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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3/1(화) 07:49
<시>, 풍찬노숙  

풍찬노숙



이향지


얕은 화분 속에 오만상을 찌푸리고 서 있는 작은 소나
무는 뒤틀린 허리만큼이나  심사도  뒤틀려 얼마 안 남은
잎을 바장바장 태우고 있습니다 저 소나무에게 지금 필요
한 것은 살살거리는 물이 아니라 망치,  아무리 뻗대고 용
기를 내어도 제 힘으로는 뚫을 수 없는 화분을 한 방에 깨
뜨려줄 망치,  걷고  싶은 길에서 풍찬노숙하다 웃으며 죽
게 발과 다리를 돌려주는 일


                            문예중앙 2004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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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용 소나무 한 그루 조이고 뒤틀려진 몸, 발을 제대로 뻗지 못하는 노숙자의 쉼터처럼 작은 집에 갇혀 있다. 시인은 산을 잘 타는 기백이 있다. 나무의 집은 산이다. 시인은 수많은 나무들의 웃음소리를 산에서 듣는다. 물이 없는 나무의 목말라 죽어 갈 것이다. 그러나 자유가 없는 나무는 평생 펴지 못한 꿈에 시달려야 한다.
'망치' 하나로 시원스럽게 깨뜨리고 싶은 것은 화분만은 아니다. '풍찬노숙'하며 부셔버리고 싶은 것은 생각의 틀이다. 자꾸 비뚤어지고 뒤틀린 언어들의 나무뿌리는 또 얼마나 부셔버리고 싶은 것인가. 시인의 걸음걸이가 시원 시원해 보인다.


                                                                    <문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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