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2/15(일) 05:56 (MSIE6.0) 218.155.187.159 1024x768
빗방울자리  


            이 향 지


    꽃 지고 잎 지고 열매 떨어지니
    구덩이가 하나 왔다

    흙 덮고 돌아와
    빗방울이 앉았던 자리
    아이고아이고 어이어이
    달구치고 돌아와
    화요일이 앉았던 자리
    할아버지 담뱃대 두드리는 소리
    아이고아이고
    또 다시 빗방울이 앉았던 자리
    아버지 헛기침 소리
    다시 보면 진달래, 진달래
    열매 한 톨 못 남기고 잎을 떨구네

    구덩이, 구덩이, 걷어차며
    금요일이 앉았던 자리

    혓바닥과 볏만 붉은
    수탉의 꽁지깃이
    잠시 잠깐 앉았다 날아간 자리

    아무리 비어있어도 아무도 스스로 앉으려않는
    척척한 빗방울자리


*<<정신과 표현>> 2003년 9~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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