뒤로 조용한 소년이 됐다. 주유소와 편의점에서 일하는 와중, 전철 푸시맨 아르바이트도 맡는다. 열심히 사람을 밀어내던 어느날 아버지를 밀어넣기도 한다. 그러던 겨울 어느날 아버지가 사라진다. 계절이 바뀌고 양복 차림의 기린이 전철역에 나타난다. 난 기린이 아버지란 생각을 하고 기린에게 집안의 근황을 전한다. 그러자 기린이 말한다.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약력

    ▶1968년 경북 울산 출생▶2003년 문학동네로 등단▶장편 '지구영웅전설'(2003년)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년), 소설집 '카스테라'(2005년)▶한겨레문학상(2003년), 신동엽창작상(2005년)▶황순원문학상 후보작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단언컨대 작가 박민규는 오늘날 가장 논쟁적인 작가다. 그의 낯선 문법에 열광하는 독자를 보면서 평론가들은 팽팽히 맞선다. 그의 출현을 '대한민국 문학사 통틀어 가장 신선한 사건'이라고 옹호하는 축이 있는 반면, 심지어 '그의 사진을 보면 이게 어디 소설가냐란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부류도 있다. 예심에선, 심사위원 전원 추천을 받았다.

    박민규 식으로 박민규를 잠깐 살펴보자. 이름하여, 박민규에 관하여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두가지. 한 문예지(지금은 망해서 없어졌다) 편집장 시절이던 시절 그는 작가 사진을 전담했다. 별 이유는 없었다. 편집장이었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다. 그때 오만가지 표정을 짓는 문인들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손가락.시계.구두 뭐 이런 것들만 찍었다. 그리고 자신의 지위를 다시 활용해 사진을 대문짝 만하게 실었다. 그는 '초강력 슈퍼 울트라' 공처가이기도 하다. 아내의 신발끈이 풀어지면 길을 걷다가도 무릎 꿇고 앉아 그녀 신발 위에 어여쁜 리본을 만든다. 그리고 쑥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그러면 아내는 '야쿠르트 아줌마'처럼 활짝 웃는다.

    그의 소설에서 주인공은 대체로 소외된 계층이고, 대체로 세상에 순응한다. 푸시맨 상고생의 생각 한 토막이 좋은 예다. 편의점 사장이 아르바이트하는 여자애의 허벅지를 만진다. 그때 나는 '허벅지를 만지면 시간당 만원을 줘야 되는 게 아닌가''만지는 게 나쁜 게 아니다. 그러고 고작, 1000원을 주는 게 나쁜 짓이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는 따뜻하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처럼 세상도 사랑한다. 그의 소설은 늘 낮은 곳의 사람을 말한다. 뜬금없이 기린이 출몰하는 예측불허의 상상력 뒤엔 현실에 대한 시퍼런 비판이 숨어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쩌면 피라미드의 건설 비결도 억울함이었는지 모른다. 지금 관두면 너무 억울해. 아마도 노예들의 산수란, 보다 그런 것이었겠지'같은 문장이 나올 수 없다. 왜 하필 기린일까. 작가의 답이다.

    "자본주의가 가장 어쩔 수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손민호 기자  

    2005.08.19 20:50 입력 / 2005.08.20 06: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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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⑤


    http://news.joins.com/et/200508/21/200508212103095401a000a200a220.html



      시 - 나희덕 '와온(臥溫)에서' 외 6편

      산이 가랑이 사이로 해를 밀어넣을 때,

      어두워진 바다가 잦아들면서

      지는 해를 품을 때,

      종일 달구어진 검은 뻘흙이

      해를 깊이 안아 허방처럼 빛나는 순간을 가질 때,



      해는 하나이면서 셋, 셋이면서 하나



      (중략)



      저녁마다 일몰을 보고 살아온

      와온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떨기꽃을 꺾어 바치지 않아도

      세 개의 해가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찬란한 해도 하루에 한 번은

      짠물과 뻘흙에 몸을 담근다는 것을 알기에



      (중략)



      와온 사람들아,

      저 해를 오늘은 내가 훔쳐간다

      (부분, 문학사상 2005년 5월 발표)




    ◆ 나희덕 약력

    ▶1966년 충남 논산 출생 ▶89년 중앙문예로 등단 ▶시집 '뿌리에게'(91년)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94년) '어두워진다는 것'(2001년) '그곳이 멀지 않다'(2004년) '사라진 손바닥'(2004년) ▶김수영문학상(98년), 김달진문학상(2001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2001년), 현대문학상(2003년), 일연문학상(2005년), 이산문학상 (2005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와온에서' 외 6편



    *** 일렁이는 일몰 풍경 더욱 치열해진 시어

    나희덕 시인은 연배에 비해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미당문학상을 제외하고 유력한 상은 거의 다 받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올해도 상을 두 개나 받았다. 시집 5권에 6번 수상은 흔치 않은 이력이다.

    그러나 시인은 최근 시를 쓰지 않았다. 아니 "못 썼다"고 했다. 마지막 시집이 나온 게 지난해 이맘 때 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발표한 시는 다 합쳐야 7편이다. 그것도 올 3월 이후 발표한 것들이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컸다. 하지만 구체적인 출구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최근에야 시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시인은 지금 강원도 원주 토지문화관에 있다. 방학을 맞아 머물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면 광주로 돌아갈 생각이다(현재 조선대 국문과 교수다). 원주에서 방학을 보내는 동안 그는 "시만 썼다"고 말했다.

    변화의 흔적은, 그 꿈틀거림은 후보작에서도 감지됐다. '혼란스러운 내면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언어에 대한 관심도 보이기 시작한다. 더욱 치열해졌다고 할 수 있다(유성호).'

    시인의 생각도 심사위원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와온에서'도 그런 변화가 읽혀지면 좋겠다"며 "하늘의 해와 바닷물 속의 해와 뻘흙 속의 해가 셋이면서 하나인 것처럼, 원융의 정신을 향해 좀 더 열려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시 '와온에서'는 갈대밭 유명한 전남 순천 와온마을의 일몰 풍경을 그린 시다.

    "시적 기율이나 의미의 선명도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싶다. 시적 자아의 의지를 앞세우기 보다는 무의식적인 흐름에 몸을 실어보려고 한다."

    시인 나희덕은 단정하면서 따뜻했다. 어렵지 않으면서 삶의 비의를 포근히 감싸안는 시를 생산해왔다. 독자의 뜨거운 호응과 평단의 높은 평을 한꺼번에 받았던 이유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금 어려워질 것 같다. 시인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또한 통과해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각오가 다부지다.

    손민호 기자


    소설 - 박성원 '인타라망 -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5'

    ◆ 작품 소개

    주인공 나는 어느 병실에서 눈을 뜬다. 내 옆에는 낯선 남자가 앉아있다. 그는 나에게 "69일 만에 깨어났다"고 말한다. 온몸은 마비 상태다.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애써 생각해낸 집 번호는 없는 번호란다. 옆 병상의 어머니를 간병 중이던 남자는 이제껏 내 대소변을 받아냈다고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기억이 되살아난다. 아!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가만, 누가 나를 차에서 꺼내 집으로 데려왔다…. 여기까지만 소개한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막판 반전이 이 작품의 묘미이기 때문이다.(한국문학 2005년 봄호 발표)







    ◆ 박성원 약력

    ▶1969년 대구 출생 ▶94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 ▶소설집 '이상(異常), 이상(李箱), 이상(理想)'(96년) '나를 훔쳐라'(2000년) '우리는 달려간다'(2005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인타라망-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 5'



    *** 세상은 다 얽혀있다 ? 독특한 구성과 반전

    솔직히 말하자. 소설가 박성원이 황순원문학상 최종심 후보에 올랐다고 발표하자 문단에서 말이 들려왔다. 여태 여러 문학상에서 그는 자주 거론되지 않던 작가였다. 그러나 황순원문학상은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올해 심사 결과가 공정하고 당당했다고 자신한다. 작가의 후광에 기대지 않고 작품만으로 판단한 결과라는 사실을 작가 박성원은, 고맙게도 증명한다.

    그의 작품은 예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이성적 소실점에 대한 탐구가 보기 드물게 지적인 성취를 이룬 작품(김형중)"이며 "진실 이면에 숨은 또 다른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이 '학을 뗄' 정도로 치밀하게 구성돼 있다(김동식)"고 평가했다.

    소설 주제는 의외로 단순하다. 세상에는 이성이나 논리로 합리화될 수 없는 게 많다, 이성이나 논리는 어찌 보면 폭력과 같은 것이다 따위를 작가는 말한다. 적이 관념적인 주제지만 읽는 쪽에선 흥미진진하다. 이 점이 중요하다. 앞서 단순하다고 말했던 주제는 사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서야 물 밀듯이 몰려온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흩어진 사실들이 결말에 이르러서는 새로운 의미와 질서를 부여받는다. 독특한 구성은 독특한 작법에서 나오는 듯했다. 나름의 작품 구상 방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 이유다.

    "물론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우선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린다. 다음 거기에 맞는 사건을 만들고 인물을 배치하고 문장을 엮는다. 가장 신경 쓰는 건 역시 소설 구성인데 뒷부분을 먼저 구상하는 경우도 있다."

    후보작은 '우리는 달려간다 이상한 나라로'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 부제'인타라망'은 불교 용어다. '화엄경'에 나오는 말로 무한히 큰 그물을 뜻한다. 작가는 인타라망을 '한 명의 미국인이 살기 위해 수십여 명의 아프리카인이 굶는다'는 문장으로 풀이했다. 뉴욕에 폭풍우를 일으킨 베이징의 나비는 자신의 날갯짓이 불러올 사태를 짐작하지 못했으리라. 이 허점을 작가는 노린다. 주인공의 파국에 다다른 뒤에야 아둔한 우리는 깨닫는 것이고. 상기하자. 모든 것은 얽혀있다.

    손민호 기자  

    2005.08.21 21: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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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⑥


    http://news.joins.com/et/200508/24/200508242034234801a000a200a220.html

    평범한 일상을 제 것으로
    무겁지 않고 편안한 느낌



      시 - 문인수 '꼭지'


      독거노인 저 할머니 동사무소 간다. 잔뜩 꼬부라져 달팽이 같다.
      그렇게 고픈 배 접어 감추며
      생(生)을 핥는지,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걸어 올라간다. 골목길 꼬불꼬불한 끝에 달랑 쪼그리고 앉은 꼭지야,
      걷다가 또 쉬는데
      전봇대 아래 그늘에 웬 민들레꽃 한 송이
      노랗다. 바닥에, 기억의 끝이

      노랗다.

      젖배 곯아 노랗다. 이 년의 꼭지야 그 언제 하늘 꼭대기도 넘어가랴
      주전자 꼭다리처럼 떨어져 저, 어느 한 점 시간처럼 새 날아간다.
      (현대문학 2004년 7월 발표)

      ◇약력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늪이 늪에 젖듯이』(86년) 『세상 모든 집으로 간다』(90년) 『뿔』(92년) 『홰치는 산』(99년) 『동강의 높은 새』(2000년) ▶김달진문학상(2000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꼭지’ 외 26편


      시를 보자. 독거노인 할머니가 꼬불꼬불 골목길 올라간다. 달팽이처럼 꼬부라진 꼬부랑 할머니, 힘에 겨워 걷다 쉬다, 참 애터지게 느리게 골목길 올라간다. 동사무소에 가야 한다. 거기 가야 밥 한 술 기대할 수 있다. 고픈 배 접어감추며 동사무소로 고개 오르는 길은 옛날 젖배 곯아 세상 노랗게 보이던 보릿고개 견디던 때와 다르지 않다.

      시에서 '꼭지'는 할머니 이름이다. 아직도 우리네 할머니 중엔 '꼭지'란 이름이 흔하다. 딸을 내리 낳은 집안일수록 흔하다. 꼭지 따듯 그렇게 '딸년'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요즘 잣대로 너무 뭐라고는 하지 말자. 옛날 농경사회에서 자식은 대를 잇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먹거리 생산해야 할 노동력의 의미가 더 절실했으니까.

      올 환갑된 시인 문인수의 시다. 속내를 풀어냈을 때 시는 잔잔하고 아련하다. 하지만 소리내 읽으면 탱탱하고 생생한 맛이 살아난다. 시의 안쪽은 곰삭았어도 바깥은 젊다. 그건 시인이 '젊기'때문이다. 시인은 눙을 곧잘 치는데, 그 눙이라는 게 코미디보다는 개그에 가깝다. 질질 끌어 질척대지 않고 물방울처럼 톡톡 튄다. 시인과 대화하다 싱싱한 감각에 놀랐던 적 여러 번이다.

      예심 위원들은 문 시인의 이러한 점을 높이 샀다. '평범한 일상에서 너무 깊은 무게를 주지도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읽을 때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하는 시법을 터득한 시인이다(박수연).'

      시인은 등단이 늦다. 마흔 턱을 넘긴 뒤에야 문단에 발을 들였다. 사연을 들어보니 이거 원, '소설 한 권'이다.

      "어릴 때부터 문학이 전부였다. 그러나 군 제대 뒤 남에게 내 시를 보이는 게 부담스러웠다. 그때 나에게 시는 너무 아득하고 비현실적인 세계였다. 그 뒤로도 시를 썼지만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 난 '골방문학'을 했다. 골방에서 혼자 쓰고 혼자 읽는 문학. 마흔을 넘기고서야 아무런 지향도 없고, 영혼을 소진할 만한 가치도 없는 삶에 회의가 들었다. 그때 비로소 용기를 얻고 세상에 나왔다."

      오래 묵은 장(醬)일수록 달짝지근하고, 오래 삭힌 젓갈일수록 고소한 법이다. 시인 문인수를 읽고난 소감이다.

      손민호 기자


      소설 - 성석제 '잃어버린 인간'
      짐짓 심각한 역사적 소재
      특유의 익살?재치로 요리

      ◇작품 소개
      재당숙모의 부고를 받은 나. 고향으로 문상을 간다. 하지만 재당숙모에 관한 기억은 많지 않다. 고인은 재당숙 이한봉씨의 부인이고, 쌍둥이 형제를 뒀다는 사실 빼고는 가물가물하다. 상가에서 문중 어른들의 증언으로 ‘잃어버린 인간’ 이한봉의 삶을 하나씩 듣는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보도연맹 사건에 휘말려 국군에게 총살당할 뻔했다가 극적으로 살아났고, 이후 살아도 살아 있지 않은 인간으로 살다 갔다.(창작과비평 2004년 가을호 발표)

      ◇약력
      ▶1960년 경북 상주 출생 ▶86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소설집『그곳에 어처구니들이 산다』(94년) 『새가 되었네』(96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002년)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2005년) 등 다수 ▶한국일보문학상(97년), 동서문학상(2000년), 이효석문학상(2001년), 동인문학상(2002년), 현대문학상(2003년), 오영수문학상(2005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잃어버린 인간’


      약간의 산수가 필요하겠다. 재당숙모면 재당숙의 부인이다. 부부는 무촌이니, 여기선 산수가 필요없다. 재당숙은 아버지의 6촌 형제를 일컫는 말이다. 엄격히 말한다면 재종속이라 불러야 옳다. 하지만 4촌 바깥의 아저씨면 당숙으로 통칭하는 경우를 예서도 따른다. 나와 아버지는 1촌 사이니, 부고가 전해진 재당숙모는 촌수로 7촌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십촌을 넘어가지는 않았다.

      소위 '성석제 식'으로 시작해봤다. 그냥 친척 어른이라고 짧게 부르는 법이 없다. 판소리 사설 늘어놓듯 별것도 아닌(듯이 보이는) 사실에 뼈대를 얽고 살을 붙여 어엿한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후보작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앞서 줄거리를 소개한 것처럼 짐짓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읽어보면 다르다. '읽는 맛' 때문이다. 특유의 익살과 재치, 그리고 막판의 아련함은 변함이 없다.

      예심에선 작품 세계의 변화가 후보작에서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을 한 인물(이한봉은 독립유공자다)은 그의 소설에서 희귀했기 때문이다.'애매하고 흐릿한, 주변부의 인간을 주로 다뤘던 작가가 소위 영웅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해체했다(김형중).' 작가도 비슷한 생각일까.

      "글쎄, 난 동일한 인물로 보이는데. 이름이 있고 없고는 나한테 중요한 게 아닌데. 인간의 행적이나 삶이 세상과 부딪혀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의 문제는 늘 내 관심 대상이었고."

      사실, 늘 이런 식이다. 당대의 입담꾼은 한 번도 '어떻게 내 생각을 알아맞혔지?'하고 반기지 않는다. 엉뚱한 사연을 소설 중간에 끼워넣은 대목을 지목하면 "농담이지, 재미있지 않아?"라며 되묻고, 이유를 따지면 "사실 내가 재미있거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거기서 막혀버린다. 말에서나 글에서나 똑같이 발견되는 의뭉스럽고 능청맞은 특유의 화법은 의중을 감추려는 치밀한 공작일 수 있다. 아니면 굳이 작가의 속셈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으냐, 그냥 재미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미학일 수도 있고. 다시 성석제 식으로, 아니면 말고.

      손민호 기자  

      2005.08.24 20:34 입력 / 2005.08.25 04: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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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⑦


      http://news.joins.com/et/200508/25/200508252027379471a000a200a220.html


      시 - 문태준 '묽다'
      빼어난 어법에 묘한 리듬감
      세밀한 것을 잡아내 형상화



        새가 전선 위에 앉아 있다

        한 마리 외롭고 움직임이 없다

        어두워지고 있다 샘물이

        들판에서 하늘로 검은 샘물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논에 못물이 들어가듯 흘러 들어가

        차고 어두운 물이

        미지근하고 환한 물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물을

        섞이면서 아주 더디게 밀고 있다

        더 어두워지고 있다

        환하고 어두운 것

        차고 미지근한 것

        그 경계는 바깥보다 안에 있어

        뒤섞이고 허물어지고

        밀고 밀렸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 수 있다 그러나

        기다릴 수 없도록 너무

        늦지는 않아 벌써

        새가 묽다

        (현대문학 2005년 2월 발표)



      ◆약력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2000년) '맨발'(2004년) ▶동서문학상(2004년), 노작문학상(2004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묽다' 외 40편

      문태준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시인이다. 이제 갓 시집 두 권을 내놓은 1970년산 시인이지만 문단 안팎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는 상당하다. 미당문학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예심에서 심사위원 전원의 지지를 받았고 대학에서도 시인.소설가 통틀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작품 수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그는 무려 41편의 시를 발표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

      "세밀한 것을 잡아 깊이 끌고 가는 사유의 깊이가 느껴진다. 갈수록 시가 섬세하고 깊어진다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형상화 능력이나 어법이 매우 뛰어나다. 묘한 언어 리듬이 실려 있다. 많은 양이 발표됐지만 반복이 아니라는 점에서 놀랍다(유성호)."

      일상에서 만나는 시인은 순수하고 무던하다. 불교방송의 시사프로그램 PD로 일하고 있지만 언론인에게서 느껴지는 날카로움 따위는 없다. 낮고 느린 어조로 속삭이듯 전하는 말투도 그렇고, 표정 변화 심하지 않은 무덤덤한 얼굴도 그렇다. 자기 주장은 늘 뒷전으로 미루고 문단 선배에겐 깍듯하다.

      "지난 한해 너무 많은 시를 쏟아냈다는 생각도 들고, 시가 밥 짓는 일도 아닌데 때마다 밥상 차리듯 시를 써왔나 싶네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가 밥처럼, 밥 먹는 일처럼 늘 가까이서 서성거렸구나, 측은한 식구처럼 그렇게 가까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도 드네요."

      너무 모범적인 답안을 내놓기에 "어디 선거 출마했느냐" 눙을 치니 허허허, 특유의 너털웃음을 짓는다. 그렇지 않아도 너무 일찍 조숙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듣는 참이다. 그러나 우려는 상찬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삶의 깊이마저 감지되는 성찰이 유독 돋보인다는 뜻이기에 그렇다.

      여기에 옮긴 시' 묽다'가 좋은 예다. 해 질 녘 전선 위에 새 한 마리 앉아 있다. 사위가 어둑신해지면서, 세상이 어둠에 묻히면서, 새는 흐릿해진다. 새는 여전히 꼼짝하지 않지만 새는 세상과 뒤섞인다. 이 찰나의 광경을 시인은 묽어진다고 표현했다. 어둠이 사물의 경계를 지우자 뜻밖으로 세상은 하나가 되었다. 동안거 마친 노승이 던질 만한 화두를 30대 중반의 시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읊고 있다.

      손민호 기자



      소설 - 윤대녕 '탱자'
      줄곧 하던 '내 이야기' 탈피
      다른 이의 삶으로 시선 이동


      ◆작품 소개

      제주도에 사는 나에게 30년 만에 고모가 연락을 해온다. 제주도에서 당분간 머물 곳을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고모는 중학생 때 절름발이 담임 선생과 야반도주했다 몇 달 뒤 돌아와 출가할 때까지 집에서 하녀처럼 살았다. 그 뒤로 조부 상을 당했던 30년 전에 잠깐 얼굴 마주했을 뿐 여태 연락을 끊고 살았다. 소설은 고모의 삶을 되짚는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한 여성의 한스러운 사연이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문학과사회 2004년 겨울호 발표)



      ◆약력

      ▶1962년 충남 예산 출생 ▶88년 대전일보로 등단 ▶장편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94년) '추억의 아주 먼 곳'(96년) 등, 소설집 '천지간'(96년) '달의 지평선'(98년) '누가 걸어간다'(2004년) 등 다수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94년), 이상문학상(96년), 현대문학상(98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탱자'

      소설가 윤대녕은 넉 달쯤 전 제주도 생활을 정리하고 상경했다. 따져 보니 꼬박 2년이나 섬에서 살았다. 섬에서 어떻게 지냈나부터 물었다. "1년은 꼬박 글을 썼고, 1년은 낚시로 보냈다. 그렇게 놀아본 건 평생 처음일 것이다."

      이태 전 그는 지쳐 있었다. 글도 안 되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도시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평생 가장 많이 놀아봤다'는 말에서 방전됐던 심신이 그득히 충전됐음을 짐작한다. 작가는 1년 이상 붙잡고 있던 장편소설을 최근 출판사에 넘겼다고 했다.

      후보작은 제주도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설에 나오는 대로 그는 수목원을 자주 찾았고 거기서 탱자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다. 그 나무가 소설의 실마리가 됐다. 거기에 아버지가 고모의 부고를 알렸던 일화가 더해졌다. 그때 아버지가 던진 한 마디가 내내 걸렸다. 무뚝뚝한 충청도 억양으로 아버지는 "그냥 알고나 있어라"고 말했다.

      소설은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고사를 역으로 해석한다. 탱자가 바다를 건너면 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정해본 것이다. 그러나 가정은 가정으로 그친다. 고모의 한스러운 삶은 한바탕 해원굿 없이 조용히 사그라진다. 고모의 험한 삶을 상징하는 탱자는 소설 막판, 썩어서 곰팡이가 피어난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작에서 작가의 변화가 뚜렷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의 이야기를 탈피했다는 형식의 변화와 더불어 '타자들의 삶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강상희)'이라는 내용의 변화도 지적했다. 작가도 동의했다. 10년 전 그는, 시대적 요청에 호응하던 1980년대 문학에 반발해'나'의 존재를 탐구한 최초의 작가였다. 그래서 윤대녕이란 이름은 90년대 시대 정신을 대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란다. 그것도 많이 변했단다.

      "나이가 들면서 작품도 변화한다. 관심의 대상이 나이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건 의식적인 노력의 차원이 아니다. 지금의 주된 관심사는 죽음에 관한 것이다. 죽음의 지경, 죽음에 대한 명상 따위들. 죽음은 결국 생에 대한 탐색의 다른 이름이다."

      손민호 기자  

      2005.08.25 20:27 입력 / 2005.08.26 04: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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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⑧


      http://news.joins.com/et/200508/30/200508301008410671a000a200a220.html


        시 - 송재학 '붉은 기와'

        피렌체의 지붕은 붉은 기와, 죄다 붉은색이니까 색감이 흐려져서 흰색의 얼룩이 생긴다 붉은색은 홍채의 북채색이다 석조 건물에 박혀 차츰 희미해지는, 햇빛이 쏘아올린 화살촉 일부는 아직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런 건물은 3층까지 어둡다 햇빛 때문에 길이 더 좁장해진 거와 다르지 않다 가령 바닥도 돌인 골목길을 몇 시간쯤 걸었다면 햇빛을 짓이긴 발바닥은 부르트는데, 그건 싸움의 흔적이다 햇빛과 싸우지 않으려면 햇빛처럼 강렬해야 한다면서도, 붉은 기와들은 종일 하품한다 게을러지기 위해 눈부신 햇빛 속에 가만히 있어본다 손톱에서부터 차츰 녹아가는 육체가 있고, 그건 내 마음이나 또 무언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붉은 기와란 건 햇빛에 바짝 구워진 물상이다

        (작가세계 2004년 겨울호 발표)






      ◆ 약력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88년) '푸른빛과 싸우다'(94년)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97년) '진흙 얼굴'(2005년) ▶김달진문학상(94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붉은 기와' 외 8편

      덧칠 두꺼운 유화처럼 중층적인 감각의 미학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이란 작품이 있다. 햇볕 따가운 한낮 흰 드레스 입은 여인이 파라솔을 들고 서있다. 드레스 앞자락에 드리운 그늘로 미뤄 해는 여인의 뒤통수 위에 떠있다. 드레스 자락을 들여다본다. 주름으로 그늘진 곳은 다소 어둡고 햇빛에 노출된 곳은 환하다. 그러나 파란 하늘과 비교하면 똑같은 흰색일 뿐이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덧칠을 했냐로 털끝만한 차이가 생길 뿐이다.

      프랑스 화가 얘기로 기사를 시작한 건 송재학이라는 시인의 생소한 미학을 말하기 위해서다. 숱한 평론가들은 말한다. 그의 시는 이해하려 들지 말 것. 한 폭의 그림을 보듯 감상할 것. 찬찬히 뜯어보기는 하되 해석하려 들지는 말 것. 혹여 한두 줄이 짐작된다고 안심하지 말 것. 그는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속내를 감추는 시인이다.

      "나에겐 사물이 이미지나 풍경으로 다가온다. 처음부터 정해진 의미는 없는 셈이다. 덧칠 두꺼운 유화로 말하자면 맨처음 칠한 색깔은 맨마지막 물감에 덮여 있다. 그러나 어떻게든 투영돼 있다. "

      시인의 말마따나 그의 시는 중층적이다. 심사위원들이 "감각의 미학주의를 추구하면서 견고한 구조를 만들어낸다(박수연)"고 말하는 이유다. 하여 시는 난해하다. 쉽게 쓴 시가 아닌 만큼 쉽게 읽히지도 않는다.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것도, 깊고 오랜 사유를 거쳐야 시가 나오기 때문이다. '덧칠'이란 표현은 그를 이해하는 실마리다.

      시 '붉은 기와'는 시인이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도시의 건물 지붕이 온통 붉은색이었다. 햇빛이 붉은 지붕을 비추면서 도시 이미지는 한결 강렬해졌고. 그 순간을 포착했다. 인상주의 기법이지만 시에선 피렌체 사람이 살아온 모양이 설핏 보인다. '붉은 기와'를 얹기 위해 기와를 굽고 물감을 칠한 세월, 거기에 기와가 햇빛에 바짝 구워지는 세월까지 시는 말하고 있다.

      시인은 "경주에 있었다면 '검은 기와'란 시를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속내를 눈치챘다면 당신은 대단한 수준의 독자다.

      손민호 기자

      소설 - 은희경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 작품소개

      출판사를 운영하는 중년의 나. 누구보다 바쁘고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던 어느날 사무실에서 소설 원고를 발견한다. 제목은 '1991년의 코스모나츠'. 구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에 관한 이야기다. 그 시절을 여태 잊고 살아왔던 나,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의 낭만과 좌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소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하루 동안의 일. 그러나 15년 전 시간과 수시로 오고간다.

      (창작과비평 2005년 여름호 발표)

      ◆ 약력

      ▶1959년 전북 고창 출생 ▶95년 동아일보로 등단 ▶장편 '새의 선물'(96년) '마이너리그'(2001년) '비밀과 거짓말'(2005년) 등, 소설집 '타인에게 말걸기'(97년)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99년) 등 다수 ▶동서문학상(97년), 이상문학상(98년), 한국일보문학상(2002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젊음이 부럽지 않은 중년' 여전히 신랄하고 냉소적인 …

      짐짓 위악스러운 화법은 역시 은희경의 전매특허다. 출세작 '새의 선물'에서 이미 세상을 다 알아버린 12세 계집애의 당돌한 말투가, 이번 소설에선 세상을 정말 다 살아버린(살아버렸다고 스스로 여기는) 중년 남자에게서 발견된다.

      '세상 사는 일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어쩌면 틀을 갖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삶의 매뉴얼 말이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틀에 집어넣으면 단순해져 버린다.'

      '나는 젊은이들을 그리 부러워하지 않는다.… 젊음으로 되돌아가서 그 힘든 과정을 되풀이해 다시 이곳으로 오는 것보다는 이 지점에서 내가 가진 것을 충분히 누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나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늙어가는 사람들은 자기연민이 많고 따라서 점점 고독해질 수밖에 없다.'

      젊음을 부러워하지 않는 중년, 전혀 새롭지 않을 내일을 절망하지 않는 중년은 흔치 않은 캐릭터다. 이번 주인공도 만만치 않게 독하고, 신랄하고, 냉소적이다. 심사위원도 소설의 독특한 설정에 주목했다. '이런 후일담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지난 시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기연민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후일담이다(김미현).'

      작가는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귀국했다. 그리고 처음 발표한 단편이 이 작품이다. 햇수로 3년 만의 단편이다. 귀국하고 그는 "90년대 문학이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는 요즘 문단 분위기에 사실 놀랐다"고 털어놨다. 그 부담과 고민의 나날을 보내면서 이 소설을 썼다. 주인공에게서 자꾸 작가가 겹쳐진 이유를 이제는 알겠다.

      두 대목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소설 속 소설. '구 소련이 쏘아올린 우주선에 탄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했을 때 조국은 사라진 뒤였다'는 내용의 소설 초고다. 주인공을 15년 전 시간으로 되돌리려는 단순한 장치로 여기기엔 메시지가, 울컥 치미는 듯한 아이러니가 너무 강렬하다. 다른 하나는 소설이 끝나갈 무렵 무심한 듯 던진 한 마디다. '지나간 이야기는 다시 씌어질 수 있는 것일까'.

      "다시 쓰겠다는 얘기냐, 아니면 씌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냐" 물었더니, 작가는 웃기만 했다.

      손민호 기자  

      2005.08.30 10:08 입력 / 2005.08.30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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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⑨


      http://news.joins.com/et/200509/01/200509010606564331a000a200a220.html


        시 - 이재무 '물속의 돌'


        동글동글한 돌 하나 꺼내 들여다본다

        물속에서는 단색이더니 햇빛에 비추어보니

        여러 빛 온몸에 두르고 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동글납작한 것이 두루두루 원만한 인상이다

        젊은 날 나는 이웃의 선의,

        반짝이는 것들을 믿지 않았으며

        모난 상(相)에 정이 더 가서 애착을 부리곤 했다

        처음부터 둥근 상(像)이 어디 흔턴가

        각진 성정 다스려오는 동안

        그가 울었을 어둠 속 눈물 헤아려본다

        돌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의 깊이가 새겨져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물이 그를 다녀갔을 것인가

        단단한 돌은 물이 만든 것이다

        돌을 만나 물이 소리를 내고

        물을 만나 돌은 제 설움을 크게 울었을 것이다

        단호하나 구족한 돌 물속에 도로 내려놓으며

        신발 끈 고쳐 맨다

        (문예중앙, 2004년 가을호 발표)


      ◆ 약력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83년 삶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섣달 그믐'(87년) '벌초'(92년) '시간의 그물'(97년) '푸른 고집'(2004년) 등 다수 ▶난고문학상(2002년), 편운문학상 우수상(2005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물속의 돌' 외 24편

      '돌에 상처 낸 물은 운다'
      사물의 안쪽 꿰뚫어 노래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였다가, 엄마 몰래 맛난 것 챙겨주는 막내 삼촌이었다가, 골목에서 얻어맞고 들어오면 대신 녀석들을 때려주는 큰 형이었다. 이재무 시인은 늘 그런 느낌이다.

      그는 삶의 애환과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투박하고 무뚝뚝하게 노래하는 시인이다. 늘 진지한 표정에서 "나는 그렇게 살아와서 그렇게 시를 쓴다"는 푸른 색깔 고집이 또렷이 읽힌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해 약삭빠른 계산 따위에는 영 숙맥이고 모양 꾸며 얼굴 내미는 일도 딴 사람 얘기다. 시인과 가장 닮은 시를 생산하는 시인을 꼽으라면 반드시 몇 손가락 안에 들리라. 심사위원도 비슷한 평을 내놨다.

      '상당히 진지하고 믿음직스러운 시 세계를 보여준다. 조탁형의 시인은 아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완결성이 있는 시인이다. 추상적인 담론 보다는 사물의 안쪽을 묵묵히 투시한다(이혜원).'

      시 '물속의 돌'을 보자. 본래 모진 상이었던 돌이 오랜 세월 어둠 속에서 몰래 울며 둥근 상을 지니게 됐다. 그래서 돌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물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끝나면 이재무의 시가 아니다. 사람이 부딪히며 살다보면 피치 못하게 상대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이치를 그는 온몸으로 알고 있는 시인이다. '돌을 만나 물이 소리를 내고'. 시인은 말한다. 물도 소리를 내 울었다고. 돌에 상처를 남겼지만, 아니 남기고 말았기에 물은 울고 있다고.

      작품 소개를 부탁하자 거센 충청도 억양으로 "몰라서 물어? 그냥 알아서 써~"라고 답한다. 늘 그런 식이다. 시단에 발 디딘 지 스무해가 넘었지만, 그 세월 동안 문단의 온갖 궂은 일을 맡아왔지만 그는 좀체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다. 언젠가 만취한 상태에서 "내가 소월시문학상 우수상만 네 번 받은 시인이야"고 중얼거린 일을 기억한다. 누구보다도 생의 상처를 보듬어온 시인이 정작 자신의 상처에는 애써 눈을 감는다. 이재무는 그런 시인이다.

      손민호 기자

      소설 - 임철우 '나비길 - 황천이야기 2'

      ◆ 작품 소개

      '황천읍'이라는 산간 마을 초등학교에 젊은 총각 선생이 부임한다. 그는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특이했다.흔치 않은 '기병대'란 이름이었고, 마을에 나타날 때 눈부신 흰색 차림이었다. 무엇보다 숱한 나비들이 그 주위를 맴돌았다. 부임하고 며칠 지나면서 작고 좁은 동네에선 그에 대한 추문이 하나씩 생겨난다. 추문은 또 다른 추문을 낳고 원래 추문은 사실로 굳혀진다. 결국 소설은 파국으로 끝을 맺는다. (문학동네 2005년 여름호 발표)

      ◆ 약력

      ▶1954년 전남 완도 출생 ▶81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장편 '붉은 산 흰새'(90년) '그 섬에 가고 싶다'(91년) '봄날'(97년) '백년여관'(2004년) 등, 소설집 '아버지의 땅'(84년) '붉은 방'(88년) 등 다수 ▶한국창작문학상(85년), 이상문학상(88년), 단재상(98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나비길-황천이야기 2'

      동성애자로 몰리는 선생 …
      집단의 폭력, 상징적 묘사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좋을까'라며 운을 뗀 건 사실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는 얘기일 터다. 지금부터 펼쳐놓을 이야기 보따리를 기대하시라는 투는 전설이나 신화의 모두(冒頭)를 닮았다. 전설은 늘 상징적이다. 소설의 첫 문장부터 작가의 노련한 면모가 드러난다. 중편 분량의 소설은 거대한 상징의 덩어리다.

      황천읍이라는 산간 마을. 초등학교에 생물 선생이 새로 부임한다. 그는 순결한 영혼을 상징하는 캐릭터다. 처음 마을에 나타났을 때 그는 온통 흰색으로 눈부셨으며, 그리스 신화에서 영혼을 상징하는 나비(프시케)를 몰고 다닌다. 상징적 장치는 이외에도 숱하다. 군대와 학교라는 공간은 폭력적인 제도를 의미하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늪은 동네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부추긴다. 마을 이름도 범상치 않다. 누런 냇물이란 뜻의 '황천(黃川)'은 옛날 금광이 있던 곳. 한때 인간의 욕망이 들끓었던 공간이었음을 암시한다. 게다가 저승을 뜻하는 황천(黃泉)하고도 동음이다.

      소설은 이 작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수업시간에 나비의 변태 과정을 설명하던 선생은 학생들에게 '변태선생'으로 불리고, 여러 사건에 얽히면서 결국엔 동성애자로 몰린다. 선생은 한번도 변명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미 동네에서 그를 동성애자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집단의 폭력에 의해 개인성이 파괴되고 끝내 추방되는 과정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파격적인 소재를 서정적으로 승화시킨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인다. 타자화한 소수자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잘 드러냈고 이미지로도 잘 형상화했다(강상희)'고 입을 모았다. 작가는 주인공의 동성애 관계를 모호하게 처리했다. 분명 의도가 숨어있으리라. 이유를 물었더니, 웬걸, 이유를 되물어 온다. "독자를 향해 곤혹스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주인공은 과연 동성애자였을까?"

      손민호 기자  

      2005.09.01 06:06 입력 / 2005.09.01 0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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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 후보작 지상중계 ⑩·끝


      http://news.joins.com/et/200509/02/200509021042474031a000a200a220.html


        시 - 최하림 '바람이 센 듯해서'

        바람이 조금 센 듯해서 커튼을 치려고

        유리창 앞으로 가자 나물들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희끄무레한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본 듯

        했습니다 그래 말했지요

        나는 아침마다 설거지하고

        아내를 하나로마트에 데려다 주고

        중미산을 넘어 설악동을 달린다고

        요즘에는 거의 매일 설거지하고

        마트에 가고 설악동으로 달리는데

        공기가 심하게 부풀면서 굵은 비가

        쏟아지는 날은 조심조심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길가에 세운다고 삶이

        위태롭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나무들이 흔들리고 흙탕물이 쏟아지고

        차를 세우려면 왠지 슬퍼진다고

        시 또한 슬퍼진다고 (2004년 문학과 사회 가을호 발표)


      ◆ 약력 ▶1939년 전남 목포 출생 ▶62년 조선일보로 등단 ▶시집 '우리들을 위하여'(76년) '시인들의 무도회'(92년) '굴참나무 숲에서 아이들이 온다'(98년)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2005년) 등 다수 ▶조연현문학상(91년), 이산문학상(99년), 현대불교문학상(2000년) ▶미당문학상 후보작 '바람이 센 듯해서'외 8편

      화려한 수사 다 털어내고 편안하고 따사로운 눈길


      여기 밤새 고쳐 쓴 연애편지 같기도 하고 남몰래 눌러 쓴 일기같은 시 한 편 있다.

      센 바람 불어오기에 커튼이나 치려고 유리창으로 다가서자 얼굴 하나가 언뜻 비친 것 같다. 누굴까. 잊고 지냈던 첫 사랑일까. 아니면 그 옛날 목포에서 막걸리 함께 들이켰던 옛 친구일까. 아는 것 참 많았던 친구는 진작에 세상을 떴고, 만능 재주꾼이던 친구는 상한 몸 추스르며 여태 시를 쓴다. 첫 사랑이여, 아니 벗이여. 잘 지내시는가. 나는 아침마다 설거지하고 아내를 할인점 데려다 주며 잘 살고 있단다. 하루하루 같은 것 같지만 늘 같지만은 않단다. 다만 문득 슬퍼질 때만 있단다.

      최하림 시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건 1991년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많이 나았다. 경기도 양평에서 4년째, 아침마다 설거지하고 아내와 할인점 다녀오며 살고 있다. 뜸하긴 하지만 시도 발표한다.

      옛날, 문우들과 '문학과 지성'을 일으키던 시절의 그는 난해했다. 프랑스 상징주의에 빠져 살던 시절의 그는 한국의 모더니즘을 대표했다. 모든 건 91년 이후 달라졌다. 오늘 그는 편안하고 따사로운 시를 생산한다. 화려한 수사도 없고 말을 부러 비틀지도 않는다.

      그러나 쉬운 것은 가장 어려운 법이다. 초월한 뒤에야 여유로울 수 있다. '감정을 싣지 않고 세계와 자아 사이의 거리를 적당히 유지하는 시 세계를 추구한다. 삶을 바라보는 눈길이 깊다(김진수)'는 예심 평가도 그의 남다른 시 세계를 인정한 발언이다.

      시인은 유리창에 나타난 얼굴이 자신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환영이 아닌 이상 창에는 자신 말고는 비칠 얼굴이 없다. 시인은 자신에게 말을 건 것이다. 그건 다짐이었다.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말자는 각오였다. "첫 사랑이나 벗이었어도 그리 말했을 것"이라고 시인은 말했다. 시인은 진작에 세상사 온갖 번민과 욕심을 내려놓은 뒤였다.

      "아프고 난 뒤에 모든 욕심을 버렸습니다. 가장 먼저 시에 대한 욕심을 버렸습니다."

      사족 하나. 앞서 말한 옛 친구는 순서대로 평론가 고(故) 김현과 시인 김지하다.

      손민호 기자

      소설 - 하성란 '웨하스로 만든 집'

      ◆ 작품 소개

      외국으로 시집갔던 여자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그러나 집은 무너지기 직전이고 골목은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골목을 따라 똑같은 모양으로 서 있던 열 채의 이층 양옥집은 30여 년 전에 시범주택 단지로 조성된 것이다. 당시엔 대한뉴스에 나올 만큼 명소였다. 입식 부엌과 마루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있는 집이었다. 붕괴되는 집을 통해 한국의 자본주의 발전상을 상징적으로 그렸다는 평이다.

      (문예중앙 2005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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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력

      ▶1967년 서울 출생 ▶96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장편 '식사의 즐거움'(98년) '삿뽀로 여인숙'(2000년) '내 영화의 주인공'(2001년), 소설집 '루빈의 술잔'(97년) '옆집 여자'(99년)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2002년) ▶동인문학상(99년), 21세기문학상(2000년), 한국일보문학상(2000년), 이수문학상(2004년) ▶황순원문학상 후보작 '웨하스로 만든 집'

      반듯하나 쉬 부서지는 과자 자본주의 허술한 단면 포착

      작가 하성란. 그가 요즘 변화했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그는 소설의 기본 시제인 과거형을 버리고 현재형 시제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듯한 정치(精緻)한 묘사로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형식도 신선했지만 내용은 더 참신했다. 90년대 주류를 형성했던 후일담 문학이 엘리트의 지적인 고민에 치중했다면 그는 덜 배우고 덜 가진 이들의 지리멸렬한 일상을 말했다. 별 볼 일 없는 그들의 별 볼 일 없는 일상에서 90년대 사회는 새로이 해석됐다.

      변화에 주목하는 이들은 예전과 다른 문체를 지목한다. 문장이 한참 길어졌고 무덤덤하다는 것이다. 현재형 시제도 고집하지 않는다. 작가의 생각을 물었다.

      "이야기의 소재가 달라졌습니다. 10년 동안 비슷한 얘기를 했으니 이젠 다른 얘기 할 때도 됐죠(웃음). 문체가 달라진 건 내용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용에 따라 문장도 달라집니다."

      후보작에서도 변화의 징후가 발견된다. 그러나 징후에 머문다. 변화한 것도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보인다는 얘기다. 문체의 변화는 이내 확인되지만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무명씨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심사위원들은 "시대를 해석하려는 자세가 예전보다 좀 더 적극적인 것 같다(김미현)"고 분석했다.

      소설에서 두 부분이 특히 궁금했다. 왜 하필 '웨하스'일까. 모양새는 반듯하지만 한 입만 물면 바로 으스러지는 이 과자에서 자본주의의 허술한 단면이 읽힐 수도 있겠고, 원래 웨이퍼(Wafer)가 맞는 말인데 우리 사회에서 웨하스로 정착된 것 자체가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암시하는 것도 같다. 작가는 담담하게 "아이들은 웨하스를 보면 집을 짓고 싶어해요"라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다. 내내 진지하고 덤덤한 어투를 놓지 않던 작가는 마지막 문장을 '자매들이 발뒤꿈치를 들면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러니 조심해!'라고 맺었다. 작가의 설명이다.

      "여자애들이 깔깔대는 목소리는 소설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전체로 심각한 듯 보이지만 소설의 설정은 만화적이에요. 그렇게 보이지 않나요?"



      손민호 기자  

      2005.09.02 10:42 입력 / 2005.09.02 10: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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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황순원 문학상' 최종심만 남아


      http://news.joins.com/et/200509/05/200509052113023631a000a200a220.html

      이제 마지막 한 고비만 남았다. 제5회 미당 문학상과 황순원 문학상 최종 심사가 6일과 7일 각각 열려 영예의 수상자를 가린다. 심사 과정만 꼬박 6개월이 걸린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것이다. 최종심에는 다섯 명씩의 심사위원이 참여한다. 미당 문학상은 제1회 미당 문학상 수상자 정현종 시인과 지난해 수상자 김기택 시인, 문학평론가 홍기삼.김주연.김현자씨가 심사를 맡는다. 황순원 문학상 심사에는 제2회 수상자 김원일씨와 소설가 전상국씨, 문학평론가 김치수.황현산.조남현씨가 나선다. 이들 심사위원은 4주 전에 후보작품을 받아 검토를 해왔다. 지난달 초 예심이 끝나자마자 본지는 최종심 위원들에게 후보 작품을 우송했다.



      올해 미당.황순원 문학상은 새로운 실험을 시도했다. 가장 큰 특징은 선고위원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4월에 미당 문학상에 문학평론가 유성호.김수이씨를, 황순원 문학상에 평론가 김영찬.김형중씨를 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대장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선고위원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요 문예지에 발표된 시와 단편.중편소설을 일일이 읽어 후보작을 추렸다. 시의 경우 2000여 편, 소설의 경우 400여 편을 검토한 것이다.





      대학에서 후보작을 추천토록 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문학상이 문단 내부의 잔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반성과 침체된 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자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전국 15개 대학에서 추천작품을 보내오는 등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문태준 시인과 소설가 박민규씨는 대학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아 높은 인기를 증명했다. 선고위원이 고른 후보와 대학 추천작품을 합해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예심을 치렀다. 미당문학상 예심에는 선고위원 추천 36명과 대학 추천 시인 가운데 선고위원 추천과 중복되지 않은 4명을 더해 40명의 시인이 올랐다. 황순원 문학상 예심에는 선고위원 추천 30편과 그에 중복되지 않은 5편의 소설이 올랐다. 미당 문학상은 평론가 유성호.김진수.이혜원.박수연씨가, 황순원 문학상은 평론가 강상희.김미현.김동식.김형중씨가 각각 예심을 맡았다.

      예심 결과, 시인 10명과 소설 10편이 각각 미당 문학상과 황순원 문학상 최종심에 올랐다. 본지는 8월 한달 동안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 모두를 지상중계,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최종심 후보작 가운데 선고위원 추천과 대학 추천을 동시에 받은 것은 ▶시 부문 김명인.나희덕.문태준 시인▶소설 부문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김연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박민규) '잃어버린 인간'(성석제) '탱자'(윤대녕) '언니의 폐경'(김훈) 등 5편이다.

      본지는 올해부터 11월께 경기도 양평 소나기마을에서 열리는 황순원 문학제를 양평군.경희대와 함께 공동 주최하고 전북 고창에서 열리는 미당 문학제를 후원한다. 문학제가 열리는 문인의 고장에서 시상식도 다시 열고 문학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계획이다. 미당.황순원 문학상은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주최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상금으로 미당 문학상 수상자는 3000만원, 황순원 문학상 수상자는 5000만원을 받는다. 수상작은 본지 창간기념일인 22일 발표하고, 서울 시상식은 10월 말께 연다. 수상자 발표에 맞춰 최종심에 오른 작품을 묶어 수상작품집을 출간한다.

      손민호 기자  

      2005.09.05 21:13 입력 / 2005.09.06 06: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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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당ㆍ황순원문학상에 문태준ㆍ김훈 선정


      http://news.joins.com/et/200509/20/200509201356134432a000a200a220.html


      중앙일보사와 계간 '문예중앙'이 공동 주최하는 제5회 미당문학상 수상작으로 문태준(35) 씨의 시 '누가 울고 간다',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김훈(57) 씨의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이 선정됐다.

      미당ㆍ황순원문학상은 미당 서정주(1914-2000) 시인과 소설가 황순원(1915-2000) 씨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했다. 수상작은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전국 문예지에 발표된 시와 중ㆍ단편소설을 대상으로 6개월여 동안 심사를 벌여 선정했다.

      문씨의 '누가 울고 간다'는 "프로이트나 니체적 욕망의 내면이 아닌, 진정한 문학의 위반으로 서정시를 되살리는 이 시인의 탄생은 우리 시를 위무의 성소(聖所)로 이끄는 언어의 축복이다"는 평을, 김씨의 '언니의 폐경'은 "여동생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50대 두 자매가 겪어가는 늙어감, 남편의 떠남, 자식들의 이기심과 배신, 잔잔하지만 분명한 허무감 등을 촘촘하면서도 긴장감 넘치게 교직해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미당문학상은 3천만원, 황순원문학상은 5천만원의 상금을 준다. 시상식은 10월 28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서소문동 명지빌딩 20층 대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2005.09.20 13:56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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