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8/5(화) 01:32 (MSIE6.0) 220.78.28.24 1024x768
냉이방울  


    이 향 지


    냉이방울 만들어서 혼자 놀아본 아이는 안다
    공원 모서리에 혼자 던져져 귀 시린 풀도
    방울 하나씩은 지니고 태어난다는 것을
    제 몸 안의 방울소리 들으며  
    새로운 꽃대를 밀어 올린다는 것을

    분당 율동공원으로
    미정이를 데리고 가서 들려주었다
    자동차소리를 밀어내는 냉이방울소리
    작은 열매끼리 부딪치며 상승하는 생생한 생음악을

    초록빛으로 영근 열매를 한 줄기 꺾어서
    열매마다 겨드랑이를 조금씩 찢어 내려서
    꼿꼿하던 기상을 뿌리 쪽으로 살짝 기울게 해서
    귀에다 대고 살랑살랑 흔들어주었다

    들려요, 들려요, 참 신기하네요
    냉이 속에 이렇게 예쁜 방울이 든 줄 몰랐네요

    열매가 열매를 스치는 소리
    열매가 열매를 떠미는 소리
    놓치고 우는 소리 잡으러 가는 소리
    작은 소리에 집중하니 큰 소리가 사라진다
    귀가 따뜻해진다

*<시와 반시> 2003년 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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