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은 <백두대간 진부령 이북 구간, 지도 위에서 걷는다>라고 하는 편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주된 대상인 북한 쪽 구간을 보다 선명하게 떠올리기 위해서다. 이 책의 원고는 월간《山》에, 1998년 6월호부터 2000년 1월호까지 연재한 바 있다. 약간의 오류를 바로잡고, 자료를 좀 더 보완하고, 지면을 넓혀 정돈을 새롭게 하였을 뿐, 내용과 순서는 그대로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하나다. 오직 한 줄기다. 남한 쪽 백두대간, 북한 쪽 백두대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백두산 장군봉까지 물을 건너지 않고 이어지는 분수령(分水嶺)인 백두대간(白頭大幹). 이 한 줄기 산맥을 두고, 국토의 등뼈 구실을 하는 큰 산맥을 두고, 북한 쪽/남한 쪽, 갈래를 지을 수밖에 없는 우리 국토와 민족의 현실이 구구하고 안타깝다. 분단은 되었으나 백두대간은 아직 건재하다. 지각 변동이 없는 한,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그 한줄기에 희망을 걸고, 안개 속을 걸었다. 그 끊어진 허리를 지도 위에서나마 이어주며, 아픔을 달래 보았다. 백두대간을 따라가며, 백두대간 그늘에 삶터를 열어놓고 있는 지역들의 역사·지명 변천사·문화와 풍속·산물·명소·교통로들을 아울러 살핌으로써, 오랫동안 눈길과 발길 닿지 못하는 고장들에 대한 관심을 되살려 보았다.
이 책의 내용은 크게 여덟 가지로 구분되어 짜여져 있다.
이 책의 주축을 이루는 본문은 필자의 사이버 산행 기록이다. 그러나 단순한 산행기에 머물지 않고, 매 구간마다 주제를 정해, 가까이 있으나 갈 수 없는 땅에 대한, 연구를 겸했다. 두 번째는 각 구간 개념도다. 개념도는 광역도와 세밀도, 두 갈래로 제작되었다. 이 개념도들은 정밀지도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세 번째는 개념도와 함께 하는 가상 코스 가이드다.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산줄기 상에 위치한 수많은 산마루와 고갯길, 지형과 이름들을 함께 살피고, 주변 지역으로 통하는 교통로를 아울러 짚었다. 네 번째는 백두대간 마을의 어제와 오늘이다. 분단 이후 개편된 행정구역·지역 변천사 등을 살펴, 통일이 왔을 때 낯설지 않게 대비했다. 다섯 번째는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수계(水系) 탐구이다. 여섯 번째는 백두대간에서 가지를 치는 정간(正幹:장백정간)과 정맥(正脈:청북정맥·청남정맥·해서정맥·임진북예성남정맥·한북정맥 )들, 그 분기점과 바다 앞까지의 전개도를 추적해보는 일이었다. 일곱 번째는 지명 탐구로, 고문헌들에 남아있는 옛 지명들과 요즘 지명들을 연결시켜주는 작업이었다. 여덟 번째는 고문헌들이 안고 있는 오류 지적이다. 교통이 어렵고, 과학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시대의 지리서들이 필연적으로 안고 있는 오류를 밝혀줌으로써, 다음에 오는 사람들의 연구를 돕고자 했다. 이밖에, 대동여지도와 산경표, 관련 사진, 지도들을 요소 요소마다 함께 실어, 문헌 속의 지명들과 현장과의 대비를 용이하게 했다.
그러나, 현장 답사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쓰여진 글이라 부담 또한 크다. 실제로 그 땅을 밟으며, 이 글의 옳음과 그름을 가름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점. 그러나 얼마나 놓친 곳이 많을 것인가. 이 점이 가장 두렵다.
이 책을 묶으면서 감사 드려야 할 곳이 많다. 월간 <山> 김승진 편집장께 감사 드린다. 아무도 꿈꾸지 않을 때, 황당한 제안을 하는 나를 믿고, 귀한 지면을 오랫동안 맡겨주셨다. 경인문화사 한상하 회장님께 감사 드린다. 자료를 구하지 못해 동동거릴 때, 제본도 안된 지도 묶음을 손수 들어다 주셨다. 한국문원에 감사 드린다. <분단 50년 북한을 가다>에서 일부 사진의 재사용을 허락해 주셨다. 한국요산회 안경호 회장께 감사 드린다. 구하기 어려운 대동여지도를 흔쾌히 양도해 주셨다. 대한관광사 박하경 사장께 감사 드린다. 백두·한라 교차 관광 때, 동참하지 못하는 나의 장비들을 들고, 백두산 장군봉과 명소들의 근영을 촬영해 주셨다. 사진작가 김유성 선생께 감사 드린다. 드물게 포착한 백두산 사진을 여러 컷 협찬해 주셨다. 고서점 문고당(文古堂)과 상현서림에도 감사 드린다. 희귀 자료 구입에 적극 협조해 주셨다. 창해 출판사 전형배 사장과 황인원 부사장께 감사 드린다. 이 복잡하고 골치 아픈 책의 출판을 맡아주셨다. 북 디자이너 조옥례 님께도 감사 드린다. 이 갈래 많은 원고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자리 잡아 주셨다.
청춘을 함께 하였고 노년을 함께 하고 있는, 내 생애의 반려. 남편에게 가장 감사한다. 이 책의 완성이 있기까지, 3년여 동안 이 분의 희생과 도움이 가장 컸다.
이 책은 이처럼 많은 분들의 앞선 생각들과 결단과 희생과 도움으로 완성되었다. 이 원고의 완성을 위해 세 번의 중국 행, 한 번의 러시아 행, 두 번의 금강산 행을 했다. 안내를 맡아준 현지 동포들께도 감사한다. 선후배 산악인들께도 감사한다. 월간<山>에 연재를 계속할 동안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주셨다. 이 책은 이처럼 나만의 것이 아니다. 분단국가·분단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제단에, 국토와 민족의 통일을 위한 제단에, 한 줄기 백두대간의 복원을 앞당기기 위한 제단에, 눈물과 함께 헌정한다.
저자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