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4/13(금) 17:20 (MSIE5.0,Windows98) 211.218.204.202 1024x768
왕시루봉 오르며  


            이  향  지


    솔가리 섞인 돌 틈에서 춘란 촉이 눈 틀 때
    지리산 왕시루봉을 걸어 오릅니다.
    오르는 길은 오솔길
    산 너머 넘어가도 긴 오솔길.  
    어디서 보아야 시루 같습니까
    대답 없는 사람을 멀리 앞세우고
    두툼한 솔가리 밟으며 오릅니다.  
    왜송 숲 다음은 홍송 숲
    홍송 숲 다음은 잣솔 숲
    솔숲에 일렁이는 바람 소리 사귀며
    오솔길 한 가닥 앞세우고 오릅니다.
    잣송 숲 너머엔 억새 밭
    억새 밭 옆구리엔 잡목 숲
    아플 일 없으니 아픔을 만들며, 저 산정까지
    금빛 강이 내려다보이는 억새 언덕까지
    잣나무 터널을 뚫고 오릅니다.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두터워
    멧새소리도 동네 어귀에서만 빙빙 도는 때
    나 살던 곳, 돌아갈 길, 아득히 잊고
    오솔길 한 가닥 끌고 오릅니다.
    오르는 길은 힘들고 숨이 차지만
    나는 내일 이 길로 갈색 나비를 날리며
    내려올 겁니다, 겨울을 부려놓고
    봄 한 짐 지고, 갈색 나비를 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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