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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6/15(화) 15:10 (MSIE6.0) 218.155.237.15 1024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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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버지의 추억
<펌/조선일보>[아버지의 추억]
<15>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남의 영향 받지않고 움직일 자유 代價치러도 그만한 가치 있단다"
나치스 점령 때 프랑스 탈출
美軍으로 '노르망디' 참전도
▲ 1944년 1월에 찍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버지. 베르베르는“아버지는 단지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추억
독일군이 독일 점령지와 자유 프랑스의 경계선을 통과했을 때, 아버지는 열여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에스파냐로 탈주했다지요. 세 분은 프랑코 치하의 에스파냐 경찰에 체포되어 바르셀로나 감옥에 갇히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배를 타고 미국으로 도망쳤고, 거기에서 대학을 다니셨지요. 그러다가 미군에 입대하셨고, 어떤 기갑 연대의 일원으로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참가하셨습니다. 국내의 다른 프랑스인들이 숨어 지내거나 부역자가 되거나 오불관언할 때, 아버지는 자신이 선택할 길을 끝까지 가셨습니다. 아버지에게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제가 어렸을 때 저를 재우시기 전에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던 일도 생각납니다. 아버지는 늘 환상적인 이야기를 지어내서 저에게 들려주셨지요. 그러면 저는 밤에 그 이야기에 관한 꿈을 꾸곤 했습니다.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기발하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어디에서 오느냐는 것이죠. 저에게 그런 욕구가 있다면, 그것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마련해 주신 그 짤막한 마법의 순간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에게 체스를 가르쳐 주신 일도 아버지에 관한 이 글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서 체스를 배웠다고 하셨습니다. 바르셀로나 감옥에 갇혀 지내던 시절에, 할아버지가 판지로 판을 만들고 빵조각으로 말을 만들어 체스를 가르쳐 주셨다지요? 아버지에게서 배운 체스는 나중에 제가 제 소설의 장면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흑과 백, 장소의 통일성, 전쟁 또는 사랑의 드라마, 서스펜스. 이 모든 것 역시 아버지에게서 온 것입니다.
제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것 중에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는 방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건 가장 쉬운 길은 아니지만 단연코 가장 흥미로운 길입니다. 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생각하는 자유, 상사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사는 자유, 삶 속에서 얻은 경험과 세상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여행을 바탕으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형성하는 자유. 그런 자유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저에게 가르치셨습니다.
이제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단지 아버지일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친구이기도 하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들처럼 규칙적으로 장시간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합니다. 사실 아버지는 저의 가장 오래된 친구입니다. 한번도 저를 실망시키거나 배신한 적이 없는 친구죠. 우리는 언제나 자유롭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버지께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대하듯이 저를 대하시는 법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훈계를 늘어놓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젊은 사람을 가르칠 수 있다고 단정하는 부류의 어른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늘 “난 널 믿는다. 넌 잘 해낼 거야”라고 말씀하시죠.
만일 우리가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았다 해도, 저는 아버지를 자주 만나고 싶은 분으로 여겼을 겁니다. 만일 내생에서 저에게 선택의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리고 제 선택을 아버지가 받아들이신다면, 저는 다시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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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르즈에서 출생한 베르베르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프랑스의 시사주간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과학부 기자로 일했으며, 1991년 소설 ‘개미’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경이롭고 환상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개미’ ‘타나토노트’ ‘아버지들의 아버지’ ‘뇌’ ‘나무’ 등이 있다.
입력 : 2004.05.05 18:32 28'<펌/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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