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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1/2(화) 16:01 (MSIE6.0) 220.78.31.160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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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김상옥 시인 대표작 모음
초정 김상옥 선생님께서, 2004년 11월 1일 영면하셨습니다.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 선생의 시를 외우며 자랐던 저에겐 또 하나의 커다란 상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이 지극하셨던 부인이 먼저 가시자, 스스로 식음을 끊어 닷새만에 뒤따라가신 선생님. 장례식장까지 가긴 하였으나 저또한 모친 상중이라 향불 한 자루와 두번 절도 드리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서둘러 찾아가신 그곳에서도 여기서처럼 돌올한 시의 나라를 펼쳐보이시길 빌며, 지금은 너무나 잊혀져버린 선생의 시조들을 힘 닿는대로 수집하여 여기에 모아두려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붙이는 '주옥'이란 말의 참뜻을 음미해 보시길 빌며. (2004. 11. 2. 이향지) -----------------------------------------------------------------------------------------
봉선화(鳳仙花)김상옥 비 오자 장독 간에 봉선화 반만 벌어 해마다 피는 꽃을 나만 두고 볼 것인가 세세한 사연을 적어 누님께로 보내자. 누님이 편지 보며 하마 울까 웃으실까 눈앞에 삼삼이는 고향집을 그리시고 손톱에 꽃물 들이던 그 날 생각하시리. 양지에 마주 앉아 실로 찬찬 매어주던 하얀 손 가락 가락이 연붉은 그 손톱을 지금은 꿈 속에 보듯 힘줄만이 서노나. ---------------------------------------
백자부(白磁賦)김상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 끝에 풍경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
사향(思鄕)김상옥 눈을 가만 감으면 굽이 잦은 풀밭길이, 개울물 돌돌돌 길섶으로 흘러가고, 백양 숲 사립을 가린 초집들도 보이구요. 송아지 몰고 오며 바라보던 진달래도 저녁 노을처럼 산을 둘러 퍼질 것을.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어질고 고운 그들 멧남새도 캐어 오리. 집집 끼니마다 봄을 씹고 사는 마을, 감았던 그 눈을 뜨면 마음 도로 애젓하오. --------------------------------------
다도해김상옥 쟁반에 담긴 쪽빛, 누가 여길 바다랬나! 멀리 구름 밖에 겹겹이 포개진 것. 그린듯 고운 아미에 졸음마저 오누나. 이제 막 솟아오른 반만 핀 꽃봉오리 잠길 듯 둥근 연잎, 떠 있는 물굽이로 잔잔히 흐르는 돛배 나비되어 숨는다. 어미소 곁에 노는 귀여운 망아지 떼 송아지 뒤따르다 돌아보는 얼룩말들 점점이 꿈을 먹이는 푸른 벌판이구료. ---------------------------------------
다보탑(多寶塔)김상옥 불꽃이 이리 튀고 돌조각이 저리 튀고 밤을 낮을 삼아 정 소리 요란ㅎ더니, 불국사 백운교 위에 탑이 솟아오르다. 꽃쟁반 팔모 난간 층층이 고운 모양, 임의 손 간 데마다 돌옷은 새로 피고, 머리엔 푸른 하늘을 받쳐 이고 있도다. ------------------------------
옥저(玉笛) 김상옥 지그시 눈을 감고 입술을 축이시며, 뚫린 구멍마다 임의 손이 움직일 때, 그 소리 은하(銀河) 흐르듯 서라벌에 퍼지다. 끝없이 맑은 소리 천년을 머금은 채, 따스히 서린 입김 상기도 남았거니, 차라리 외로울망정 뜻을 달리하리요! ---------------------------------------
강(江) 있는 마을김상옥 한 구비 맑은 강은 들을 둘러 흘러가고 기나긴 여름날은 한결도 고요하다 어디서 낮닭의 울음소리 귀살포시 들려오고 마을은 윗뜸 아래뜸 그림같이 놓여 있고 읍내로 가는 길은 꿈결처럼 내다뵈는데, 길에는 사람 한 사람 보이지도 않아라. 김상옥(金相沃 , 1920-2004 ) 호는 초정(草汀) 또는 초정(艸汀). 시조 시인. 경남 통영 출생. 1938년 <문장>에 '봉선화' , '백자부' 로 등단. 1941년 <동아일보>에 '낙엽' 당선. <맥>동인 활동. 전통적인 율 격과 제재로 사실적 기법을 활용 현대 시조 경지 개척. 전통적 정서에 관심을 두고 주변 현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아름답게 다듬어진 서정을 노래함. 시조집에 <초적>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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