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1 : 시 <돌 속의 넓은 풀밭> 표절시비 자초지종

◎ 2001/4/16(월) 14:42 (MSIE5.0,Windows98) 211.104.141.158 1024x768

시 <돌 속의 넓은 풀밭> 표절시비 자초지종

*여기 두는 글들은

후배시인 이대흠이, 나의 시 <돌 속의 넓은 풀밭>을 자신의 시 <지나공주2>와 연계하여 표절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받아낸 사과문과, 그 사과문을 본 뒤 제가 한 반론 내용입니다.

(추신:이대흠 시인은 나의 반론을 본 뒤 정중한 사과문을 이메일로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내용 공개는 보류하겠습니다.)

문제의 발단

은 이대흠 시인이 2001년 4월 13일, 자신의 홈피 자유게시판에

라는 제목과 보충 설명 아래 장정임 시인의 시 <에밀레 에밀레>와 나의 시 <돌 속의 넓은 풀밭>을 잇달아 올리고, 그 아래 다시

라는 설명을 덧 붙인 뒤, 자신의 <지나공주>연작 10편을 게시함으로써 비롯되었습니다.

*여기 실린 글들의 원본이 있는 곳은

이대흠시인의 홈피 httt://e-siin.com 자유게시판입니다.
이 글을 여기 옮겨두는 이유는 이 건이 이미 항간에 널리 회자되고 있고, 사안이 사인인 만큼, 그 자초지종을 살펴서 올려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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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나의 시<돌 속의 넓은 풀밭>과 이대흠 시인의 시<지나공주2>를 올려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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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넓은 풀밭

*<<내일을 여는 작가>>2000년 가을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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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나에게

*<<현대시>>2000년 3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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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대흠 시인 홈피 자유게시판에 게재된 첫번째 사과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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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5 (23:12) from 211.195.138.41' of 211.195.138.41' Article Number : 334
이대흠 Access : 65 , Lines : 10

<이향지 선생님께>

먼저 선생님의 건필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얼마 전 저는 이곳 자유 게시판에 '답답해서, 누가 말 좀 해봐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이 표절 시비로 오인하여,
이향지 선생님께 누를 끼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본인의 불찰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입니다.
이 점 이향지 선생님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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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첫번째 사과문에 대한 나의 반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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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4/16 (03:34) from 211.104.127.246' of 211.104.127.246' Article Number : 336
이향지 (hyangji@netsgo.com) Access : 39 , Lines : 72

<이대흠 시인의 사과문을 읽고>

대흠아!
사과문 잘 읽었다. 그러나 너무 약하다. 내 마음에 너무 덜찬다. 독자 탓으로 돌리기 전에 니가 쓴 글을 잘 읽어보기 바란다. '표절'이란 말은 안들어 갔지만, 억울해서 죽겠으니 누가 좀 봐주소! 도와주소! 그런 뜻 아니었나? 말과 말 사이에 숨겨둔 말. 안함으로써 더 강열하게 주장하는 말, 니는 이번에 그런 말을 한거라. 그런 방법으로 말을 한거라. 나도 명색이 시인인데 그 정도도 못알아 듣겠나. 니 홈의 독자들도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일텐데 그 정도도 못알아듣겠나? 안한 말이 더 무섭다는 것, 니도 잘 알지 않나. 이 게시판 249번 게시물은 바로 그런 방법으로 쓰여진거라. 니가 알고 썼든 모르고 썼든 결과는 그렇게 나타난거라. 발 빼지 마래이. 독자들이 오해한 게 아니라, 니가 오해한 거라.

대흠아! 나는 니를 사랑하고, 니 앞날까지도 아낀다.
니 사과 받아들이마! 그러나 이 말은 해야겠다. 니는 출발부터 팡파레 울리며 시작했지만, 나는 참으로 뒤늦게 씁쓸하게 고독하게 여기까지 왔다. 나는 내 존재에 너무 깊게 엎드려 있어서 남의 말 훔치러 다닐 틈도 없었다. 내 안에서 우글거리는 말만해도 바닷물 같이 많은데, 남의 말 훔쳐다가 내 시에다 베껴먹을 틈이 어디 있었겠노. 대흠이 니도 그렇다. 말로만 친한 척 존경하는 척 할게 아니라, 내 시를 주욱 따라 읽어왔더라면 이번 같은 헛소리는 안했을 기다.

대흠아!
니 첫시집 <눈물속에는 고래가 산다> 나왔을 적엔 나도 참 좋아했제. 그래서 너를 알게 됐고, 친하게 됐제. 니 시보다 니 인간을 더 좋아했제. 그런데 이번에 보니, 니가 광주로 간 게 아니라 달나라보다 더 먼곳으로 간 것같구나..
대흠아! 니도 알다시피, 요 몇년은 나도 눈코 뜰 새없이 바빠서, 대흠이 니 시 읽어줄 틈이 없었다. 그점은 미안하다. 오늘도 마감에 몰린 원고 쓰고 있다가, 청천벽력 뒤통수 맞고 저녁밥도 못먹고 펄펄 뛰다가 니한테 전화걸었다가, 니 사과받고는 좀 가라앉았는데, 니가 새벽까지 올려놓겠다던 사과문이란 걸 읽으니, 또 병이 도진다.

대흠아! 섭섭하겠지만, 나는 니 시 안 읽는다. 내 바쁜 탓도 있었지만, 니 소설가 된 뒤로는 읽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니가 이렇게 걸고 들어오니, 아무리 바빠도 문제의 니 시를 읽지않을 수가 없게 되었구나. 그러나 10편 다 읽을 시간은 없고, 내 시 <돌 속의 넓은 풀밭>이 니 시와 닮았다고 니가 주장하는 <지나공주 2>는 뜯어서 읽어보았다.
니 시 <지나공주2>는 남자가 주는 것이나 받아먹고 사는 수동적인 여자 이야기다. 남비주고 불주고 고구마주고, 주면서 부려먹고 분뇨통처럼 사정해서 자식 낳게 하고, 그 자식은 자라서 제 아버지가 하던 짓을 따라하고, 그런 사내들에게 고통당하는 여자 이야기다. 사내들 때문에 다 닳은 남비가 된 여자 고푼배 채우려고 달빛이나 마셔대는여자 쨍강쨍강 우는 아기의 밥이나 되는 여자, 그런 삶의 되풀이.. 그래서 그 틈바구니 속에서 살다살다 한이 맺혀 죽고, 귀신이 되고, 귀신이 되어서도 생전에 하던 대로 오줌통 안에서나 궁시렁거리는, 그런 여자를 그린거라. 여자의 한을 그린거라. 한스런 여자의 말을 네가 드디어 듣기 시작한거라.

대흠아 니 시와 내 시는 차원이 다르다. 니가 올려놓은 시에 오타가 있어서 내가 바른 글을 옮겨놓는다. 한번 더 찬찬히 읽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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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속의 넓은 풀밭

이 향 지

나는 어머니를 찢고 들어왔지요
어머니 피로 첫 옷을 입었고
어머니 비명으로 첫 귀를 열었고
어머니 손가락으로 첫 눈을 떴고
어머니 숟가락으로 첫 밥을 먹었지요
내 피가 내 아이의 첫 옷이 될 때까지
그 안에서 무럭무럭 자랐지요
누군가를 찢지 않고는 미궁 벗어날 수 없나니
나는 내 아이가 때맞춰 나를 찢게
긴 끈을 풀밭 입구까지 이어두었지요
내가 찢고 미궁 벗어날 때 어머니 물
모두 나를 따라와 내 딸에게로 갔지요
어머닌 나로 인해 질긴 돌이 되었으나
나와 내 딸이 붙잡고 빠져나온 긴 끈
질기게도 아직 그 풀밭 어귀에 이어져 있지요
질긴 어머니 잘 찢기지 않지만
반 쪽 거울 들고 오는 발가숭이에겐, 이처럼 쉽게
돌이 되어 넓은 풀밭 이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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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작가> 2000년 가을호에 발표된 것입니다.
저는 이 시에서, 서양의 신화와 우리의 민담을 결합시켜 보았습니다. 어머니의 희생, 그 단순하고 미물적이기까지한 큰사랑 속에서 발견한 끈! 보이지 않는 끈! 우리를 태어나게 하고 살게 하고 찢기고 굳어지면서도 어머니가 되게 하는, 본성의 끈! 나와 똑 같은 개체를 남기고 드디어 죽어 가게 하는, 잔인한 끈! 그 끈에 매달려 존재하는 생명의 이치! 그들을 잉태하고 자라게하고 그것으로 인해 드디어 찢기고 돌이되는 여자의 몸, 그 미궁의 역사에 대해 쓴 것입니다. 그러나 진실은, 그러한 사실마저 아득히 뛰어넘은 곳에서, 우리 삶의 양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곳곳에 피 냄새가 배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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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래 메모는 내가 어느 분께 영역을 부탁하면서 덧붙인 글인데 참고하라고 같이 올렸다. 물론 이 메모가 이 시의 전부를 적절히 말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도 네 시와 내 시가 착상부터 달랐다는 것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대흠아! 네가 어찌 알까? 물이 다 빠져나간 여자의 몸? 흔히 석녀라 부르지! 바야흐로 나는 그 석녀의 계절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까지 말하자니 참 씁쓸해진다만, 나는 바로 돌인 것이다. 그러나 자식에게 엄마품 보다 더 넓은 곳이 어디 있겠냐. <돌 속의 넓은 풀밭>이란 이래서 나온 제목이다. 그러므로 대흠아! 니가 비록 <지나공주>를 통해 여자의 말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자가 하는 여자의 말이라는 것을 알아라. 남자의 몸으로 여자의 몸을 어찌 속속들이 알겠냐. 따라서, 너의 이 시도 내가 보기에 심층까지 닿지 못하고 표피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직은 그렇다는 것을 너 자신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흠아! 나는 기쁘다. 이 땅의 남성 시인, 너처럼 촉망받는 젊은 남성 시인이 여자의 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말이다. 우리 시는 드디어 한 단계 올라설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남자들이 드디어 여자의 말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이런 기대 때문에, 반가움과 기쁨을 표하고 싶은 것이다. 내가 진즉 너의 이 시들을 읽었더라면 예전처럼 전화걸어 소감을 말했을 것이다. 좋은 조짐이라고 격려해주었을 것이다. 의심하지 말고 더 깊이 들어가보라고...
그러나 대흠아! 이것만은 알아라. 니가 이제 겨우 말하기 시작한 여자의 말. 그것은 우리 여자들이 세세천년 해온 말이라는 것을.몸으로 살고 몸으로 해온 말이라는 것을. 늘 하는 말이라는 것을. 힘들이지 않아도 술술 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네가 이제 겨우 말하기 시작한 것. 네 존재가 그것을 비로소 주목하고 알아보았을 뿐이지, 이 세상에는 벌써부터 흔하게 존재하던 것이라는 것을..!

대흠아 기억나니! 너랑 나랑 울릉도 성인봉 올랐을 적에, 성인봉 올랐다 나리분지로 내려왔을 적에, 그 땅이 물 위에 떠있는 땅이라는것. 너도 들었지? 흙을 50m만 걷어내도 물이 흐르고 있다는 말. 그러나 우리는 그 위에서 잠을 자고 밥도 끓여먹고 노래도 부르고 했지? 나는 거기서 그 물소리를 들었다. 우리 머무는 땅 아래에서 울리는 큰 물소리를. 니가 시환이랑 코 쿨쿨 골며 자고 있을 때 나혼자 나와서 벤치에 누워서 들었던 거다. 나리분지를 혼자 걷다 멈춰서서 들었던 거다. 이 이야기를 왜 하느냐하면, 니는 이제야 잠을 깨어 니 발밑의 소리를 듣기시작한 거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라.

대흠아 니꺼 내꺼, 니 이미지 내 이미지 따지자면, 니 속 내 속 가리지 않고 들락거리는 이 세상 공기의 주인은 과연 누구겠노?
이 주검 저 주검 거절도 못하고 받아들여야하는 흙은 또 얼마나 억울하겠노?

내 말로 네 의혹이 깨끗이 벗겨지리라 믿는다. 그러나, 대흠아! 이일로 내가 소모한 여덟 시간 반은 너의 무엇으로 메꿔줄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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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흠 wrote:
>이향지 선생님께
>
>먼저 선생님의 건필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얼마 전 저는 이곳 자유 게시판에 '답답해서, 누가 말 좀 해봐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글을 읽은 독자들이 표절 시비로 오인하여,
>이향지 선생님께 누를 끼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미치는 영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본인의 불찰로 인하여
>발생한 문제입니다.
>이 점 이향지 선생님께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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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반론 뒤에 이메일로 받은 사과문은 공개를 보류합니다.

나는 두번째 사과문을 받음으로써, 후배의 실수를 덮어주고, 이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거론 하지 않기로 합니다만, 글로 남은 내용들이어서, 자료로 모아두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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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의 말씀

이 자료를 다른 사이트로 옮겨서 게재하는 것을 엄금합니다.
2001년 4월 18일 이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