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4/17(수) 17:11 (MSIE5.5) 211.221.137.5 1024x768
향토기행을 시작하며  

향토기행을 시작하며




 나는 우리 향토에 빚을 지고 있다. 어느 땅이 특별히 붙들고 채근을 해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갈 수 없는 북녘 땅은 《북한 쪽 백두대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를 통하여 세세히 밝혀놓았지만, 내가 몸담고 사는 남녘 땅엔 그러지 못했다. 이제 나는 향토 순례의 길에 오른다. 나를 낳고 길러준 나라의 땅과 사람의 향기를 맡으러 간다. 가슴에 얹혀 있는 빚을 갚으러 간다. 강이나 바다를 앞에 두고, 산에 등을 기대고, 울며 웃으며 대대로 지켜온 땅과 사람의 향기를 전하려고 간다.  
 길은 좋아지고 정보는 차고 넘친다. 우리 국토 안 어디에도 처녀지는 없을 만큼 되었다.  어떤 것이 새로울 것인가. 그러나, 집집마다 짓는 밥맛이 다 같지는 않다. 나의 눈과 귀와 손과 코와 가슴과 혀로 느낀 것을 재료로, 나만의 밥맛을 창출하도록 노력해보겠다.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나의 주된 관심은 땅과 사람에 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덮고 무엇을 입고 어디에 기대 살아왔는가? 우리의 부흥을 위해 변형되고 사라져 가는 것들에게 월계관을 씌워주겠다. 소문난 유물이나 명소를 찾되,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는 선(線)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 살아있는 것들에게서 미래를 발견하도록 초점을 맞추겠다. 솔직하겠다. 과장하지 않겠다. 편애하지 않겠다. 나만의 잣대와 저울로 판단을 호도하지 않겠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겠는가. 많이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이향지


*2002년 4월호 월간 <<산>>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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