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숲을 어떻게 빠져나갈까? 이 빽빽한 나뭇가지들의 잔소리! 어떻게 벗어날까? 목덜미를 스치고, 콧등을 긁고, 뺨을 할퀴고, 모자를 벗겨가고, 옷을 찢고, 배낭을 당기면서 전진을 방해한다. 앞사람을 바짝 따라가면 눈퉁이나 가슴팍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조금만 사이가 뜨면 가뭇하게 외톨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래도 우리는 가고있다. 다른 길이 없다. 앞사람이 뒷사람을 기다리면서, 길을 잘 못 들더라도 흩어지지 않게, 부르고 대답하면서 줄을 서서 걸어 간다. 이따금 하늘이 트일 때, 소백산 쪽을 보고 진행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뿐. 사람의 발길에 길들지 않은 밀림을 헤치며 걷기란 고난 중의 고난이다. 낫이나 칼을 든 사람은 있지만, 잠깐 지나가기 위해서 많은 나뭇가지들을 잘라낸 다는 것은 잔인한 일. 생긴 대로, 뻗친 대로, 자연 그대로 두고, 우리가 피해 가고 돌아가려니, 무수히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게 된다.
지금 우리가 지나가는 숲은 백두용암지대에 형성된 드넓은 원시림. 천리천평(千里天坪) 또는, 무인경(無人境)이라 불리던 고원의 밀림지대다. 천혜의 비경으로 알려진 천연호수 삼지연(三池淵)이 가까워 삼지평(三池坪)이라 고쳐 부른다지만, 내겐 천평(天坪)이란 이름이 더 익숙하다. 이 숲 속엔 백두대간을 횡단하여 신무성과 삼지연, 이명수, 등을 연결하는 원목수송용 소로는 몇 군데 있어도, 백두대간을 따라서 숲을 거슬러 오르는 길은 없다. 이 숲은 한반도 최대의 원목 생산지다. 쓸 만큼 자라기가 무섭게 베어내는 탓인지 소문처럼 큰 나무들은 그리 많지 않아도, 하늘을 찌를 듯 일어선 잎갈나무숲, 빽빽하게 얽혀서 진로를 가로막는 나뭇가지들은, 백두대간을 따라 이 숲을 종단해야하는 우리에겐 성가시고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잎갈나무, 봇나무, 사스레나무…, 그밖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온갖 잡목들이 흙이 보이지 않게 빽빽하게 돋아나서 얼커렁설커렁 살고 있는 숲. 지면에 가까운 가지들은 발목을 걸고, 조금 더 높은 쪽 가지들은 어깻죽지를 건다. 어쩌다 하늘이 뚫리는 곳에서는 더 어린 나무들과 억새 같은 풀대궁들이 가로막는다.
이런 숲은 허항령 일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북포태산 쪽에서 내려올 때는 우회할 길이라도 있었지만, 소백산 기슭에서 툭 트인 능선을 만날 때까지는, 이 평평한 밀림 속을 우왕좌왕 헤매는 수밖에 없다. 허항령과 삼지연 사이의 숲도 길과 길 사이에 놓여 있어서 도로를 따라서 우회했다. 허항령(虛項嶺)은 글자 그대로 목이 허퉁한 고개다. 그 허퉁한 대지 위에 나무가 빽빽하게 뒤덮고 있다.
'본래 이 지역은 개마고원에서 가장 낮은 저지대였으나, 여러 번에 걸친 분출의 결과, 용암으로 덮였다. 용암의 두께는 최고 500∼600m에 이른다. 백두용암대지는 높이 약2,000m의 고도이며….(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지금은 허항령도 자동차로 넘지만, 그 옛날 백두산으로 가는 사람들은, 압록강변 혜산에서 출발하여, 가림천변 보천을 거쳐, 포태리 집들을 등지고 막바지 비탈을 올라선 사람들은, 허항령을 바라고 언덕을 오르면서 기대하던 산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깊이와 넓이를 한 눈에 가늠할 수 없는 수해(樹海)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다. 저 마루턱에 올라서면 백두산을 보리라 기대했던 사람, 뜻밖의 평지와 끝을 알 수 없게 이어지는 수해(樹海) 앞에서 넋을 잃고 둘러보았다 한다.
'인제는 오름길이 시작인가하고 얼만큼 겁을 집어삼켰더니 1리쯤 남짓하여서는 다시 평로(平路)가 되야가지고서 가고가도 매양그턱인데 실상은 이것이 이미 허항령 마루턱에를 올라 선 것이라 한다. 허항령이라하면 백두산정맥의 주요한 일고지(一高地)로, 산경(山經) 같은 책에서 상상하던 바는 높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올라가자면 하루이틀 해라도 지우리라고 하던 것인데, 벌써 마루턱에를 올라섰다함이 정말이라도 거짓말 같다. 허항령부텀은 지학상(地學上)에 이른바 만주대지(滿洲臺地)에 드는 것이오 동시에 부척불입(斧斥不入)이라할만한 밀림지대의 시초이다.(최남선, "백두산근참기")'
그러나 지금 허항령 마루에는 빽빽한 나무 사이를 동서로 가르며 남북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길이 나있다. 그 길은 삼지연 마을과 신무성, 대홍단·무산 등지를 잇는 유일한 자동차도로다. 압록강 쪽에서 백두산으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허항령을 넘어 그 길과 신무성을 거쳐야 한다. 신무성에서부터는 산길을 따라 걷게되는 데, 백두산 정계비가 서있던 분수령으로 올라선 뒤 장군봉으로 향하거나, 천지 둘레의 화구벽을 따라 북쪽 장백폭포 쪽으로 연결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경이 가로막아 신무성에서 장백폭포로 가는 길은 없다.
그러나 그 길은 백두대간과는 상관없는 길이다. 우리 일행은 두 파트로 나누어서 진행중이다. 이번 산행을 위해 허항령에 모인 산악인들은 33명이나 되는데, 최가령∼허항령 구간을 연결해서 종주한 이상년·김종선·이소희·위수현·이창기·이도윤·김봉관·이은경·유남숙·최성순·김홍경·김수현씨는 휴식도 취할 겸 삼지연 구경을 한 뒤, 신무성∼무두봉으로 이어지는 기존 백두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기로 하고 신무성쪽으로 갔다. 그들은 모레 정오쯤 대연지봉 북서쪽 분수령 상에서 합류할 것이다. 따라서 이 밀림을 뚫고 전진하는 21명은 나를 제외하면 모두가 생력 부대다.
나와 가리봉 산행을 같이 한 적 있는 정인성(연세대OB)회장, 그는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르자 아내 이름을 목이 터져라 불렀다는 멋쟁이 산악인이다. 인도 히말라야 트레킹과 압록강∼백두산, 울릉도 탐사를 같이한 적 있는 김세경(한국산악회이사)사장도,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왔다. 이분의 패션감각은 군계일학이다. 길 모르는 나를 끌고 금대봉, 두타산 비탈을 함께 헤매고 다녔던 태백시 산악인협의회고문 김부래씨도 낫 한 자루를 챙겨들고 와서 앞장을 섰다. 내 목에 작은 도끼모양의 나무목걸이를 걸어주면서 "이 도끼가 어렵고 험한 산길에서 선생님을 지켜줄 겁니다"고 축복을 해주던 김기현(태백시 한마음 산악회)씨도 참가했다. 나는 그가 준 목걸이를 목에 걸고 압록강 끝에서 두만강 끝까지, 1만 5천리 가까운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기도 했다. 내가 10년 이상 따라다닌 한국요산회 안경호 회장도 마지막 구간을 같이 하고 있다. 나는 이분으로 인해 우리 산줄기가 지닌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다. 나와 동강 래프팅을 같이 한 적 있는 김찬황(명지대 OB)씨와 나와 압록강∼백두산 답사를 같이 했던 산악인 김병균(명지대 OB)씨도 휴가를 얻어서 참석했다. 인도 히말라야 강고트리 트레킹과 강가강 래프팅을 안내한 적 있는 홍옥선(혜초여행사), 김진성(한국탐험학교) 두 산악인도 마지막 구간에 합류해서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나와 그림산행을 같이 했던 화가 서시환(화가)씨도 오랜만에 나와 같이 걷게되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아내보다 나무가 더 좋다는 진주 산악인 성락건씨도 인도 행을 접어두고 달려왔다. 2년여의 대장정을 마치는 마지막 구간이니 우리도 축복 삼아 같이 걸어주겠다며 '월간 산'의 김승진편집장, 박영래차장, 안중국차장, 한필석기자, 김기환기자도 참석했다. 나와 제1차 금강산 탐방을 같이 했던 정정현 사진부 차장도 빽빽한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앞서가고 있다. 북설령에서 합류한 사진작가 김유성, 강근식씨와, 산악인 길춘일씨도 우리는 아직 힘이 남았다며 신무성행을 거부하고 밀림 속까지 동행중이다.
나는 언제나처럼 가장 뒤에서 걷는다. 내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두 분이 오늘도 변함 없이 나와 함께 걷고 있다. 우리 땅의 산줄기를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하여 한반도의 지형과 산줄기·물줄기의 족보를 한눈에 가늠할 수 있게 한 '산경표(山經表)'의 저자 여암 신경준 선생과, '대동여지도(大東與地圖)'의 제작자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바로 그분들이시다. 누군가 앞서가지 않으면 길은 열리지 않는다. 이 두 분이 아니었던들, 오늘의 내 걸음이 가능키나 했을 것인가? 아무리 빽빽한 밀림이라도 20명이 앞서 지나간 숲은 동굴처럼 뚫렸다. 일주일 이상을 산에서 기거하며 백두대간을 따라 걸어왔지만, 내일 모레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기쁨 때문인지, 생력 부대들의 화끈한 파이팅 덕분인지, 1세기 전 선인들의 격려덕분인지, 나는 또 다시 기운이 펄펄 되살아나서 앞서간 이들이 남긴 길을 달랑달랑 따라가고 있다.
압록강 상류의 지류 중에서도 이명수의 지류에 속하는 곡천과 두만강 지류인 소홍단수 상류쪽 물줄기가 파놓은 깊은 물길 사이에서 모처럼 시계가 툭 트이는 등성이를 발견했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감촉만으로도 이곳이 등성인지 골짜긴지 아는 베테랑들이 앞장을 서고 있다. 덕분에 대간 마루금을 멀리 벗어나지 않고 밀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천리천평 언저리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죽였고, 숲 밖을 볼 수 없어서 답답하던 마음들이 두 다리 뻗고 앉아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끓여 마시며, 숲에서 얻은 상처들을 비교해보고 있다. 팔목시계는 오후 3시. 우리가 허항령을 등진 후 숲에서 쉬며 걸으며 사투를 벌인 시간은 무려 5시간이나 된다. 삼지연 쪽으로 간 사람들은 지금쯤 구경을 마치고 신무성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서시환씨가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 마시며, 나는 산으로 인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백두대간으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음을 실감한다. 백두대간으로 인해 '사람 부자'가 되었음을 무엇보다 감사한다. 이 숲을 벗어나서 소백산에 오르면 지금 내 곁에 있거나 있지 않은 분 모두를 위해, 우리 땅의 산과 강, 우리 국토의 굳건한 등뼈인 백두대간을 위해 "야호!"를 크게 한번 외칠 것이다.
시루떡과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소백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내 배낭은 김기현씨 등에 업혀가고, 나는 지도와 나침반, 수첩과 물병과 카메라가 든 작은 쌕만 걸쳤다. 거리 1km에 고도 100m를 높이는데 드는 시간, 나의 경우는 일정한 평균치가 없다. 밀림을 벗어났다는 안도감과 눈 아래 세상을 둘러볼 수 있다는 기쁨이 막무가내로 교차하는 길. 오를수록 길은 뚜렷해지고, 가야할 방향도 한눈에 들어온다. 앞사람을 바짝 따라가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내 걸음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욱 느려진다. 나는 '느림'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면서 느릿느릿 이 등성이를 오를 것이다. 이 산 기슭에서 부서져서 뒹구는 화산재 한 줌에서도 내가 느끼는 시간은 아득한 근원에까지 손을 뻗으려한다. 그 느리게 전해오는 느낌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말아야 한다. 아득한 시간의 바닥까지 내려가, 아니 그 첨탑까지 올라가, 내 무의식이 길어 올리거나, 따 내리는 것. 그것은 언제나 불이다. 그러나 내 손바닥 안의 화산재에서 내가 느끼는 것은 불의 뜨거움이 아니라, 재의 차가움.
선두는 어느 틈에 소백산(小白山·2,173.9m)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고 있다. 유능한 길꾼들은 기다림에 인색하다. 나는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이것은 습관이다. 수령 50년을 넘은 나무가 낼 수 있는 최고 시속을 내어도 따라갈 수 없는 사람은 먼저 가게 두어야 한다.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속도를 초과할 때 나라는 고목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전복되고 말 것이다. 숲을 벗어난 뒤부터 내가 느리게 걷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등성이를 1km 쯤 올라서자 야생 들쭉밭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의 달콤새콤한 유혹에 빠진 것이다. 늦여름 태양 아래서 까맣게 익은 열매를 따먹는 기쁨. 바람 센 곳에서 자란 들쭉나무들은 유난히 키가 작고 가시가 억세기 때문에, 한 손으로는 가지를 쳐들고, 그 억센 가지 틈으로 나머지 손을 넣어 그 작은 열매를 한 알씩 따먹으려니 더욱 늦어지는 것이다. 내 두 손이 들쭉 열매가 전해주는 새콤달콤한 유혹을 떨치고 다시 일어섰을 때, 내 일행들은 나를 포기하고 간백산(間白山·2,163.5m)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
소백산 정상에서 약속대로 "야호!"를 외치고, 나도 그들을 따라간다. 길은 또다시 원시림 속으로 달아나고 나는 또 다시 무성한 나뭇가지들과 싸운다. 김부래씨가 갈림길마다 지켜 서서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옆길로 빠져서 고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 옆에는 수많은 우군이 있다. 안경호 대장도 그 중 한 분이다. 뒤따라오는 내가 옆길로 새기 쉬운 지점에 서서 메모를 하며 기다리다가 귤 하나를 말없이 건네준다. 이 분들은 내 버릇을 너무 잘 안다. 나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 손이 새까매지도록 들쭉열매를 따먹고 있었다. 내 혓바닥도 아마 손가락처럼 까매졌을 것이다.
그러나 해가 내 등뒤에서 기다란 나무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할 무렵부터 나도 사뭇 날고 있었다. 간백산 정상까지 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판단한 선두가 2,017m 봉 안부에 텐트를 쳤고, 밥 당번 물 당번 술 당번 안주 당번이 착착 정해졌고, 돌 반 풀 반으로 펼쳐진 천연식탁 위에 저마다 지고 온 먹거리들이 펼쳐지고 줄줄이 둘러앉아 길고 긴 저녁을 먹는다.
해발 2,000m가 넘는 산기슭에서 맞는 밤이란, 한편은 화려하고 한편은 삭막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소주와 안주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과 무엇보다도 든든한 길 친구들이 있다. 나는 안주만 축내다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별이 있는 곳으로 걸어나왔다. 오늘은 9월3일, 9월이 막 시작되었지만, 고산의 밤은 춥다. 나는 눈과 코만 내놓고 우모복 속에 머리까지 묻었다. 열 여드레 달빛 아래 바람을 따라가지 못한 사스레나무 한 그루가 부들부들 떨고 서있는 곳까지 왔다. 잎사귀와 잔가지들은 모두 바람이 훑어가고, 앙상한 옆가지만 남아서 바람이 달아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이 바람찬 산등성이에서 바람을 따라가려고 무수히 내젓던 나무의, 마음의 방향과 손짓의 흔적. 저 나무가 가고 싶어하던 곳, 그곳은 아마 따뜻하고 아늑한 아랫땅이 아닐까? 그러나 저 나무의 뿌리는 쓰러질 때까지 저곳에 서있겠다고 버티지 않는가?
저 나무가 선 곳에서 깊은 홈을 파면서 내려가는 골짜기가 이름을 가진 압록강 지류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소백수(小白水) 골짜기다. 흐르는 물줄기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오늘 저녁 저 골짜기 물을 떠다가 지은 밥을 먹었다. 소백수는 흔히 쇠백수라고도 하는데 검노능산∼와사봉∼간백산∼소백산에 이르는 능선 남쪽 물이 모두 소백수를 이룬다. 물이 가는 길은 흔적을 남기지만 바람은 감쪽같다. 그러나 여기 이렇게 바람차고 허허한 산의 목덜미에 뿌리를 박고 서있는 저 사스레나무의 가지를 스쳐간 바람은, 저 나무의 전신에 저토록 삭막한 족적을 남기고 갔다. 백두산이여, 저 연약한 나무를 바람 속에 세워놓고 그대는 어느 산천을 바라보고 앉았는가?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낮 동안은 빽빽한 나뭇가지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밤은 저렇게 앙상한 나무들이나 듬성듬성 서있는 수목 한계선에서, 먼 산꼭대기로부터 불어 내리는 바람을 맞는다. 어제 보던 별들이 내 머리 위 드넓은 허공을 장식하고 있다. 천리천평 무인경(無人境)은 옛말이 되었어도, 소백산과 간백산 들쭉열매 맛은 그대로였다.
[제32구간],천리천평 무인경 옛말을 뚫고, 소백산 간백산 들쭉 열매맛에 빠지다 
