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14(토) 11:06 (MSIE5.0,Windows98) 211.218.202.156 1024x768 [보들레르(Baudelaidre)], 산문시 / 창(窓)        창(窓)      보들레르(Baudelaidre 1821~1867) 詩                                          정기수  譯    열린 창문 안을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닫힌 창을 바라보는 사람만큼 많은 것을 보고 있는 건 결코 아니다. 촛불에 빍혀진 창보다 더 그윽하고, 신비롭고, 더 풍부하고, 더 어둑하고, 더 눈부신 것은 없다.  태양 아래 볼 수 있는 것은 유리창 뒤에서 일어나는 것보다 언제나 흥미가 적다. 이 어둡거나 밝은 구멍 속에, 삶이 살고, 삶이 꿈꾸고, 삶이 괴로와한다.  물결치는 지붕들 저편에 나는 본다. 벌써 주름살이진 가난한 중년 부인이, 한번도 밖에 나오지 않고, 온종일 몸을 구부리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음을. 그 얼굴, 그 옷, 그 몸집, 아무리 하찮은 것을 가지고도, 나는 이 여자의 역사를, 아니 오히려 그 전설을 꾸며내고, 때로는 그것을 나 자신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들려준다. 그것이 만약 가련한 늙은 남자였다면, 나는 그의 역사나 전설도 쉽사리 꾸며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잠자리에 눕는다. 나 자신 이외의 남들 속에서 내가 살았고 괴로와 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여러분은 나에게 이렇게 말할 지 모른다. "확실히 이 전설은 진실한 것인가." 만약에 그것이 내가 사는데 도움이 되었다면, 내 밖에 존재하는 현실이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 *이 시는 내면세계가 더 복잡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복합적으로 그려서 보여준다. 닫힌 공간. 그것은 아무에게나 안보여주는, 안보여주고 싶은 내면과도 같은 곳이다.   닫혀진 유리창을 밖에서 보는 이는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된다. 그러나, 이 유리창 밖에 있는 사람 또한, 닫혀진 유리창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닫혀진 유리창과 닫혀진 유리창 사이에, 나 아닌 사람을 이해하는 공간이 존재한다. 닫혀진 유리창, 그것은 닫은 유리창이다. 닫은 유리창 안의 주인공은,삶에 지쳤거나 낙오된 사람이다. 찾아오는 사람도 도움을 줄 사람도 없는 어둑한 공간에서, 몸을 구부리고 무엇인가를 쉬지 않고 해야 연명할 수 있다. 134년 전에 돌아간 이의 글이, 지금 사람의 눈에 마음에 생생한 물결을 일으킨다. 좋은 시란 이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살아남는다. 깊은 내면에 가라앉아 잠자고 있던 말들을 되살려 낸다. 흐느끼게 한다. 어느 시인이 얼마나 위대한가는 생전에 얼마나 명망이 높았는가에 달려있지 않다. 정말 위대한 시인이란, 심금을 울리는 말을, 진실을, 삶 속에서 포착한 사람이다. 비루하지 않게 그려낸 사람이다. 이 당당한 말들 뒤에 숨어있는 고통을, 나는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