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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집 리뷰],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시와 반시》 200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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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지,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나남출판)


 자서에 의하면 십이 년 동안 써온 山詩를 묶은 걸로 되어있다. 시인이 육체적 병으로 인한 삶의 벼랑 끝에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거기 산이 있었기 때문이고 이 山詩集 속에는 이 땅의 크고 작은 산들과 자연의 이름이 깨알처럼 박혀있다.
 100편이 넘는 시들은 4부로 나뉘어져 있고, 시집 말미에 황현산의 해설 「유정한 길 무심한 산」이 실려있다.

    저 타오르는 불꽃 같은 흔들림 아래
    처음인 듯 깨어나는 물소리,
    저 타오르는 불꽃 같은 흔들림 너머로
    떨어진 잎새들 밟으며, 오솔길 타고
     ― <가을 산으로 간다> 부분

    이마, 그 불멸의 암벽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썹, 그 불멸의 오버행에 걸려
    출렁, 날아오르는
    땀방울 속에서 산이 솟네

    불끈 솟네 둥글 솟네 출렁 솟네 주르르 솟네
    외로움 꿀꺽 삼키며
     ―<수락산> 부분

산과 함께 한 시인의 진솔한 삶의 단면들이 불끈, 둥글, 출렁, 꿀꺽, 리듬을 타고 움직이다가 문득, 고요 속으로 침잠하기도 한다. 산이 거기 있어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면, "산은 나의 예배당"이라는 그녀의 山詩集 또한 문명에 지짗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와 반시> 20001년 여름호 '여름서가'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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