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12/24(수) 14:03 (MSIE6.0) 218.155.239.226 1024x768
평균의 맛  

                            이 향 지


장전동 골목길에서 국화빵 열 개를 사 먹고 자취방으로 뛰어가서 김치 열 쪽을 먹어도 어깨는 올라가지 않더라  

논현동 삼겹살 집에서 상추잎에 쌈장 놓고 구운 삼겹살 얹고 생마늘 풋고추 소주와 함께 먹으니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장소가 아니라 거리였다 국화빵과 김치 사이가 너무 넓었다 사이와 동안이 너무 동떨어졌다 뜨겁고 단 맛과 차갑고 신 맛이 한 뱃속에서도 모서리를 세우며 각 각 거렸다

상추와 쌈장과 삼겹살과 소주는 바로 앞에 있었다 오글오글 둘러앉아 너 한입 나 한입 넣어줄 수가 있었다 날 것과 익은 것, 건더기와 액체가 즉석에서 두루뭉실 어울렸다

두루뭉실 어울려서 두루뭉실 쌈을 싸서 꿀떡 꿀떡 넘기고 있을 때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천평이 수평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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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시학>> 2003년 가을호 게재.
*<<시선>> 2003년 겨울호 '리뷰'에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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