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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방울 토마토
좋은 시 읽기 / 권혁웅(문학평론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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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이향지
방울토마토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내가 먹었다. 그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나는 방울토마토나무였는데 지금은 없다. 효정이가 먹었다. 경로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그 아이들은 탐스러운 방울토마토였는데, 지금은 없다. 내가 먹었다. 그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가 먹었다.
방울토마토·국산
중량 412g 100g 당 310원 가격 1227원 포장 연월일 00.2.17 판매처 암호 0204437012777 업종 기타식품판매업
방울토마토 지금은 빈 용기만 있다. 동글동글 잘 익은 방울토마토, 현대백화점 식품코너에서 다시 만났는데, 새빨간 심장 한 곽을 다시 만났는데, 지금은 찢어진 투명과 빈 용기만 있다. 아침까지 있었는데, 새빨간 심장 네 알이 내 앞에 남아 있었는데, 내가, 방울토마토가, 방울토마토나무가, 한 알씩, 씻어서, 먹어서, 없다.
--{현대시학}(2000.9)
@이향지/ 1989년 {월간 문학}으로 등단
시집 {괄호 속의 귀뚜라미} {구절리 바람소리}
# 나와 그와 아이들과 방울토마토가 먹고 먹히면서 섞인다. <방울토마토>라는, 귀엽고 동글동글한 이름이 이 유쾌한 살육의 현장을 통통 튀어 다닌다. 방울토마토는 인신공양(人身供養)의 상징이다. 아즈텍인들은 전쟁포로들의 가슴을 갈라 <새빨간 심장>을 꺼내 신에게 바치고는, 시체를, 먹었다. 방울토마토는 지금도 <한 알씩, 씻어서, 먹어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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