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8/18(월) 17:57 (MSIE6.0) 218.155.238.47 1024x768
현장  

     
     이 향 지


     그 남자는 오늘도 뜯었다 붙였다하고 붙일 때보다 뜯을 때가 더 시끄럽고 벽은 한번 붙였으면 살아야지 제발 좀 그만 뜯어가라고 울상을 짓는다

     한 번 잘못 붙으면 두 번 잘못 붙기가 쉽고 삐뚜름한 것을 그대로 두면 누가 보아도 불편하고 뜯었다 붙였다 뜯었다 할 일이 계속 생긴다

     소리가 난다 소리가 난다 새집 줄게 헌집 다오 쇠망치가 끌을 때리고 나무망치가 타일을
    두드리고 기계톱이 각목을 토막토막 내고 콤푸레샤가 바닥과 벽을 울린다

     앞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먼지를 몰아 뒷문으로 나가다말고 뒷문으로 들어온 바람과 한판 붙는다 먼지는 해방이다 낙장들을 휘젓고 다닌다

     산산히 부서져서도 반짝이는 것은 유리
     눈동자만 남아 자루 속에

     못 쓸 것들은 자루 속에 남은 것들도 자루 속에 지친 연장들도 자루 속에
     모서리가 펄펄 살아서 올라온 것들이 꼬깃꼬깃해져서 엘리베이터를 탄다

     잘 못 붙어 휘었거나 우그러졌어도 발 씻고 돌아갈 통이 있는 몸들은 그래도 괜찮다

    ------------------------
    *<<충북작가>> 2003년 여름호.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