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7/1(화) 21:39 (MSIE6.0) 218.155.240.112 1024x768
[권애숙], 농경시대  


    농경시대




        권애숙




    그만 갈아엎을까
    쟁기를 짊어진 저 근육질의 황소 한 마리
    절벅절벅 무논을 갈아엎듯
    그렇게 우리 막막한 그리움 뒤집어엎어 볼까

    이랴~랴,랴,랴,
    땅 깊이 쟁깃날을 내리꽂고 쭉쭉 뒤꿈치까지 갈아엎으면
    이랑마다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흙빛 속살 비릿하게 살아날거야
    어디 먼 둑 아래 길을 찾아 떠도는 미꾸라지, 고둥 같은 것
    뜨거운 손짓으로 불러 들여
    내 습한 이랑에 집을 짓게 하고

    아아, 나른한 봄날은 우리를 갈아엎는데
    시렁에 얹혀 긴 겨울을 건너온 내 사랑은
    근질근질 그만 툭, 터질 것 같은데
    둑 너머, 저 와글거리는 개구리 소리...
    이 논배미에서 저 논배미로 물꼬를 터놓고
    한 나절 푸르게 못줄을 넘겨보자
    여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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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 습한..유혹을.
이길 황소가 있을까?
당돌하고 질펀하고 뜨끈뜨끈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무논의 유혹을...못본척 돌아설 개구리가 있을까?

황소가 지나간 뒤....
개구리가 와글와글 뛰어들고 뛰어나가고 미끄덩 헤엄을치는
무논....
모내기를 하고
벼가 자라고
벼꽃이 피고
나락이 익어 떠날 때까지
무논에는 벼 아닌 것들도 들락거리며 산다
개구리 뱀 미꾸라지 고둥 메뚜기 멸구....
식물들의 터전은 동물과 함께 하므로써 풍요로워진다
대지는 이렇게 짝을 짓고 생명을 이어간다

우리 여성시가 여기까지 왔다.
눈이 번쩍 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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