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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이 낳은 시인들  

◇해남이 낳은 시인들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거기에 갔다고

   누가 와서 물었네 거기가 어디냐고
   나는 대답했네 담 너머 하얀 집을 가리키며
   자유가 묶여 발버둥치는 곳이라고

   산에 들에 봄이 오고
   누가 와서 물었네 지나가는 말로
   그는 이번에 나오지 않았느냐고
   나는 대답했네 무덤 하나를 가리키며
   그는 지금 저기에 있다고

   ―김남주(1946∼1994) 시, '산에 들에 봄이 오고' 전문.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말들이 태어난다. '모두'를 위하여 '나'를 버릴 줄 아는 아름다운 정신이 태어난다. 아름다운 해남은 깨어있는 시인들을 많이 낳았다.
 시조문학의 비조로 불리는 고산 윤선도(1587∼1671)가 말년을 은거하며 '오우가' '어부사시사' 등의 명작을 남긴 고장 해남.
 우리 현대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은 시인 중에는 해남 출신이 많다. 1950년 《문예》지로 등단하여 교과서에도 실린 시 '강강술래'를 남긴, 시인 이동주(1920∼1979)는 현산면 읍호리 출신이었다. 두륜산 대둔사(대흥사) 입구에 '강강술래' 시비가 있다.
 1974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잿더미' 등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온 민족시인 김남주(1946∼1994)는 삼산면 봉학리 출신이었다.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9년째 복역하다, 가석방조치로 출소하였으나, 1994년 2월 13일 췌장암으로 세상을 떴다. 향년 48세였다. '鎭魂歌' '나의 칼 나의 피' '조국은 하나다' 등의 시집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나'보다는 '우리의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한 사람이었다.  
  '여성 해방의 기수'로 불리는 고정희(1948∼1991)는 삼산면 송정리 출신이다. 1975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했고,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있는가' '초혼제' '눈물꽃' '지리산의 봄' 등의 시집을 남겼다. 1994년 6월 9일 즐겨 찾던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사 함으로써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1969년 《전남일보》《전남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 '나는 하느님을 보았다' '국밥과 희망' '불이냐 꽃이냐' '넋통일' '참깨를 털면서' '아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등의 시집을 낸 중진 시인 김준태(1948∼) 선생 역시 해남 출신이다.  
 시 '연혁'으로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고, 《문학과 지성》에 '대답 없는 날들을 위하여' 등의 시를 발표하면서 데뷔한 시인 황지우(1952∼)는 북일면 신월리 배다리마을 출신이다. "남녘 토양은 내 시의 자양분"이라고 말하는 그도, 이 시대의 대표시인에 속한다.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나는 너다', '게눈 속의 연꽃' 등의 시집을 냈고, 김수영 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1955년《문학예술》지에 시 '화병정경' 등으로 데뷔한 박성룡(1932∼) 시인은 화원면 마산리 출생이다. 서울신문 문화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냈고, '가을에 읽어버린 것들' '춘하추동' '동백꽃' '휘파람새' '고향은 땅끝' 등의 시집을 냈다. 정년 퇴임 후에도 시작에 몰두하고 있다.
 1979년 《현대문학》에 '장자'등이 추천되면서 문단에 나온 고형렬(1954∼)시인도 해남 출신이다. 강원도 속초에서 성장하였고,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김포운호가든집에서'등의 시집이 있다.  
 경기대학교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이지엽시인도 해남 출신이다. 1958년 해남에서 태어났고,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 고료 신인상 및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옴, 중앙시조대상 등 수상. 시집으로『씨앗의 힘』,『샤갈의 마을』, 시조집으로『떠도는 삼각형』, 『해남에서 온 편지』등이 있다.
 화산면 갑길리 출신 윤금초 시인, 해남읍 안동 출신 박건한 시인, 해남읍 성내리 출신 이창열 시인, 산이면 출신 김재희 시인, 북평면 와룡리 출신 오영빈 시인, 해남읍 학동 출신 김봉호 시인 등도 황토의 고장 해남을 드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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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산>> 2002년 4월호, '이향지 시인의 향토기행'에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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