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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운동은 문학운동"  

세계일보2001.09.06 (목)

두권의 평론집 내고 佛로 떠나는 김정란 교수  





"안티운동은 문학운동"

"시인의 섬세함을 받아들여 주지 않는 세력과 싸워야 한다는 것은 고통스럽고 지겨운 일입니다."

최근 두 권의 평론집 '영혼의 역사'와 '연두색 글쓰기'(새움)를 낸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김정란(48.상지대) 교수는 '비판적 글쓰기'의 대명사로 알려져 있다. 강준만, 진중권과 함께 '안티조선 운동'과 '문학권력 논쟁'의 기수를 자청했던 김 교수는 시인으로서 평론가로서 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흑색비방의 화살이 날아들 때는 심적 부담이 컸다고 고백한다.

"문단과 언론을 등지면 문인이 설 땅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죠. 시인은 언어로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데, 그 언어가 역사왜곡과 여론몰이로 악용되는 현실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습니다."

기득권을 겨냥해 날 선 언어를 쏟아낸 일을 두고 김 교수는 사회적-정치적 참여가 아니라 시인의 감수성에 기반을 둔 문학적 참여임을 분명히 했다. 또 계간 '문학과지성' 에콜(문학진영)을 타깃으로 한 '2000년 문학권력 논쟁'이 잠시 주춤하다 최근 창작과비평으로 옮아가고 있는 데 대해 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비평의 잣대가 문학성이 아니라 자기편 힘실어주기에 급급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창비나 문지나 70∼80년대 문단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들의 문학관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모든 문인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기를 바랍니다."

김 교수는 상징적 권력과의 전쟁을 치른 결과 한국 문단에서 문학적 시민권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시와 평론을 발표할 지면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역사의 흐름 안에서 소수자의 입장에서 내가 해왔던 행동의 의미가 명쾌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입장을 정리했다.

첫 평론집 '비어 있는 중심' 이후 9년만에 펴낸 두 권의 평론집은 텍스트 비평 위주다. 소설과 시로 분류해 각각 '연두색 글쓰기'와 '영혼의 역사'에 묶었다. 그동안 공격적인 글쓰기를 통해 보여 주었던 날카로운 이미지와는 달리 김 교수가 문학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부드럽다. 텍스트를 차갑게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고 따뜻하게 살피는 '모성 비평'을 지향한다.

페미니스트로도 잘 알려진 김 교수는 이번 소설 비평집 '연두색 글쓰기'에서 정작 서영은의 '그녀의 여자'만 제외하고 이윤기, 박상륭, 윤대녕 등 대부분 남성 작가의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여성 소설들을 높이 평가하지 않아요. 여성의식도 너무 희박하고 문학적 완성도도 떨어져요." 여류 소설가들에 대한 반감으로 여성 시인들에게 관심을 쏟고 있다고 한다. 노혜경, 박서원, 허수경, 김혜순, 이향지 등. 애정을 가지고 허수경과 노혜경의 시를 철학적으로 분석한 글이 '영혼의 역사'에 실려 있다.

김 교수의 5번째 시집 '용현향'(나남)도 다음주에 나온다. 테마는 '사랑과 연대'. 이미지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의 대화를 시적 장치로 설정해 입체적인 이미지를 담아냈다고 한다.

시집과 평론집을 한꺼번에 내는 이유는 안식년을 맞아 이달 말 프랑스 파리로 떠나 1년간 체류하기 때문이다. 고국을 떠난 후에도 기득권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울까. "아우구스티누스론을 다시 쓰면서 기독교의 세속화를 비판했던 신부 장세니스트는 17∼18세기까지 100년간 교황청과 싸웠죠"라는 대답이 '앞으로의 김정란'을 그리게 한다. /전지현기자 capecode@sgt.co.kr

2001.09.06 (목)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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