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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4/30(수) 19:40
실천문학- ‘시마루’ 촌평 : 침향(沈香)  

침향(沈香)


 
  이 향 지


돌처럼 굳었으나 숨 쉬는 나무다
부끄럽지 않은 손길로
체온을 섞으며 문질러주어야 존재를 드러내는
향기의 화석이다

메콩 강변 열대우림
나이테를 만들지 않는 아가우드 거목 속에서
천 년을 참으며 빗방울을 깎아야 만들 수 있는 침묵의
조각품이다

뙤약볕 속에서도 오한이 드는
향기의 사리다

흑록빛 나무뿌리 하나, 사슴뿔 하나, 날개 하나…, 저 완전한
한 모습씩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불쏘시개로 사라진 파지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만큼만 제 몸을 깎아서
혀끝에 얹어주는, 맵고도 신 맛 도는
사랑의 사리다

우연히, 우연히, 그 향기 끝에 앉았더니
전신에 창궐하던 어른이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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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실천문학》2007년 겨울호, ‘시마루’에서 옮긴 촌평입니다.

※「침향」- 이향지.
처음엔 그냥 읽습니다. 알 듯 말 듯 잘 제련된 말들의 행간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다만 읽습니다. 그다음엔 당신이 혹 모르고 있을지도 모를 이 시의 소재를 찾아봐도 좋겠습니다. 네이버도 좋고 백과사전도 좋습니다. 아가우드, 이것은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자라는 나무입니다. 베트남이나 라오스를 다녀온 지인들이 아가우드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 있습니다. 심은 지 7년이면 벌목이 가능하고, 의약재, 화장품, 향수 등에도 사용되는 경제가치가 높은 나무. 우리가 전통적으로 알고 있는 침향과는 다른 의미에서, 물에 가라앉는 향을 가진 침향나무라는 것이지요. 아가우드는 아퀼라리아속에 속하는 모든 식물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약재로 사용될 수 있는 종은 아퀼라리아 크라싸나로 거기서 채취되는 수지덩어리를 침향이라고 한다는 군요. 본 적이 있거나 없거나, 이제 내 가슴속의 아가우드를 상상하며 다시 읽어보세요. 1연, 3연, 5연으로 건너가며 ‘향기의 화석-향기의 사리-사랑의 사리’로 변이되는 침향을 느껴보세요. ‘화석’이 ‘사리’로 변이되고, ‘향기’가 ‘사랑’으로 확산되는 느낌을 즐겨보세요. 그렇게 슬슬 이 시의 마지막 연에 다다르면 놀라운 비상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우연히, 그 향기 끝에 앉았더니/전신에 창궐하던 어른이 사라진다”야말로 이 시를 단번에 지상과 지하의 통로로 화들짝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듯한데요. 당신 생각은 어떠신지요.(‘독자와 함께 읽는 이번 호의 시들(박수연․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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