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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용], 이층집 이야기  

    이층집 이야기


    정 한 용    



    얘기 하나 해줄까
    우리집 옆집 이층집 얘긴데
    그러니깐 한 십년 전부텀 얘긴데
    남자하구 여자하구
    좋아하구 사랑하구 결혼을 했드래요

    우리 이쁜 이층집 지을 때까지
    열심히 일해 돈벌자 애 낳는 것 미루자
    약속했네 사랑은 황금의 약속
    신새벽까지 질퍽한 사랑을 나누다 잠들었네
    남자는 공단 어딘가 유능한 기술자
    여잔 무슨 입시학원 국어강사
    남자는 하루 삼교대 직장 나가고
    여잔 삼시세끼 먹는 것 빼고 몽땅 저축했네
    팽팽한 고무줄도 오래 쓰면 탄력이 없지
    하기야 남들 눈치볼게 무어랴
    무섭게 무섭게 벌고 모았다네 우리들의 영원한
    황금의 약속
    우리의 소원은 예쁜 이층집
    하여, 삶의 끝은 어디인가
    삶의 저편에서 우리를 보고 음흉하게 비웃는자 누구인가
    세월은 흐르는 물이라 하더니
    일년이 되고 돈이 약간 모이고 조금 지치고
    혹시 꿈만으로 이 세상을 살 수는 없을까
    이년이 되고 돈이 더 모이고 더욱 지치고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이게 사는 걸까
    삼년이 되고 돈이 불러가고 사는게 지겨워지고
    이층집이 혹시 우리를 감시하는
    죽음 저 너머의 악마는 아닐까 혹시 혹시
    사년이 되고 돈이 쌓이고 여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그냥 여기서 아파트를 살까
    아니야 무슨 말씀 우리의 황금의 약속
    오년이 되고 돈이 더 늘고 남자는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일층짜리로 만족할까
    육년이 되고 돈은 그대로이고 남자는 여자를 의심
    이럴 수가,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삶은 구속인가 절망의 연습인가 고문인가
    칠년이 되고 황금의 약속이 흐려지고, 어느 저녁 식탁
    남자와 여자는 앉았다네
    우아하게 포도주 한잔을 마시며 얘기했다네
    우리 지금이라도 아이를 낳자
    모자라는 대로 집을 짓자
    그리하여 팔년이 되던 여름 드디어 이층집이 지어졌네 !
    황금의 약속이 이루어졌네
    온동네 난리났었네, 하지만 야속한 운명이여
    기다리던 아이는 나오지 않았네
    그리고 구년이 되고 남자와 여자는 갈라서기로
    나는 누구이고 너는 누군인가
    남자는 일층에 여자는 이층에 살기로 했네 어떻게
    어떻게 만든 집인데, 둘 다 미련을 버리지 못해
    한지붕 두가족이 되기로 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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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높이 잡고 그것을 이룰 때까지 모든 일을 보류해온 부부 이야기를 시로 써주셨군요. 이 시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부부 이야기는, '없는' 상태에서 삶을 일구어온 현대인들. '너'와 '나', '우리'의 모습이 아니런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꿈을꾸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원하던 '집'을 마침내 갖게 되었을 때, 정작 원하는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니. 희망에 지치고 미래에 속아온 그들은 무엇으로부터 위로를 받지요. 아하, 참...이 시를 읽으니 이런 격언이 생각나네요. "생활이 그대를 속이더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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