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절리 바람소리
1995년
세계사

말뚝            - 강(江)보다 낮은 벌에 큰 물 들던 날             말뚝에 묶인 채             앞만 보고 헤엄을 치다 사라진 소에게                                          이 향 지   캄캄한 지평(地平)에 깜박이는 불빛 향하여* 늙고 눈 어둔 염부(鹽夫)처럼, 흐린 물 속에 모로 누운 水車의 테두리 밟는 밤이면, 내 사유의 반지름 자유의 반지름 삶과 죽음의 반지름. 내 水車 흙 털고 물 털고 일어서 마른 땅을 구르는 소리.  내 길어올린 바다가 눈부신 꽃소금으로 익어 물의 목구멍 불의 혓바닥에 솔솔 뿌려지는 모습. 굳은 땅에 끝을 건 자도 흙탕물에 꼴깍 잠기고 보면, 번들거리는 구멍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죽은 것이 산 것을 꼭지 째 딸 수도 있다는 것을. 리모컨 한번 까딱하면 두엄 냄새 풍기는 낮은 땅의 뉴스에서  총천연색 사랑이야기로 탈출도 가능한 세상이라는 것을, 보니, 들으니, 눈떠보니   . 소금발이 쓰려서**       * Ch. 보들레르의  < 가난뱅이의 죽음 > 에서 인용.      ** 서정주의  < 영산홍 > 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