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2/17(일)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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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인 이향지 회원, 시집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신간] 시인 이향지 회원, 시집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나남출판)
◆ 전성태 09-08 | VIEW : 540
신간 안내로는 꽤 늦은 감이 있다. 지난 1월에 출간된 이 시집은 7월에 사무국을 찾아와 그 동안 서재에서 아무도 모르게 서향을 피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집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은 '山詩集'이라는 별칭을 달고 있다. 12년 동안 써온 '山詩'를 묶었다고 시인이 밝히고 있듯 이 산시집은 시인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십오륙 년 전, 시인은 걷다가 죽는 게 소원일 정도로 혼자 힘으로는 걸을 수 없는 환자였다고 한다.
"그 소원을 지팡이 삼아 걸음마를 다시 시작했고, 부축받지 않아도 걸을 수 있게 회복되었
다. 방에서 마루로, 뜰로, 문 밖으로, 길로, 더 좁고 울퉁불퉁한 길로, 전진해 온 여정은 느리고도 느렸다. 그 느린 전진을 3년쯤 계속하였을 때, 길 끝에 서 있는 산을 만났다."
시인은 시는 종교이며 山은 예배당이라고 말한다. 이 도저한 문학주의자의 말이 이 시인의 입에서 발설될 때는 꼭 그 말의 생김대로 남아 있다.
수렴동詩
-맨발의 新生을 위하여
이향지
그냥 가는 것이다
노고지리 한 마리 전령으로 띄우고
춤추듯 꿈꾸듯
그리로 가는 것이다
포메팅을 갓 끝낸 디스켓처럼
윤전기 앞에 놓여진 백지 다발처럼
설레임도 희망도 모르는 新生으로
그냥 가는 것이다
어둠이 소리 없이 빛에 섞이듯
햇살이 불평 없이 어둠에 섞이듯
무거움도 가벼움도 모르고
가는 것이다
한때는 가장 따뜻한 집이었던 나의 몸이여
고통의 알들을 피부로 낳던 길의 기억이여
비와 허물을 가려주던 인연의 그늘이여
나무가 부르는 바람의 노래여
서늘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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