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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상], 너무 큰 것들  

    너무 큰 것들



    박 의 상




    생갈비 한 대는 너무 커, 파리에게.

    여름날, 냉오이국 한 사발, 김치 한 접시,
                                   깍두기 한 쪽도 너무 커.

               한 입만 대어도 좋을,
                                    한 꼭지만 물어도 좋을,
    한 모금만 마셔도 그만!일,
                          작은 입, 작은 욕망에,

    세계는, 세계의 유혹들은,

                        그리고 지금 네가 쳐든 파리채는
            너무 너무 커,
                          너,에게는.


2005년 벽두에 발간된 박의상 시집 <질문과 농담과 시>('문학사상' 간)에는 농담같은 진담, 질문을 빚댄 대답들이 비틀거리고 어긋난 행간들과 그 행간들 사이에 가득차 있다.
이 시집을 읽어내는 방법은 쉼표에서 쉬어주고, 행간에서 쉬어주고, 비틀거릴때 비틀거려주고, 앞 글과 뒷 글이 충돌할 때, 그 이미지들이 일으키는 불꽃을 느끼면서 읽어보면, 묘한 재미가 있다.
이 시 <너무 큰 것들>은 이번 그의 시집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작은 파리 한 마리가 덤비고 있는 너무 큰 것이 턱도 없는 욕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큰 것의 가장 장은 일부분인 한 입조차도 안심하고 빨아먹을 수 없는 너무 작은 것의 비애를 함께 느끼게도 한다. 죽어서 토막쳐져서 어느 그릇엔가 담겨있는 소의 한 부위, 그 꼼짝앉는 생갈비 한 대에는 주인이 따로 있어서, 언제든지 파리채를 날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사는 것은, 우리가 우리보다 큰 것에 빌 붙어서 목숨을 구걸하고 있는 현상은 저 한 마리 파리의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진실은 이렇게 가차없는 눈길에 의해 까발려진다. 너무 큰 것에 입을 대었다 파리채에 맞아죽거나 너무 큰 국사발에 발을 딛었다가 실족해서 죽거나 을 죽는 놈은 죽더라도 살아남은 놈은 또 그렇게 살아남는다. 살아남아왔다. 그러면서 내 것을 훔치러오는 작은 것들 향해 가차없이 파리채를 든다.

이 시집의 뒤편에 실린 시인의 후기 또한 파격이다.

"다 읽으셨군요.
빙긋 웃음이 나오는 시가 다섯편은 되던거요?
그렇다면 저의 다른 시집<미국, 이라는 문제>도 한번 읽어봐 주시고, 거기에서도 빙긋 웃음이 나오는 시가 다섯편은 넘으면 저의 이메일으로 연락해주세요.
2005년 2월 25일 저녁에 생맥주나 한잔 같이 합시다.
그밤에 눈이 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그날 정말 생맥주 집에 30여명이 모였다. 그의 call에 응한 사람들은 거의가 시인들이었다. 바베큐 닭살을 뜯거나 구운 소시지를 먹거나 생맥주를 홀짝거리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연기를 맡거나하면서 시간이 금새 흘러가버린 것을 몰랐다.
나는 이 시집이 <미국, 이라는 문제>보다 더 정제되고 더 치열해졌다고 믿는다.
시는 시인은 결국 이렇게 가는 것이다. 쉬지 않고 자기를 파서 세상으로 가는 방죽길을 만드는 행위가 아닐까. 그날 그 방죽 위에는 눈은 오지않고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춥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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