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1/4/10(화) 21:09 (MSIE5.0,Windows98) 211.55.55.179 1024x768 [박재열], Ezra Pound의 Vorticism 이론과 Julia Kristeva의         Ezra Pound의 Vorticism 이론과 Julia Kristeva의 기호계                         이론의 비교 연구*                                              朴 在 列                                1 이 연구는 에즈라 파운드가 1915년에 Fortnightly Review에 발표한 [볼티시즘](Vorticism) 및 그 이론에 관련된 이미지에 관한 내용과,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이론 중 기호계와 시적 언어에 관한 이론을 분석하여 상호 비교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파운드의 볼티시즘에 관한 이론은 모더니즘 운동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론의 역할을 했고 크리스테바의 기호계 이론은 여성학, 정신분석학, 문학비평 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특히 그녀의 시에 관한 이론은 시와 예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큰 기여를 했다하여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양자의 이론이 발표된 시기는 약 50년이라는 시차가 있으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 흔적은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연구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연계성을 추적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이 양자의 핵심적인 시 이론을 비교 분석하고 그 특징을 고찰하여 시에 대한 보편적 특성을 보다 깊이 있게 짚어 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2 시카고에서 발행되던 {포이트리}(Poetry)지 1913년 3월호에 F. S. 플린트(Flint)가 인터뷰한 [이마쥐슴](Imagisme)이라는 글은 사실 파운드의 글이다. 이 인터뷰 내용 밑에는 직접 파운드가 서명한 다른 글이 나오는데, 이 글에 유명한 그의 이미지의 정의가 나온다.  하나의 "이미지"란 한 순간에 지적 및 정서적 컴플렉스를 제시하는 것이다. 나는 하트 같은 신진 심리학자들이 쓰는 전문적인 의미 쪽에서 "컴플렉스"라는 용어를 쓰는데, 우리는 그 적용에 있어 절대적인 일치를 얻 지 못할지 모른다.  갑작스런 해방감,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 우리가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체험하는 갑작스런 성장감을 주는 것은 그러한 "컴플렉스"의 순간적인 제시에 의해서이다.  (An 'Image' is that which presents an intellectual and emotionalcomplex in an instant of time. I use the term 'complex' rather in the technical sense employed by the newer psychologists, such as Hart, though we might not agree absolutely in our application.   It is the presentation of such a 'complex' instantaneously which gives that sense of sudden liberation; that sense of freedom from time limits and space limits; that sense of sudden growth, which we experience in the presence of the greatest works of art.)(Literary Essays 4) 파운드의 모든 글이 그렇듯이, 이 글에도 어떠한 논리적, 이론적인 단계를 거쳐서 이런 이미지의 정의가 나왔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윗 인용의 정확한 의미는 "컴플렉스"의 정확한 의미에 달려 있다. 이 "컴플렉스"를 "복합체"로 이해해야 할지, "열등감"으로 해석해야 할지도, 그가 어디서 이 글의 단초를 얻었는가에 달려 있다. 다행히 그는 하트 같은 신진 심리학자가 쓰는 의미라고 못박고 있다. 위테마이어는 이 하트라는 인물은 캠브리지 대학의 심리학자인 버나드 하트(Bernard Hart)라고 하고, 하트는 이 "컴플렉스"라는 용어를 정통 프로이트적 의미, 즉 "강한 정서적 톤과 명백한 특성의 행위를 유발하는 성향을 가진 상호 유관한 개념의 체계"(a system of connected ideas, with a strong emotional tone, and a tendency to produce actions of a definite character)의 의미이다고 적고 있다. 그는 하트가 자신의 유명한 심리학 입문서인 {정신 이상 심리학}(The Psychology of Insanity)에서, 컴플렉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슴도 인용해 보여 준다.  그러면 컴플렉스는 의식적인 흐름의 행동을 결정짓는 요인이 되며, 컴플렉스가 의식에 가하는 행위는 물리학의 "힘"의 개념에 맞먹는 심리적인 유사체로 간주할 수 있다. 물론 컴플렉스가 항상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몇몇 조건 하에서만 활성화 된다. 이 조건은 "자극"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으며, 컴플렉스에 들어 있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개념이 어떤 외적 사건이나, 혹은 정신 그 자체 안에서 일어나는 연상 과정에 의해 서 활성화될 때에도, 이 조건은 꼭 이루어지는 것이다.(33) 요컨대, 컴플렉스는 외적 자극이나 내적 연상작용의 과정에 의해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이며, 그것이 활성화 되었을 때에는 강한 정서적 톤이나 특색 있는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위테마이어는 이러한 "컴플렉스"의 정의는 파운드의 이미지의 정의에 나오는 컴플렉스의 의미와는 별반 관계가 없다고 단정한다. 이 두 사람은 다 컴플렉스를 "정서적 톤"을 지닌 개념의 체계로 본 것은 사실이겠지만, 특히 위테마이어는 파운드의 컴플렉스는 시적 이미지의 자극에 의한 촉발을 기다리며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정도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Image)에 의해서 마음 속에 제시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의 요점은 파운드의 컴플렉스는 어디에 기인하든 이미지가 금방 마음에 제시해 낼 수 있는 것이지, 그 촉발을 위해서는 특수한 상황이 필요한 수동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또 파운드와 하트가 이 용어의 적용에도 "절대적인 일치"를 보지 못하는데, 하트의 주 관심은 컴플렉스로 일어날지 모르는 강박관념적, 정신이상적 행동, 즉 정신의학적 차원 에 있었으나, 파운드의 "이미지"는 그런 이상적 행동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위테마이어의 이어서 "그것[이미지]은 우리의 현실감을 증대 시켜 주지 우리의 비현실에 대한 강박관념을 증대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그[파운드]가 정신이상 심리학에 대한 책자의 도움으로 신비하고 명료한 어떤 체험을 정의하려고 했다는 것으로 그의 절충주의는 칭찬 받을 수 밖에 없지만, 그의 컴플렉스에 대한 언급은 과학을 앞세운 연막 이상은 아니다."(33)라고 하여, 파운드의 컴플렉스가 가지는 의미를 "연막 이상"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또 "갑작스런 해방감,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갑작스런 성장감" 같은 현상을 "신비하고 명료한 체험"이며 파운드가 말하는 "즐거운 심리적 체험"(Spirit of Romance 92) 이상으로 보지 않고 묻어 버린다. 사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은 파운드의 "고양된 순간, 찾지 않아도 온 환상, 혹은 적어도 기계적 작용 없이도 얻은 환상"(SR 97)으로서, 무의식의 역할을 충분히 시사하고 있는데도 그는 애써 무의식적 해설을 피하고 있다. 여기에 비해서 피터 니콜스는 좀더 발전된 해석을 내리고 있다. 그는 하트는 당시 프로이트의 이론을 가장 먼저 영국에 소개한 심리학자라는 점을 밝힌 뒤, 하트의 컴플렉스의 의미는 두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가지는 파운드가 이 용어를 문맥에도 맞지 않게 단순히 도용한 것이며 그 의미는 "복합체"의 의미 이상은 아니며, 그래서 결국 지적 및 정서적으로 "통일된 감성"을 표현코자 이 용어를 쓴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엘리어트의 "통합된 감수성"의 의미로 본 것이다. 심리학적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테마이어가 과학을 빙자한 연막 이상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의 두번째 해석은 파운드가 하트의 이론을 수용했으되 그대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하트의 이론 중 수동적인 연상심리학의 의미만을 받아 들이지 않았는데, 다시 말하자면 파운드의 컴플렉스의 의미에는 연상심리학에서 보는 수용적 감동성(receptive affetivity)에다 "인식 작용"을 더보탠 의미라는 것이다. 하트의 컴플렉스는 내외적 자극을 받아 발생하거나, 연상과정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인데, 파운드의 그것은 이런 특성에다 인식 과정을 통해서 들어 온 것도 통합한 것이어서 정통 심리학적인 의미와는 거리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므로 파운드는 결국 컴플렉스를 심리적 활동의 근원지로서뿐만 아니라 특정한 유형의 인식의 산물로도 생각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니콜스는 컴플렉스(정서적인 톤을 가진 개념의 체계)가 "우리들의 합리성과는 상충되는" "인과의 사슬"을 생산한다고 하트가 말했음을 주의 깊게 상기시키고 있다.(13-4) 니콜스의 이러한 추론이 "하나의 이미지란 한 순간에 지적 및 정서적 컴플렉스를 제시하는 것이다"라는 파운드의 정의에 상당히 충실한 것이다. 니콜스는 컴플렉스가 "강한 정서적 톤과 특색있는 명백한 행위를 유발하는 성향"을 가지는 것으로 우리 의식에 "떠오르는"(occurred) 것임에도, 파운드는 "제시되는"(presented) 것으로 파악을 하기 때문에, 또 이미지가 원래 인식작용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컴플렉스가 위에서 말한 수동성과, 인식 과정이라는 능동성 두가지를 다 가진 것으로 본 것이다. 요컨대 니콜스가 보는 파운드의 컴플렉스는 어떤 자극이나 연상 과정으로 활성화 되기를 기다리며 무의식 속에 잠재하는 개념의 체계인 동시에, 의식적인 인지작용의 결과로써 형성되는 심리체계인 것이다. 우리가 여기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파운드가 이미지를 지적 정서적 복합체로서뿐만 아니라, 의식적 무의식적 복합체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한 까닭에 컴플렉스가 "우리들의 합리성과는 상충되는" "인과의 사슬"을 만드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러한 "합리성과의 상충"은 이러한 컴플렉스의 순간적인 제시에 의해서 얻을 수 있는 "갑작스런 해방감",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 "우리가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을 마주했을 때 체험하는 갑작스런 성장감"에서 엿볼 수 있다함은 무슨 뜻인가?                                3 앞에서 말했듯이 파운드의 이미지에 관한 이론이 크리스테바의 시적 언어에 관한 이론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보겠지만, 파운드의 컴플렉스의 관한 생각은 프로이트의 무의식과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수 없음을 하트를 통해서 밝혔다. 파운드는 물론 프로이트를 계획적으로 연구한 학자는 아니었으나, 그의 경험론적이고 결과론적인 이론이 앞으로 밝히겠지마는 크리스테바의 이론의 결과와 맞닿아 있음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달리 말하면 파운드의 에세이는 위에서 인용한 "갑작스런 해방감", "갑작스런 성장감"과 같이 상세한 추론과정이 빠져 버린 상식적, 경험적, 단편적 결론만이 모여있는데, 크리스테바의 이론은 이러한 논리적 공백을 채워 준다. 그렇다면 크리스테바의 이론적 가설적 명제들이 파운드의 경험적 사실로써 실증하는 셈이 되어 마치 짜맞추는 그림처럼 서로서로의 부족한 곳을 메꿔주는 결과를 보여 준다. 그러면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이나 "위대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체험하는 갑작스런 성장감"이나 또 앞에서 인용한 "기계적 작용 없이도 얻은 환상"은 일단 무의식적이건 다른 요인이건 간에, 설명 가능한 논리적, 합리적 차원의 체험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이러한 시공에 얽매이지 않은, 또 갑작스런 성장을 하는 "감"(感)들은, 말할 것도 없이 논리적, 합리적 차원의 정신 작용의 "중단"이고, "단절"이고, 그것으로부터 "해방"을 뜻한다. 그러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다른 차원의 정신작용이 폭발하여 지금까지 통일과 조직을 유지해 오던 정신작용이 붕괴되었다고 보면 어떨까? 이처럼 다른 차원의 정신 작용이 분출하여 "합리성과의 상충"이 일어났다면, 그 "다른 차원"은 몇가지 면에서 크리스테바의 기호계와 비슷한 면을 가진다. 우선 시간과 공간으로부터의 해방감은, 기호계가 시간 바깥에 있고, 시간 이전(pre-time)에 있고, 시간이 태어난 자궁이고, 또한 공간 이전이라는 크리스테바의 이론과 맞닿는다. 그녀는 기호적 코라는 공간성(spatiality) 및 시간성(temporality)에 앞선 것이라고 말한다.(Revolution 26) "위대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체험하는 갑작스런 성장감"도 결과론적으로는 크리스테바의 상징계를 부수고 용출하는 기호계의 범람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설명하면 모든 텍스트와 문화적 산물은 서로 수정을 가하는 두가지 힘, 즉 기호계와 상징계 간의 상호 작용인데, 상징계가 더 이상 기호계의 에너지를 이미 코드화되어 있는 사회적 출구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때, 기호계의 파괴적이고 흩어지는 에너지가 상징계의 경계나 한계를 침범할 수밖에 없다고 크리스테바는 설명한다. 그렇다면 파운드의 말 "합리성과의 상충"도, 아버지의 법칙에 의해 통제되는 질서와 규칙이 지배하고 통일성과 일관성을 특징으로 하는 상징계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원래 상징계는 무질서한 기호적 유동체의 억압이나 포섭을 주요 기능으로 삼지만, 이러한 기능이 바로 서지 않을 때는 합리성이나 일관성이나 통일성이 붕괴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파운드의 시에 대한 체험의 결과가 기호계와 상징계라는 두 의미화 양식을 전제했다는 가정을 가능케한다. 이 두 의미화 양식에 관한 크리스테바의 가장 핵심적인 설명은 {시적 언어 혁명}(Revolution in Poetic Language)이라는 저서에서 찾을 수 있는데, 특히 기호계에 관한 설명은 단순한 언어적 텍스트의 의미화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의 의미화에 관한 핵심적인 이론이어서 그녀의 이론의 핵을 이룬다. 사실 상징계에 관한 이론은 우리가 현대언어학에서 보는 화용론과 의미론에 관한 것이고, 그의 말대로 "초언어적 실행에 있어서 언어 고유의 체계에 동화될 수 있는, 언어와 모든 것의 논리적 구문적 기능"에 관한 것이어서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기호계에 관한 이론인데, 이것은 라깡의 상상계에 관한 이론을 응용하고 보완하여 독창적인 이론으로 정립한 것이다. 크리스테바가 라깡의 상상계 대신 기호계라는 이름과 개념을 도입한 것은 의미화 과정을 라깡과는 달리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크리스테바는 기호적이라는 용어는 첫째, 언어의 부과 이전에 가정해 볼 수 있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소통(facilitation) 혹은 통로의 형태로 이미 주어져 있는 충동(drive)의 배열과, 둘째, 이러한 소통이 리듬, 억양, 그리고 변형된 어휘, 구문, 수사의 형태로 복귀한 것을 지칭하는 데 쓴다고 말한다.(Grosz 152) 상징계가 의미화 실행의 한계와 통일성을 설정해 준다면, 기호계는 그 실행에서 기표이든 기의이든 기호로써는 꼭 집어 고정할 수 없는 것의 결과를 기록한다고 한다. 이 설명에서 "기호적"이라는 말을 두 단계로 설명하였는데, 첫 단계는 "언어가 부과되기 이전에 가정해 볼 수 있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소통 혹은 통로의 형식으로 이미 주어져 있는 충동의 배열"이다. 그런데 먼저 "소통"이 무슨 뜻인가? 라플랑쉬와 폰탈리스는 소통이란 "자극이 하나의 신경 단위에서 다른 신경 단위로 통과하는 경우, 일정한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데, 자극의 통과가 저항의 지속적인 감소를 가져 올 때 일어나는 것"(157)이라고 설명하니 이것은 곧 신경생리적 의미이고, 생물학적 의미이므로 상징화 또는 사회화와는 먼 거리에 있다. 그로스도 기호계는 유아의 체내에 혼란스럽게 순환하는 의미화 이전의 impulse와 충동의 세트라고 규정하였다.(Feminism & Pschoanlaysis 195)둘째 단계는 이것의 언어에의 유입이다. 즉 이 기호적 소질(disposition)이 언어에 들어 올 때는 리듬, 억양, 그리고 변형된 어휘, 구문, 수사의 형태를 지닌다고 한다. 올리버는 이러한 기호계의 복귀를 유아가 주체와 객체의 개념을 가지기 전의 상태인, 모자 공생체의 리듬이고, 억양이고, 반향언어증(反響言語症)이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차적 모자 관계에 근거를 둔, 모자의 육체가 하나로 융합된 육체적 리듬이고 소리에 근거한 언어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리듬은 정신신체적(psychosomatic) 리듬으로서 그 리듬 속에는, 재미있게도 정신적 기능과 생리적 기능이 함께 혼융되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크리스테바의 이런 맥락에서 보면, 파운드는 언어에 유입된 기호적 소질인 리듬에 관하여 관심이 컸음은, 그가 더욱 기호계에 대한 무의식적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가 앞에서 말한 [이마쥐슴](Imagisme)에서 리듬에 관한 언급("리듬에 관하여--메트로놈의 순서가 아니라 악구(樂句)의 순에 의해 글을 쓸 것")은 기계적인 리듬을 버리고 말 자체의 음악성에 따르는 리듬으로 쓸 것을 강조한 글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허버트 리드(Herbert Read)는 "말의 음악성"이란 다름 아닌 표현하려는 대상이 요구하는 리듬이라고 말한다.(122) 파운드는 [이마쥐슴에 관한 선언](Affirmations: As for Imagisme)에서 "만약 시의 리듬이 그것이 묘사하려는 특정한 창조적인 정서나 에너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 그 리듬 형식은 거짓인 것이다."(350)라고 하여 리듬의 결정소가 정서나 에너지임을 밝힌다. 그보다 앞서 그는 "절대적 리듬"(absolute rhythm)을 설명하면서, 시에서 "지적 요소의 지각은 낱말로 가능하지만 감정의 지각은 운율로 가능"(Ezra Pound: Translations 23)하므로 어떤 시행 의 리듬은 특정한 감정에 상응하는데, 특히 표현할 감정이나 더 미묘한 감정에 정확히 일치하는 시의 리듬을 "절대 리듬"이라고 부르고 있다. (LE 9) 즉 특정한 미묘한 정서와 맞먹는 "절대적인" 리듬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파운드는 정서가 리듬에 결정적 요소임을 경험적으로 강조하였다. 물론 이러한 파운드의 리듬은 앞에서 설명한 크리스테바의 기호계에서 비롯된 리듬과는 다른 점이 많다. 그러나 파운드가 전시대의 기계적인 리듬에서 벗어나 대상과 정서와 에너지(대상 속의 에너지, 주체 속의 에너지 등) 그 자체 속에 숨겨져 있는 리듬을 찾자는 데에는, 크리스테바의 이론과 공통된 면도 적지 않다. 파운드가 배척했던 빅토리아조의 기계적인 리듬은, 무질서하고 카오스적인 인간의 정서에 질서를 가하여 그 작품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페이스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문학전통적으로 그것으로 연상되는 정서를 환기시켜 내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스펜서의 {선여왕}(Faerie Queene)에 쓰인 리듬을 후대의 누가 썼다면 다분히 {선여왕}의 분위기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리듬은 작품이 私的이 아닌 사회적인 공유물이고, 무질서가 아닌 질서이고, 무한한 뒤범벅이 아닌 유기적 통일체의 모양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리듬의 이러한 기능을 크리스테바의 이분법으로 나누자면 그녀가 말하는 상징계적 기능이다. 파운드가 반발한 것은 바로 시에서 패턴화하여 사용되는 이러한 기능의 리듬, 즉 이미 사회적 코드가 되어 있는 상징적 요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리듬은 일반적으로 심장의 규칙적인 박동이나 그것에 따른 호흡 같은 우리의 생리적인 현상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기호적 소질을 떠날 수 없다. 그러나 파운드가 살려 내려고 했던 리듬은 대상이나 주체의 정서나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앞에서 본 정신신체적인, 즉 기호적인 소질을 포함하는 것이 분명하다. 즉 그 리듬은 생리적, 정서적, 또는 그밖의 이름 모를 요인에 의하여 자연발생적으로 피어나는 리듬이지, 패턴화되어 사회적 공기로서의 이용되는, 이미 분위기가 고정되어 버린 리듬은 아니었다.                                4 파운드의 이미지나 vortex에 대한 개념은 크리스테바의 기호적 요소와 상당한 평행선을 긋는 내용을 지닌다. 물론 크리스테바가 정신분석학적으로 "말하는 주체"를 통하여 의미화 과정을 탐구해 온 만큼 주체와 관계되는 언어 "외적인" 문제에 촛점을 두었고, 파운드는 빅토리아조의 구태의연한 시법을 혁신하려는 차원에서 객관적인 사물의 표현 문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파운드는 언어가 가지는 전통적인 상징 및 연상 작용과 축 늘어진 문장 구문에서 비롯되는 빅토리아조의 글이 그 혁신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파운드는 이런 풀죽은 글이 쓰여지는 데에 밑받침이 되는 기본적 태도들을 밝히며 새로운 시의 실험에 노력을 기울인다. 그래서 크리스테바는 "말하는 주체"의 심리학적인 측면에서의 시론 전개를 하였고, 파운드는 객관적 사실의 제시에 핀트를 맞춘 듯하나, 실은 앞의 이미지의 정의에서 보듯이 깊은 주관적, 심리적 통찰을 한 것도 사실이다. 파운드가 전시대의 시에 대하여 맨먼저 가졌던 불만은 힘과 생명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시의 힘과 생명에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회복시키느냐에 고심하였다. 그가 [이미지즘]에서 내세운 세가지 원칙, 즉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사물을 직접 다룰 것, 제시에 기여하지 않는 낱말은 절대 쓰지말 것, 리듬에 관하여, 메트로놈의 순서가 아니라 악구(樂句)의 순서에 따라 글을 쓸 것(LE 3) 등도 사실은 글이 최대의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 그의 이미지즘이나 볼티시즘 운동에서 내건 글쓰기의 전략도 요약하면 풀죽은, 상투적인 표현에, 생명의 에너지를 채워 넣자는 것이었다. 그는 "볼티시즘은 예술이 맥빠지거나 정교화 되거나 2차적 적용을 받기 이전의 예술이다"(Vorticism is art before it has spread itself into flaccidity, into elaboration and secondary application)("Vorticism" 53)라고 말한다. 그는 글이 새 생명을 얻는 것은 힘과 에너지를 충분히 집어 넣을 때라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였다. 파운드는 우주를 "움직이는 에너지들의 세계"(a world of moving energies)(LE 154)로 보고 사물과 이미지와 낱말을 에너지의 결집체로 생각하였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일종의 에너지"(the thing that matters in art is a sort of energy)(LE 49)이지만, 이러한 "세계"의 에너지를 예술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은 강한 정서를 통해서여야 된다고 믿었다. 즉 강한 정서라는 "白熱"이 있어야 이러한 에너지와 힘이 "형식"을 얻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강렬한 정서는 마음 속에 패턴이 뜨도록 한다...정서는 '패턴의 단위'와 '형식의 배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또한 만든다."(Intense emotion causes pattern to arise in the mind....Not only does emotion create the 'pattern unit' and the 'arrangement of forms,' it creates also the Image.)("Affirmations: As for Imagisme" 349-350) 그리고 이때 이루어진 "형식의 객관적인 배열은 힘의 합류를 나타낸다. 이 힘들은 '신의 사랑', '생명력' 정서, 감정, 마음대로 불러도 좋은 것이다"(These forces may be the 'love of God,' the 'life-force,' emotions, passions, what you will)(Affirmation: Vorticism 277-8)고 한다. 파운드가 우주는 "움직이는 에너지들의 세계"라는 자신의 주장은, 한문과 한시를 공부한 어니스트 페놀로사(Ernest Fenollosa)의 에세이 [시의 매체로서의 한자](The Chinese Written Character as a Medium for Poetry)에서 한자의 어원이 운동(action)이었다는 주장을 봄으로써 확고해진다. 페놀로사는 한자가 "자연의 작용"(the operations of nature)(362)에서 나온 만큼 그 뿌리는 "운동과 과정의 속기 그림"(shorthand pictures of actions or processes)(362)이며 "이 상형문자의 다수는 그 속에 언어의 운동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the great number of these ideographic roots carry in them a verbal idea of action)(364)고 하였다. 따라서 "원래 고립된 사물로서의 진정한 명사는 자연 속에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물이란 종점이며, 그보다는 운동의 만난점, 운동을 통해 쪼개 본 단면, 혹은 스냅사진"(A true noun, an isolated thing, does not exist in nature. Things are only the terminal points, or rather the meeting points of actions, cross-sections cut through actions, snap-shots)(364)이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물과 운동은 형식상 구분되지 않으며,(371) 또 "운동과 변화가 자연에서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전부인 까닭에 동사가 자연의 일차적인 사실이 되어야 한다"(373)고 주장한다. 파운드와 페놀로사의 이러한 주장과 이론은 "세계는 힘을 가진 변화과정의 파노라마"(조요한 101)라고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와 현실태라는 용어로써도 설명이 가능하다. 이 두 용어의 개념은 유비적으로 파악될 수 밖에 없는데, 예컨대 건축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건축하고 있는 것, 잠자고 있는 것에 대한 깨어 있는 것... 질료에 대한 그 질료로 형성 된 것의 관계가 곧 가능태에 대한 현실태의 관계다.(조요한 98) 단적으로 이 관계는 "힘"이 작용하여 나타날 때 비로소 가능태가 현실태로 옮겨지는 것이다. 한 개물이 있다는 것은 거기에 잠재되었던 "힘"의 존재가 있고 그것의 "작용"으로 존재에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데, "가능태에 있는 것은 완전 현실태를 향하여 나아간다." 이 이행과정이 바로 운동이다. 다시 말해서 운동은 "가능태에 있는 것의 그러한 것인 한에 있어서의 현실태화"다. 완전 현실태라는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현실태는 무엇보다도 운동과 같다고 생각되는데... 우리는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태라는 개념이 현재 진행태의 의미와, 현재 완료태의 의미를 둘 다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진행태의 의미로서의 현실태는 그 자신 밖에 놓여 있는 목적을 향하여 나아가는 운동과 같은 것이고, 현재 완료태의 의미로서의 현실태는 거기에 이르러 "그 목적을 그 자신 안에 지니고 있는" 완전 현실태를 말한다.... 따라서 운동으로서의 현실태는 활동성을, 그리고 완전 현실태로서의 현실태는 현현성(顯現性) 내지 내재성을 각각 의미하고 있다고도 하겠다.(조요한 99-100) 아리스토텔레스가 "현실태는 무엇보다도 운동과 같다고 생각되는데, 이는 가능태에 대한 현실태의 관계가 가능성에 대한 운동의 그것과 같다..."고 말한 것을 보면, 파운드가 사물과 이미지와 낱말을 에너지 결집체로 본 것이나 페놀로사가 한자를 운동, 과정, 작용으로 본 것은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태로 파악한 것이다. 파운드의 사물이나 페놀로사의 명사는 가능태보다는 운동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파운드나 페놀로사가 생각한 이미지나 한자는 에너지가 활성화 된 그것이고, 과정과 작용 중의 그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가능태에 힘이 작용하여 현실태로 이행하는 과정이거나 이행완료된 것이다. 글자는 다름 아닌 "운동과 과정의 속기 그림"이고, 그러므로 기호로서의 진정한 명사는 자연 속에 존재하지 않으며, 사물과 운동은 구분조차 하기 어렵다고 페놀로사가 말한 것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한다. 더우기 파운드는 빅토리아조의 글의 낱말이나 이미지는 이미 그 개념이 말라 굳어버린 것이었는데, 그가 바라는 이미지는 개념이 고정되지 않은, 개념이 회오리치는 이른바 vortex였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용어로는 현재진행태이다. 이곳은 힘이 역동적으로 흐르는 결절(結節)이며, "에너지의 최대의 점"(the point of maximum energy)(Gaudier-Brzeska 81)이고, 에너지가 최대로 흐르는 개념의 소용돌이인 것이다.  이미지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빛나는 결절(結節)이고 다발이다. 그것은 내가 개념이 변함 없이 달려 나오고 통과하고 달려 들어가는 vortex로 부를 수 있고, 아마 불러야 하는 그것이다.  (The image is not an idea. It is a radiant node or cluster; it is what I can, and must perforce, call a VORTEX, from which, and through which, and into which, ideas are constantly rushing.) ("Vorticism" 57) 그러므로 파운드의 이미지에는 일정한 개념이 고여 있을 수 없다. 그곳은 "개념 이상이며, 혼융된 개념의 소용돌이거나 다발이며 에너지가 부존해 있는"("AI" 349) 곳이다. 그것은, 페놀로사의 말대로 "운동을 통해 쪼개 본 단 면"이며, 에너지의 최대의 점이며, 분명히 운동 중에 있는 현재 진행태이다. 그러나 사물의 에너지가 작품에 옮겨져 "개념의 소용돌이"가 된다는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태인가? 먼저 "개념의 소용돌이"는 "개념"과 어떻게 다른가? 파운드의 {문화 안내}(Guide to Kulchur)에서 이야기한 forma라는 용어의 개념에서 그 해답을 유추할 수 있다. forma는 어떤 "형식"이, 예컨대 물리적 개념, 형이상학적 개념, 심리학적 개념 같은 구체적인 개념으로 나뉘어져 나타나기 이전의 상태라고 한다. 그것은 개념화 과정의 초입단계이고, 아직 완전한 개념으로 정착되지 않은 까닭으로, 소용돌이치는 개념의 단계라고 한다.(152) Forma의 단계에서는 사물의 에너지가 남아 있어서, 이 에너지 때문에 개념들이 정착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념"이라는 단계는 에너지가 정돈되어 고이고 화석화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볼티시즘이 "소용돌이치는 개념"의 단계를 포착하려는 운동이고 보면 파운드가 취한 방향은 가능한한 forma의 초기단계를 포착하여, 적어도 시에서는 "사물의 에너지"로 사물을 제시하자는 주장이었다. 파운드는 고디에-브르제스카(Gaudier-Brzeska)가 자신의 두상을 조각해 가는 과정을 지켜 보고는 "아마 내 흉상은 완성되기 2주 전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때가 더 나았다는 말이 아니라, 지금은 靜(stasis)인데 반해 그때는 動(kinesis)이었다"(G-B 49)고 말한 적이 있다. 이것은 물론 완성된 두상이 특정 인물의 이미지로서 상징적 의미를 띠는, 일종의 개념의 영역에 들어 있음을 뜻하지만, 2주전에는 그런 개념이 정착되기 전이었으며 "회오리치는 개념" 즉 에너지만이 넘쳤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파운드의 시의 이미지는 개념이 회오리치는 곳이므로, 그 개념들은 안정된 의미, 통일된 의미, 문법적인 의미를 구성하지 못한다. 그 이미지들은 거센 힘에 날리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서로의 질서와 경계를 지키지 못한다. 당연히 이미지들은 산문에서 보는 명료한 지시성을 잃게 된다. 파운드가 "이미지란 기분과 관계를 가지는 '바다, 절벽, 밤' 등에 관한 등식"("Vorticism" 57)이라는 정의를 내렸을 때도, 이미지는 기분을 바탕으로 하는 "바다, 절벽, 밤"의 개념의 회오리로서 고정된 개념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고정된 개념을 가지는 것은 상징주의자의 상징이다. 그래서 파운드는 "상징주의자의 상징은 산수의 1, 2, 7 같은 수처럼 일정한 가치를 가진다. 이미지스트의 이미지는 대수의 기호 a, b, x처럼 가변적인 의미를 가진다."("Vorticism" 57)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바로 "바다, 절벽, 밤"의 개념이 정상적인 기표와 기의의 고정된 관계에서 나오지 못한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회오리", "가변적인 의미"를 보여 주는 예가 바로 [지하철 역에서]라는 시이다.  군중 속의 이 유령같은 얼굴들  젖은, 검은 가지 위의 꽃잎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여기서 "유령 같은 얼굴들"과 "검은 가지 위의 꽃잎"은 매타포의 관계임을 암시함과 동시에 두 이미지가 포개져서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 단일화된 이미지는 우연히 병치된 두 사물의 물질적인 표상일 뿐 아니라, 시인의 정서의 반영체이기도 한다. 다른 말로 하면 이 이미지는 물질적인 사물을 그리는 고정된 의미를 떠나서 시인 내면의 무량광대한 정신을 환기시킨다. 이 말은 이 이미지가 정신 속의 무량광대한 시간과 공간 속에 떠 있는 정서의 일단의 표지라는 것이다. 파운드는 바로 이 이미지의 포갬(super-position)의 방법으로 그의 지하철 정서를 표현할 길 없는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바로 "이런 종류의 시가 외적이고 객관적인 사물이 내적이고 주관적인 사물로 변형하고 뛰어드는 그 순간을 포착하려고 노력한다" ("Vorticism" 54)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갑작스런 해방감",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 "갑작스런 성장감"을 체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물리적인 사물간, 시공간의 질서로부터의 해방을 뜻한다.                                5 이러한 해방감은 크리스테바가 말한 "언어와 모든 것의 논리적 구문적 기능"으로 얽매어 있는 상징계로부터의 해방이라고 한다면 대단한 비약처럼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하면 시적 언어란 논리적 구문적 기능의 상 징계에 대한 기호계의 침범이고 넘침인데, 이러한 넘침의 영향으로 이미지가 1, 2, 7처럼 일정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수의 a, b, x처럼 가변적인 의미를 가지게 된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처럼 기호적 요소는 시공(時空), 주객(主客), 논리의 개념 너머에 있다. 기호계가 시간 바깥에 있고, 시간 이전에 있고, 시간이 태어난 자궁이고, 또한 공간 이전이라는 크리스테바의 주장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주객의 개념 너머에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크리스테바의 자아 형성에서 주객의 분화에 대한 설명은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정립상"(定立相, thetic phase)에 관한 이론에서 찾을 수 있고, 이 이론의 이해는 다시 기호계에 관한 몇가지의 이해를 전제로 한다. 원래 갓 태어난 아기는 자신과 어머니/타자/거울의 이미지 사이의 구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즉 주체와 객체의 미구분 상태이다. 그러다가 만약 그 아기가 말을 배워 어떤 발언을 한다면, 그것이 한 낱말이든 문장이든 분리된 주체 및 객체의 인식 위에서 이루어진 것, 다시 말하면 그 아기가 자신의 [거울 속의] 이미지로부터 또 그 이미지를 통하여, 또 그의 객체로부터 또 그 객체를 통하여 "분리되었슴"을 뜻하는 것이다. 이 인식이 바로 큰상징계로의 침입을 뜻한다. 이때가 이 아기가 주체로서 독립되는 단계이고, 조정과 자기확인(identification)을 얻는 시점이고, 명제나 판단의 근거가 되는 조정(措定, position)을 확보한 상태이다. 상징계 속에 기호계의 일부가 들어 있지만, 이 둘의 분할은 이후로는 기표 및 기의의 단절로 나타난다. 앞에서 암시했듯이 아이를 상징전적인, 즉 어머니와 동일시하는 단계로부터, 거울 안의 타자와의 동일시 단계로 옮겨 가는 것이 경영기에 일어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 경영기를 겪은 개체, 즉 이 "정립적 통일체"는, "통일체"라는 말이 내포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기표와 기의, 상징과 실재로 나뉘어져 있으며, 특히 크리스테바는 이 정립체의 두 이질적인 요소, 즉 기호적 요소와 상징적 요소 간의 분할을 아주 강조한다. 즉 경영기를 거친 자아라도 상호이질적인 두 요소, 즉 기호계와 상징계로써의 의미화 과정의 결과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미화 과정에서 기호계의 역할은 기호적 충동의 방출인데, 이것은 언어의 물질성(톤, 음악, 리듬 등) 속으로 유입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올리버는, "아기가 듣고 내는 첫 소리는 어머니의 육체와 관계있다. 그 소리와 그 육체는 억압되었다가 언어에서 기호계로 나타난다. 그러나 거세에 대한 관계 때문에 남녀는 기호계와 일반적인 언어에 대하여 다른 관계를 가진다. 크리스테바에 있어서, 사내 아이는 어머니와의 동일화를 억지로 막는 거세의 위협을 경험하여 완전 언어에 진입하지만, 계집 아이는 꼭 같이 거세의 위협을 체험하지 못하므로 그래서 어머니와의 동일화를 완전 차단하지 못하므로, 완전한 언어에의 진입을 이룰 수 없다."(Oliver 111)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기호계는 어떤 면에서 언어를 일으키고 파괴하는 기호적 육체를 지칭하기도 하며, 언어 내부에 있고, 언어 너머에도 있는 모성적 음악을 지칭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기호적 소질이 언어로 되돌아 올 때 의미화 실행은 위기에 빠진다. 언어의 기호계가 혁명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의 기호계가 정치적 혁명처럼 큰상징계와 주체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준다. {시적 언어 혁명}에서 크리스테바는 예술과 정치는 같은 과정의 다른 양식이라고 주장하면서 각각의 혁명은 언어이든 정치이든 바로 기호계의 침입으로써 일어난다고 한다. 이 기호계는 언어에 충동을 부어넣음으로써 언어가 힘을 얻게 된다. 이 기호계는 말하자면 언어의 충동이 들어 있는 저장고이다. 초기의 저술에서부터 크리스테바는 기호계의 생물학적인 작용을 의미화 및 사회적 코드에 종속된 작용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 생물학적인 기호계의 작용은 얌전한 것이 아니라서 종속됨과 동시에 이들 코드를 위반해 버린다. 실제로 코드의 영역 즉 의미화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이런 침범은 주체로 하여금 코드를 즐기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코드를 위험에 처하도록 만든다. 이런 기호계는 (작은) 상징계를 침범하는 동안에 큰상징계를 생산하며 동시에 큰상징계에 의하여 생산되어 가는 언어의 생물사회적(bio-social) 요소이다. 또 언어의 기호계는 충동을 표현해 주는 리듬이고 음악이다. 크리스테바는 본능적 리듬이 상징적 주제들 속에 흘러넘치며, 의미는 "의미의 겉"으로 보이는 "물질성"으로 이루어지며, 또 곧 그 물질성 속에 잠기고 만다고 한다. 언어를 통하여 충동을 방출할 때 얻는 즐거움은 분명히 의미와 표상 위로 넘쳐나게 한다. 언어의 물질성 그 자체가 큰상징계를 통하여 충동을 방출하며, 그것은 언제나 상징성 위로 넘치는 것이다. 이때 언어는 충동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며, 특히 시적 언어와 아방가르드 언어는 충동의 활동을 재개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6 지금까지의 설명은 어떻게 시가 기호적 요소에 의존하며, 나아가서는 이 기호적 요소 때문에 주객의 분리의 와해를 가져 오는지를 암시한 것다. 또 앞에서 본 파운드의 이미지에 대한 통찰과 크리스테바의 의미화의 실행에 대한 설명은, 다 같이 논리와 통일의 체계가 무너지는 곳에, 즉 분화된 주객의 개념이 허물어지는 곳에 이미지와 시적 언어가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파운드는 이 상징계와 대조되는 기호계에 대하여 별로 깊은 연구가 없었을 테지만, 시가 상징계 이전의 forma의 단계에서 생성되며 그 의미 또한 안정되고 구획 정리된 것이 아니라, 아직 에너지가 회오리치는 것이라고 본 것은 이 기호계와 막먹는 한 양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인식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여기서 우리는 앞에서 살핀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기호계의 속성을 파운드의 시론과 관련지어서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크리스테바의 기호계는 근본적으로 한 주체의 육체적 정신적 발달 과정과 맞물린 의미 형성 과정에서 나오는 논의이어서, 그 힘 또한 충동과 리비도의 힘을 지칭한다. 말하자면 그 힘은 주체 속에서 발생하는 내적인 힘이고, 구체적으로는 신경정신적인, 생물학적인 힘이다. 그러나 파운드의 시의 힘은, 시인의 내적인 정서라는 "백열"로 결집한 사물의 에너지이므로, 따라서 내외적 에너지가 혼융되어 있는 것이다. 또 "지적 정서적 복합체를 제시하는 것"이라고 한 그의 이미지의 정의에서 보더라도, 이미지의 힘은 사물("지적")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신("정서적") 속에서 나오는 복합적인 힘이다. 따라서 그의 이미지는 사물의 물질성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그 사물에서 비롯되는 힘과, 그것을 표현하는 주체의 정신적인 힘과의 합류를 암시함이 분명하다. 이처럼 파운드의 이미지의 힘이 시인의 내적 외적 힘의 합성이라는 논리는, 앞의 컴플렉스의 논의에서 본 것처럼, 그 힘이 주.객관적, 또 의식적.무의식적 힘의 합이었다. 한편 크리스테바가 글의 종류는 기호계와 상징계의 변증법으로 결정 되지만, 특히 시는 상징계에 억압되어 있던 기호계의 침범이고 넘침이라고 말하는데, 이때 기호계의 구체적인 의미는 시의 낱말, 리듬, 톤 등의 물질성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파운드의 기호계에 대한 통찰이 구체적이지는 못하지만 "주관적이든 객관적이든 직접 표현할 것"과 "절대적 리듬을 쓸 것"등을 강조하여, 리듬의 결정소가 정서나 에너지임을 밝히는 한편, 힘의 저장고로 객관적인 사물과 정서에 기댄 것은 크리스테바의 기호계의 개념과 그리 멀지 않다. 또 파운드의 "갑작스런 해방감", "시간과 공간의 한계로부터의 해방감", "가장 위대한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체험하는 갑작스런 성장감을 주는 것"은 무의식적인 "'컴플렉스'의 순간적인 제시에 의한 것"임을 파운드의 경험으로 확실히 했는데, 이것은 달리 기호계의 침범에 의한 논리적인 상징계의 와해라는 것과 상당히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참 고 문 헌 Fenollosa, Er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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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ra Pound's Vorticism and Julia Kristeva's Semiotic: A Comparative                       Theoretical Study                                                  Park, Jae Yeol Abstract The aim of this study is to compare Pound's Vorticism theory, one of the major theories of Modernism, and Kristeva's semiotic theory, one of the major Post-modernism theories. Though one theory did not have any substantial influence on the other, some parallels are found between them. Pound's exact idea of 'complex' in his definition of the Image seems to suggest the unconscious in the human mind. The effects of presenting such 'a complex,' as he expresses in 'that sense of sudden liberation; that sense of freedom from time limits and space limits; that sense of sudden growth...' may suggest the destruction of the symbolic and syntactic levels of meaning in poetry. His definition of vortex, specifically 'a VORTEX, from which, and through which, and into which, ideas are constantly rushing,' may also presuppose the stage in which fixed ideas are not fully formed. Kristeva's theories of poetic language may explain Pound's empiric definitions. The semiotic is the pre-Oedipal, rhythmic, energetic, dispersed bodily series of forces, while the Symbolic is the logical and syntactic functioning of language. The Symbolic is an order superimposed on the semiotic. The semiotic overflows its Symbolic boundaries in poetry. Pound's destruction of the level of solid ideas in poetry is similar to the transgression of the semiotic on the Symbo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