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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9/25(수) 11:07 (MSIE5.5) 218.155.239.32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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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 자유
 자 유(Liberte)
폴 엘뤼아르(P. ELUARD. 1894-1952)
국민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내가 읽은 모든 책장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황금빛 조상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밀림과 사막 위에
새둥우리 위에 금잔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밤의 경이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약혼시절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나의 하늘빛 옷자락 위에
태양이 녹슨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멋없는 빗방울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살포시 깨어난 오솔길 위에
곧게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앉은 나의 가족들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나의 바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게걸스럽고 귀여운 나의 강아지 위에
그의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의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된 불길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균형 잡힌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초월한 곳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대 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욕망 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 없는 희망 위에
나는 쓴다 너의 이름을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
자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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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아침에 읽는다. 내가 열살 때 돌아간, 한 초현실주의자의 갈망을. 맛도 향도 소리도 형체도 없는 '자유'에 대해. 읽는다, 갈망하면서도 소유할 수 없는 어떤 느낌에 대해. 가까이 있어도 한없이 증폭하는 욕망의 모습에 대해, 늘 그의 바깥에 있다고 생각하게 마련인 불확실한 존재에 대해. 부자유를 느낄 때에만 건너야한다고 생각하는 깊은 강 저편에 대해. 배를 띄울 수 없는 사나운 파도 저쪽에 있는(있다고 생각하는) 불확실한 존재에 대해. 죽을 고생을 하여 거머쥐는 순간 또 다시 바다 건너로 달아나 버리는 불확실한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꼭지점에 도달하는 순간, 내려와야하는 산정처럼, 영원히 정복할 수 없는 존재의 허구를,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묻게 된다. 무엇으로부터의 자유를 원하는가. 사람이건, 장소건, 그리워 할 동안이 아름다운 법이다. 그리워할 동안이 그쪽을 자유롭게 풀어놓는게 된다. 아무리 힘센 사람도 나의 자유를 위하여 저쪽의 자유를 유린해서는 안된다. "이곳에 살기 위하여" 저당잡혀야하는 것은 나의 자유만이 아니다. 내가 소유하는 순간 '이곳'은 자유를 잃는다. 주먹을 쥐는 순간 손사이로 빠져나가는 물방울처럼, 공기처럼, 내가 쥐는 순간 '이곳'의 자유는 사라져버린다.
덤으로 얻은 느낌이 있다면, 무한히 증폭하는 상상력의 공간은 결국 누군가와 함께했던 시간과 공간의 기억에서 영양을 얻는다는 점과, 시는 결국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쪽'을 벗어나는 순간, '저쪽'의 부자유를 만나게 됨을 알게되었고, 끝끝내 도망칠 수 없는 부자유가 내 생의 공간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자유'가 죽음으로 도피할 때까지의 생의 주제가 되고 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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