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8/5(화) 01:30 (MSIE6.0) 220.78.28.24 1024x768
봄똥  


        이 향 지


    작년 것이 뻣뻣하게
    낡은 자루를 끌고 왔다
    부르카를 벗어 던진 아프카니스탄 여자처럼
    얄팍한 짚북데기를 젖히고
    장터거리로 나왔다
    댕댕이넝쿨 채반 위의 봄똥 몇 포기

    한 겨울에 피는 모란꽃인가 하였으나

    얼었다 녹은 줄기마다 질긴 실이 들었다
    끝이 굳은 사람들
    이 실을 자주 먹으면
    대나무 마디 뚫리는 소리 듣는다한다

    한 자루 다 팔아야 만원도 안 될
    봄똥 채반 옆에
    몇 십 만원을 얹어주어도 데려갈 사람 없을
    노파 한 줌

    애원하듯 사죄하듯 연신 비비고 있는
    곱은 손에
    천 원 짜리 두 장을 잡혀주고 떠나가는
    텃밭 봄똥 한 줌

*<시와 반시> 2003년 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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