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TANZANIA!"
케냐와 탄자니아의 국경관문 나망가. 세 개의 차단기를 통과하자마자, 가이드 망고가 참았던 숨을 터트리듯 환영인사를 한다. 함성과 박수로, 우리도 그를 환영하였다. 탄자니아와 코리아가 같은 차를 타고 킬리만자로로 향하는 길의 이름은 자유로! 그들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였고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였다.
남쪽 산문 마랑구게이트 앞에는 인간시장이 열렸다. 우리나라 시골의 우시장처럼 등반객과 포터들을 맺어주는 반짝 시장이다. 등반객 하나에 포터 하나씩. 내 짐을 맡은 포터는 스무 살의 프레데릭. 눈이 크고 깡마른 미소년이다. 킬리만자로 포터들은 한국의 여자들처럼 짐을 머리에 이고 간다. 한국의 고추장도, 멸치볶음도, 구운 김도, 깻잎장아찌도, 나보다 앞서서 킬리만자로를 오른다.
만다라에서 일박하고 수염이끼 너절한 정글지대를 벗어났다. 고산증세를 줄이려면 속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폴레! 폴레!를 외치면서도 일행들은 일찌감치 멀어져 갔다. 하루에 고도 1천미터 씩을 높이는 일. 결코 수월한 길은 아니다. 마랑구 게이트에서 만다라까지, 만다라에서 호롬보까지, 호롬보에서 키보까지, 사흘을 걸어야 한다. 나흘째 되는 날은 더 가파른 길을 걸어 5,895m 우후르피크에 선다.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정상까지 스스로 상승하고 살아서 내려와야 한다. 과연 해 낼 수 있을까?
호롬보 산장에 도착하니, 저녁이 되었다. 밤엔 구름이 많았고, 윙윙 소리내며 바람이 불었다. 간간히 얼굴을 드러내는 달빛이 좋아, 3,700m를 오른 자의 기쁨을 누렸다. 키보로 향하는 날. 아침해도 구름 속에서 떴다. 그러나 스노캡을 볼 수 있었다. 건기의 사바나처럼 황량한 빛을 띤 봉우리 정점에 하얀 눈이 흘러내리다 멈추어 있다. 나는 잠깐 빌었다. 오르게 해주세요!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데, 내 안 어디선가 가야한다! 가야한다! 외치는 사람이 있다.
MAUA RIVER를 건너, 마웬지릿지를 넘어 황무지로 들어섰다. 광활한 평지에 뱀 한 마리 기어간 듯, 사람 지나간 발자국들 이어져있다. 고산등반가도 아닌 내가 5895m나 되는 우후르피크에 서겠다고 부득부득 오르니까 고통이 온다.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고 귀가 멍하고 침이 마른다. 그래도 가야한다고 우황청심환을 한 알 먹고, 전진 또 전진이다. 폴레 폴레 걷다보면 이 황무지에도 끝은 있을 것이다.
키보 산장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까지 왔다. 해발 4400m와 4500m 사이. 마른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에 THE SHADLE이란 팻말이 서있고, 주변엔 유난히 돌무더기가 많다. 이 산을 오르다 죽은 사람들의 공동제단 같은 곳. 그 나직하고 흐트러진 모습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이 산으로부터 세 번 이름을 불리운 사람은 죽는다고 하는데, 저 돌무더기의 주인들은 과연 그 부름을 들었을까? 아무튼 그들은 이 산의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죽어서 〈누가예 누가이〉에 올라 아프리카의 〈神〉이 되었을 것이다. 이 산정에 시체를 남겼다는 <검은 표범>도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닐까. <도대체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던지 아무도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내가 이 산에서 보려고 했던 것도 바로 저런 것이 아니었을까. 나는 품고 왔던 수수께끼를 스스로 푼 것 같아 기쁘다. 이제는 돌아서도 괜찮을 것 같다. 모든 조건이 열세인 내가, 이 신성한 높이까지 오게된 것도 행운 아닌가. 나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승리한 것이다.
《필자=시인·http://www.poemg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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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의 얼굴
―킬리만자로에서
정글지대의 까마귀도, 수염이끼 너절한 큰나무들도, 이곳까지는 올라오지 않는다. 누가 자꾸 귓속으로 매미 떼를 집어넣는다. 조금만 더 가면 마지막 산장, 조금만 더 가면 구름의 늪이다. 누가 자꾸 쿵쿵거리며 골속을 돌아다닌다. 흙먼지들이 일으키는 작은 회오리들, 발 밑에서 비틀거리는 현무암 조각들. 그것들만이 살아있다. 그것들만이 가볍게, 그것들만이 빙글빙글, …졸음이…졸음이…졸음이…
내 좌우의 날개를 이룬 사람의 깃털들, 십 여명. 마른 옥수수 울타리 같이 웅성거리고 있다. 건너편에는 한 청년이 있다. 처음 보는 얼굴이다. 조끼까지 받쳐입은 정장 차림, 이십대 후반의 백인이다. 빗질 자국이 남아있는 금발. 깊고 푸른 구멍을 가진 갈색 눈동자. 손을 내밀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표정 없이 건너다본다. 너는 누구냐? 말을 걸거나 악수를 청하지 않는다. 그는 테두리 없는 거울 속에 들어있는 것 같다. 둘러선 사람들의 내용을 알 수 없는 웅성거림 환하게 두르고……,
알미늄 산소통에 코를 박고 있었다. 포터 대장 패트릭의 석탄빛 손등 너머로, 킬리만자로의 태양이 미끄러지고 있었다.
[킬리만자로], 그 높은 곳에서 무엇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